비 오는 날 ‘키위’ ‘체리’ 들고 첨벙첨벙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6.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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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선택] 패션 우산

 
언젠가 꼭 사고 말리라 결심했었다. 비 오던 지난 여름, 버스 정류장에서 어떤 젊은 처자가 클림트의 <입맞춤> 그림이 새겨진 우산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서였다. 비 오는 날 필수재라고 생각했던 우산이 그림 하나로 인해 저렇게 화사한 사치재로 돌변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드디어 때가 왔다. 6월 중순부터 장마가 시작된단다. 더욱이 이번 장마는 예년보다 더 길 것 같다고 기상청이 예보했다. 맘먹고 인터넷을 뒤졌다. ‘패션 우산’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니 판매  사이트가 스무 개쯤 쏟아진다. 그중 한 사이트 선전 문구가 눈길을 확 끈다. “회색빛으로 물든 비 오는 날, 그림이 있는 우산이 당신의 기분을 최고로 만들어드립니다. 가라앉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올리게 만드는 당신만의 우산.”

좋았어! 그런데 가격이 문제다. 1만~2만원대에서 6~7만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아무래도 믿음이 가지 않아 가까운 데 있는 패션 우산 전문 매장을 직접 찾았다(인터넷에 주소가 나와 있다). 가보니 온통 꽃밭, 과일밭이다. 올해 유행이 그렇다고 한다. 접었을 때는 심플한 검은색 장우산인데, 우산을 활짝 펴고 나면 화려한 꽃 무늬며 키위·바나나·체리 따위 과일 무늬가 드러나는 패션 우산들이다. 물론 남녀 공용이다.

 
우산집을 재발견하는 뜻밖의 수확도 있었다. 과거 우산집은 있으나 없으나 한 물건이었다. 우산을 새로 사 개봉하는 순간 우산집을 쓰레기통에 버린 일도 있었다. 그런데 패션 우산이 유행하면서 우산집도 눈부시게 진화하고 있었다.

특히 올해는 우산을 쏙 집어넣어 허리춤에 차거나 호주머니·가방에 넣게 돼 있는 방수 우산집이 대유행이라고 한다. 크기가 꼭 초창기 모토로라 휴대전화만 하다. 우산 잘 잃어버리는 남자 친구나 남편용 선물로 딱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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