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체험에 아이들 어깨가 ‘으쓱’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6.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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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선택] 파주 영어마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호기심도 일었고 교육적인 효과도 고려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동을 건 가장 큰 이유는 대리 만족 효과였다. “가보니까 외국 같더라.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더라”라는 한 선배의 말을 듣자마자 나는 결심했다. 그래! 이번 주는 파주에 가는  거야!!

하지만 대리 만족 효과를 얻겠다는 생각이 적절치 않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현장에 가보니 어느 정도 이국적인 분위기가 느껴졌지만 거리에는 외국인보다 한국인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볼 만한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영어마을 이야기다. 영어마을이라고 해서 지레 거부감이나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아니, 여러 가지를 떠나서 꼭 한번 가볼 필요가 있다. 영어마을은 이 시대를 상징하는 문화 현상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서울에도 풍납동이나 수유동에 영어마을이 생겼지만 ‘영어 체험’이 아닌 ‘문화 체험’을 하기에는 파주 영어마을이 제격이다. 일단 규모가 큰 데다가(8만 평이 넘는다) 각종 공연장이나 실습 시설 따위가 잘 갖춰져 있다.

특히 아이들은 ‘놀이터’로서 좋다. 캠프에 참가하는 경우는 약간 다르겠지만, 영어를 가르치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한번 새로운 놀이터에 온 기분으로 아이들을 풀어놓는 것이 좋다. 가족과 함께 주말을 이용해 일일 체험을 해보라는 것이다. 새로운 곳으로 나들이 간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입장료는 어른 2천원, 아이들은 1천원이다. 인형 만들기나 로봇 만들기에 참가하려면 따로 돈을 내야 하지만 부담스럽다면 공짜 체험 프로그램만 즐겨도 그만이다. 은행 이용하기, 우체국 이용하기 따위는 돈을 내지 않고도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한 프로그램에 25분  정도 걸리는데 주의할 점이 있다.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미리미리  시간을 파악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기다리는 것도 배움이다.

아이들에게 심부름을 많이 시키니 좋아했다. 책 사는 것, 음식 시키는 것, 길 물어보는 것···. 칭찬을 거듭했더니 아이들의 어깨가 으쓱해지는 것이 보였다. 영어도 늘겠지만 아이들에게 자신감이 생기고 가족 간에 친밀감이 커지는 것 같아 더 좋았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도시락을 준비해 갔는데 펴놓을 곳이 마땅치 않아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해 섞어 먹었다. 퀴즈를 내고 맞히면 상품을 준다고 해서 아이들이 기대했는데 막대 사탕을 줬다. 입이 오리만큼 나온 아이들은 사탕을 먹지 않았다. 차라리 연필 같은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마을 체험은 날씨와는 관계없다. 비가 온다면 오히려 외국인과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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