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 사업, 또 다른 사기 진행되나
  • 정희상 전문기자 (hschung@sisapress.com)
  • 승인 2006.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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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험공사 채권 공매 과정 의혹 투성이…김종률 의원 ‘검은돈’ 수수도 사실로 밝혀져

 
열린우리당 김종률 의원의 사법처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시사저널>은 지난 4월11일자 제859호에 보도한 ‘양다리 걸쳐 이득 챙겼나’ 제하의 단국대 이전사업 비리 관련 심층 추적 기사에서 비리에 연루된 의혹의 인물로 김종률 의원을 제시하고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이 사건에 대해 전방위 수사를 벌여온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병두 부장검사)는 당시 <시사저널>이 김종률 의원에 대해 제기한 주요 의혹이 대부분 사실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5월 중순 그를 불러 조사한 뒤 사법 처리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김의원에게는 막바지 피의자 심문 절차가 남아있지만 현역 국회의원 신분으로서 그가 버티기 작전으로 나오자 검찰도 사법 처리 절차를 차일피일 미루며 난감해하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확인된 김의원의 비리 연루 혐의는 크게 두 가지이다. 그가 단국대 법대 교수와 법무실장으로 재직하던 2003년 말 단대 이전사업 시행업체들에게도 ‘양다리 걸치기’식법률자문을 해주고 2억 여원을 받았다는 점이다. 검찰 수사를 받기 전 김의원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자기는 단국대 법무실장으로서 단대 측에만 법률 지원을 했을 뿐 상대방 업체에게는 법률 자문을 하지 않았음은 물론 돈 한푼도 받은 적이 없다고 극력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의 계좌추적 결과 그의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시행업체에서 지급한 법률 자문료는 대부분 김의원과 그의 여동생 계좌로 흘러들어갔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김 의원은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부인했던 내용을 검찰 수사과정에서는 번복하면서 ‘정당한 법률자문의 대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가 수임 변호사도 아닌 상태에서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단국대학 측의 상대 업자로부터 수억원대 돈을 받은 사실은 도덕성 차원을 넘어 사법처리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검찰은 김의원의 당시 검은 돈 수수가 배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단국대 이전사업을 둘러싼 김의원의 부적절한 처신은 비단 2억원 대의 불법성 자금을 수수했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공적자금이 투입돼 예금보험공사(예보)가 보관하고 있던 단국대 이전사업 관련 부실 채권을 공매하는 과정에서도 그가 개입해 수십 억원 대의 돈을 받으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시사저널>, ‘법률 자문 대가’ 약정한 서류 입수

<시사저널>은 이를 입증하는 근거 서류를 독자 입수했다. 2003년 12월26일자로 김의원이 대표 변호사로 있던 로펌 리인터네셔널을 매개로 단국대와 이전사업 추진업체 스타포드 사이에 체결된 세장 짜리 ‘위임 약정서’가 그것이다. 이 서류에 따르면 김종률 의원은 당시 예보가 보유한 856억원대 단국대 부실채권을 헐값에 매입해주게 도와주는 대가로 시행사업체인 스타포드사로부터 30억원 대의 성공보수를 받으려 했다는 점이 발견된다. 이 약정서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자문 목록’과 ‘성공 보수’이다.

 
자문 목록에는 예보가 보유하고 있던 856억원의 채권을 ‘최소 비용으로 매입할 수 있게 하는 관련 업무 일체’라는 대목이 들어있다. 이어 성공보수와 관련된 항목에서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공매 채권을 사실상 헐값 매각하도록 법률자문을 해주는 대가로 총 10억원의 자금을 받기로 하고, 성사되면 추가로 20억원을 지급받는다는 항목도 들어있다.

 당시 김종률 의원의 법률자문을 받은 스타포드에서는 예보 채권을 250억원 가량에 매입하려 했다. 이렇게 매각됐더라면 600억원의 공적자금이 날아갔을 것이고, 그런 자문 대가로 김종률의원 측은 20억원의 성공보수를 받았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김종률 의원이 최종적으로 받은 돈은 총 2억원 대였다. 스타포드가 금융을 발생시키는 데 실패해 사업이 성사되지 못했기 때문에 김의원은 자문료만 받았던 것이다.

김종률 의원을 둘러싼 문제는 비단 2년 전 그가 국가적 이익으로 보나 공인의 처신으로 보나 불법 혐의가 있는 법률자문 과정에 개입하고 검은 돈을 받았다는 의혹에서 그치지 않는다. 김의원은 지금까지 열린우리당 재경위원으로서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는 국회에서도 계속 예보의 단국대 부실채권 매각 상황을 체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단국대 부실채권을 담당한 예보 이아무개 팀장을 지난해 말까지 국회의원회관으로 따로 불러들였다. 이 때문에 검찰에서는 김의원이 최근까지도 예보의 단국대 채권 향방에 관심을 갖고 공매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고 보고 이에 대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의 이상한 단국대 채권 공매

단국대 부실채권 공매를 둘러싼 비리 의혹의 불똥은 예금보험공사로도 튀었다. 검찰은 단대 채권을 확보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도 단대 이전사업 비리 과정에 알게 모르게 방조하거나 직무를 유기했다는 혐의를 두고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지난 3월28일 예보 공사를 불시에 압수수색하는 한편 단대 부실채권에 관련된 직원들을 소환해 비위 여부를 집중 수사했다. 예보는 그동안 단대 사업을 빙자해 사기극을 벌인 세경진흥 김선용 대표(구속중)를 상대로 마땅히 회수했어야 할 단국대 부지 매매대금 1200억원에 대해 압류조치와 같은 채권 청구를 않음으로써 스스로 공적자금을 포기했다는 의혹을 샀다. 또 김종률 의원이 법률자문을 해주면서 채권 헐값 인수를 시도했던 2004년 예보 공매 과정에도 일부 직원들의 직무유기가 작용했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이처럼 검찰 전방위 수사망이 좁혀오자 예보에서는 지난 5월 초 신문에 단국대학교 부실채권 공매 공고를 내고 서둘러 공매 절차에 들어갔다. 공매 결과 예보는 5월11일 부동산 개발업체인 ㅎ사가 단독 입찰해 단대 채권이 낙찰되었다고 발표했다. 낙찰가는 1445억원이었다. 공매직후 예보측에서는 검찰 수사팀을 찾아 “최고가보다 10억원을 더 받았으니 예보의 사기를 북돋아주는 의미에서 수사를 종결해달라”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검찰에서는 잔금이 납부될 때까지 에보의 비리 의혹 수사를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겉으로만 보면 이런 공매 절차 이행으로 단대 이전사업 비리 과정에서 예보를 둘러싼 의혹은 해소된 것처럼 보인다. 예보 측에서는 이번 공매로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게 되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예보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서둘러 진행한 공매 절차와 낙찰 과정을 들여다보면 또 다른 의혹이 꼬리를 문다.

우선 공매 과정에서 예보는 ‘사기’시비를 불러일으키는 이상한 절차를 밟았다. 당초 예보는 5월8일자 신문공고를 통해 ‘유의사항’란을 통해 이 채권을 인수한 사람은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요지의 항목들을 적고 모든 문제는 매수자가 책임지는 조건으로 공고했다. 그러나 실제 입찰에 응한 특정 업체와 양수도 계약서를 체결할 때는 매수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을 삽입한 것은 물론, 예보가 손해배상까지 해줄 수 있는 조항도 넣은 것으로 밝혀졌다. 신문 공고에서는 위험을 부각시켜 특정인 외에는 입찰자가 참여할 수 없도록 한 뒤 특정 업체와는 공고와 다르게 유사시 예보에 현저하게 불리한 양수도 계약서를 작성했던 것이다. 이는 특정인 외에는 다른 응찰자가 못나타나게 함으로써 사실상 사기성 특혜 공매를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시비를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예보 측에서는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고, 법률 자문을 거쳤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자가 예보에서 단국대 채권과 관련해 법률 자문을 했던 대형 로펌의 답변서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훗날 심각한 문제가 생길 소지가 발견되었다. 즉, 예보에서 “공매 채권 매수자가 훗날 법적인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는데 그 대응방안이 무엇이냐”고 묻는 항목에 이 로펌측은 “매각과 관련해 어떤 보증도 않는다는 조항과 어떤 하자에 대한 담보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어라.

계약 해제권을 배제하는 조항도 넣어라”라고 답변서에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예보는 이와 반대로 공매과정에서 매수자 측에 손해배상 및 계약 해지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현저히 불리한 조항을 넣어주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예보가 검찰 수사를 비켜가기 위해 매수자 측과 공모해 ‘면피성 공매’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것이다. 단국대 채권은 이전 사업을 진정으로 수행할 사업자에게만 의미가 있다. 단국대와 교육부에 확인한 결과 단대 채권 매입 업체는 지금까지 이에 대한 어떤 의사 타진도 없었다고 한다. 따라서 매수 계약을 체결한 업체가 이전 사업을 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런 의혹에 대해 검찰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공매 최종 성사 여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잔금이 완납되지 않으면 예보로서는 큰 책임을 져야 할 사태가 불가피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검찰 수사 와중에서 급하게 진행된 예보의 단대 채권 공매가 공적자금 회수의 모범적인 사례가 될지 ‘희대의 사기극’으로 귀결될지는 채권 매각 잔금 8백억원 납부 기한인 8월12일이면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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