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알면 경제가 보인다
  • 한순구(연세대 교수·경제학) ()
  • 승인 2006.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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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브런치]

 
월드컵 축구 중계방송을 보면 한국의 박지성 선수가 상대팀의 어떤 선수와 프리미어 리그에서 한솥밥을 먹는 사이라는 식의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월드컵에 출전하는 국가들은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전세계를 대표하지만, 막상 선수들의 상당수가 국적을 불문하고 유럽에 모여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조금 야릇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하지만 바로 이런 요소가 축구를 전세계인의 스포츠로 만든 것이다. 

올림픽의 육상 수영 빙상 등 기본 종목들을 보고 있으면, 스포츠만큼 각국의 경제력을 반영하는 것도 드물다는 느낌이 든다. 언뜻 하기에는 자동차도 별로 없는 나라의 선수들이 달리기를 잘할 것 같지만, 올림픽에서 육상 종목을 휩쓰는 나라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가의 경제 수준이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어 버린 듯하다. 

그런데 월드컵 경기를 보면 축구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경제적 선진국이 물론 잘 하기는 하지만, 브라질 아르헨티나 토고 에쿠아도르 파라구아이 같은 나라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유럽이 투자한 돈으로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나라의 소질 있는 선수들이 유럽에 가서 유럽의 돈으로 축구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어린 학생이 자기부모님에게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하거나, 축구 레슨을 받게 돈을 달라고 하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딴 생각만 한다고 몹시 꾸중을 들었을 텐데, 요즘은 오히려 부모들이 나서서 아이들을 축구 선수, 야구 선수로 키우려고 한다. 경제적으로 야박하게 말하면 예전에는 축구선수가 되어 봐야 한국의 실업 팀에 들어가서 먹고 살기 힘들었는데 요즘은 한국의 K-리그도 있고, 정말 잘 하면 박지성 이영표 선수처럼 유럽에 진출해 수십 억대의 연봉 수입이 가능하므로 자식 운동시켜서 덕 보려는 생각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상당히 잘산다는 우리나라가 이럴진대, 아프리카나 남미의 부모들은 오죽하겠는가? 

어쨌든 유럽 축구 리그들의 외국 용병 기용은 축구가 다른 스포츠와 달리 세계적인 스포츠가 되는 것에 크게 기여했다고 여겨진다.

의미심장한 ‘연봉의 경제학’

한편, 유럽 축구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외국인 용병을 금지하면 일견 자신들의 일자리가 늘 것처럼 생각되겠지만, 축구 수준의 저하로 관중이 흥미를 잃어 축구 산업이 위축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베컴 발락 앙리가 있어도 호나우딩요 크레스포 호나우도 셰브첸코 등이없는 리그에 많은 관중이 오겠는가 하는 이야기다. 결국 유럽의 축구 선수들 처지에서도 외국인 용병 제도가 꼭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 

이런 논리가 현재 큰 쟁점이 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논란에도 시사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보면 요즘 내가 축구 시합을 너무 많이 보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연봉을 보아도 재미있는 점이 있다.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30억 원에 육박한다고 알고 있는데, 신인 선수들의 연봉은 항상 몇천 만원 수준인 것을 보면 기업에서 회사, 정규직 노조, 그리고 비정규직의 상황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해진다.

또 얼마 전 보도를 보니 박찬호 선수의 연봉이 베컴의 두 배 정도 되는 것 같던데, 이는 매주 한 번 정도 시합하는 축구 구단의 수입이 아무리 높아도 거의 매일 시합하는 야구 구단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점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야구 선수가 축구 선수보다 꼭 낫다고 할 수는 없다. 경기당 수당은 축구가 엄청 더 많은 셈이고 세계적인 스포츠라서 광고 수입이 더 좋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축구장에 열심히 가서 구단들의 수입을 올려주고 축구 선수들이 나오는 광고도 열심히 보아서 선수들의 수입을 올려 주어야만 한국 축구도 점점 발전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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