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집시들과 함께 춤을!
  • 박철(프리랜서 방송 프로듀서) ()
  • 승인 2006.06.21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말레이지아 바자우족 수상가옥 체험/바닷가재 등 해산물 '날마다 성찬'

말레이시아 사바주의 세계적인 휴양도시 코타키나발루 남동쪽에 위치한 샘포르나. 이 곳에서부터 바다의 짚시 바자우족을 만나러 가는 길이 시작된다. 쾌속선을 타고  뱃길을 따라 가면 바자우족을 만날 수 있다. 바자우족은 작은 배 위에서 태어나 평생을 부평초처럼 물 위로 떠다닌다.

땅과 바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는 수면 위로 점점이 나타나는 바자우족 수상가옥으로 인해 선명하게 드러난다. 사방팔방 주위를 둘러보아도 온통 푸른색이다. 코발트색의 투명한 바다는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눈이 시릴 정도다. 1시간 반 가량 쾌속정을 타고 도착한 바자우족 수상가옥, 내부는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수상 가옥은 바다에 나무 기둥을 박은 뒤 나무 조각으로 벽과 바닥을 만들고 나뭇잎을 엮어 지붕을 얹는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두세 개의 방을 만들어 해초나 생선을 말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도 하지만, 목재를 구하지 못한 집은 그야말로 달랑 방 한 칸만 바다 위에 세워져 있을 뿐이다. 수상 가옥에서는 방바닥 한쪽에 뚫은 구멍에 모든 쓰레기를 버리고, 화장실도 바다 위에 세워서 오물을 바로 처리한다. 이곳 사람들은 식사 도중에도 생선 가시, 새우 껍질 등 쓰레기를 아무 거리낌 없이 창밖으로 휙휙 내던진다. 하루 두 번씩 밀물과 썰물이 오가며 자동으로 청소를 해준다.   

바실란 해협(필리핀 남부 셀레베스해)을 오가면서 물고기·산호·조개를 채취하는 바자우족은 깊은 바다에서 잡아 올리는 물고기와 랍스터로 수상부족의 명맥을 이어나간다. 랍스터는 이곳의 명물이다. 바자우 사람들은 거의 모든 생계 수단을 바다 위에서 해결한다. 바다 위에서는 곡식을 키울 수 없기에 쌀, 감자 등 생필품을 육지에서 사온다. 이때 해산물은 중요한 물물교환의 수단이다. 청정바다에서 건져 올린 해산물들은 외지인들에게 각광을 받는다. 깊은 바닷 속에서 갓 건져 올린 전복과 능숙한 솜씨로 잡은 랍스터와 게 따위로 차려진 수상 가옥의 식탁은 금세 풍성해진다. 바자우족의 도움을 받아 직접 낚아 올린 청새치나 참치를 회 떠서 먹는 맛도 기막히다. 바자우족의 식탁에는 어떤 양념이나 특별한 조리법이 필요 없다. 싱싱함 덕에 세상의 어떤 요리보다 맛나다.

풍부한 해산물이 넘쳐나도 바자우족은 화려한 식탁을 탐내지 않는다. 남들보다 더 갖길 원하는 이 시대에, 바자우족은 없는 것도 나눌 줄 아는, 안분자족하는 소박함과 넉넉함이 배어 있다. 자연을 벗 삼아 한 며칠 심신을 달래기 위해 어쩌다 이곳을 찾은 외지인에게 제 구역의 주인으로 각별한 대접을 마다 않는다. 호주머니를 털 생각은 아예 하지 못한다. 이방인의 뒷바라지에 콧노래까지 흥얼대며 어린아이처럼 마냥 즐거워한다.

하루 이틀 수상 가옥에 머물다 보면 코발트 빛 바다와 머리와 온 몸에 쩍쩍 달라붙는 소금기가 신물이 나기도 한다. 이럴 때는 바로 근처에 있는 작은 무인도로 거처를 옮긴다. 길이가 100m도 채 안 되는 작은 무인도에 텐트를 치고 땅 위 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다시 바다가 그리워지면 지상 최고의 스킨스쿠버 포인트로 알려진 시파단으로 달려가 스킨스쿠버를 해보는 것도 좋다.

바자우족 바다는 낙원이다. 화려한 지상보다 더 풍요로운 천국이다. 망망대해 칠흙같은 어둠이 내려앉아도 바자우족 수상마을은 태평양 한가운데 등대처럼 빛을 발할 것이다. 세월이 흐르며 자손들이 태어나고 또 태어나며 세대가 바뀌어도 바다를 떠나지 못할 것이다. 바다는 바자우족의 고향이기에. 

우리는 삶의 재충전을 위해 행장을 꾸린다. 력셔리한 여행이 최고라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바자우족과 함께 보낸 소박한 며칠이야말로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긴 여운을 남겼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