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폭탄’은 계속 쏟아진다
  • 오재호(부경대 교수 · 환경대기학) ()
  • 승인 2006.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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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로 강수량 늘고 집중호우 잦아져…‘자연재해 대응 국가 실천 계획’ 절실

 

이번 장마는 엄청난 비를 한반도에 뿌렸다. 7월11일부터 7월17일 사이에 중부 지방에는 평년의 다섯 배나 많은 비가 내렸다. 제주도를 제외한 남부 지방도 다른 해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강우량을 기록했다. 52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었고, 주택 3천여 채가 물에 잠겼다.

문제는 이번 같은 ‘물 폭탄’이 다음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비 오는 횟수는 줄어드는 대신 한번 오면 ‘양동이로 쏟아 붓는’ 식의 폭우가 내릴 가능성이 크다. 홍수가 계속되는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지난 1900년부터 2005년까지 1백5년 동안 아시아에서 가장 큰 희생을 불러온 것은 질병과 굶주림이었다. 희생자의 34%가 이 때문에 죽었다. 그 뒤를 가뭄(30%)과 홍수(26%)가 이었다. 그런데 질병과 굶주림도 결국에는 이상 기상으로 인해 악화하는 경우가 빈번한 만큼 사망의 주요 원인이 강수 현상의 변동에 따른 것이라고 해도 큰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것은 피해자 분포에서도 잘 나타난다. 1980년부터 2005년까지 25년 동안 자연 재해로 인해 발생한 이재민들을 분석해보니 홍수가 58%였다. 가뭄이 30% 정도, 폭풍피해가 10% 정도로 뒤를 이었다. 즉 자연 재해와 관련 지어본다면 아시아에서는 홍수와 가뭄에 따른 강수 변동이 삶을 가장 크게 위협한 요인이었던 것이다.

2005년은 지난 100년 동안 두 번째로 더웠던 해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북·서유럽의 유례없는 가뭄과 불볕 더위, 46℃를 기록한 미국 세인트루이스 미국 동부 지역의 이상 고온 현상에서 보듯 올해가 지난 100년 이래 가장 더운 해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01년 발간된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회의(IPCC·Internatioal Panel in Climate Change)’ 3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세기 후반부터 지구의 평균 지표 기온이 0.6±0.2oC 정도 상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대로라면 1990~2100년 기간에 지구의 평균 표면 온도는 1.4~5.8℃ 증가할 것이다. 이와 같은 기온 상승률은 20세기 동안 관측된 변화보다 훨씬 더 크고, 적어도 지난 1만년 동안 전례가 없었다. 이 보고서는 이러한 지구 온난화 현상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여름 강수량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지구의 평균 수증기량과 강수량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6년은 지난 100년 이래 가장 더운 해 될 듯

이런 지구 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앞으로 100년간 우리나라의 하루 강수량은 대략 0.07 mm 정도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일 년에 비가 오는 횟수는 18일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즉 강수량은 증가하는 반면 비가 오는 날은 줄어들어 한 번 오면 현재보다 하루에 1.04mm 많은 비가 내린다른 것이다. 이에 따라 강우강도는 17% 정도 더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 온난화와 더불어 해마다 증가하는 자연 재해에 맞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이제 국가는 ‘복구’에 치중되어 있는 방재 개념을 맨 첫 단계인 경감 단계부터 철저히 대비하는 ‘자연 재해 대응 국가실천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 국가 실천 계획은 중앙 정부로부터 지자체에 이르기까지 각급 정부기관 및 연구기관들이 참여하여야 한다.

기상청은 잠재적 위험을 인식하고 감시하며 필요시 경보를 발표한다. 이를 통해 재해로 발전할 위험을 예방하거나 누그러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재해를 예방하고 경감시키기 위한 훨씬 더 큰 ‘시스템’의 한 요소에 불과하다.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계획의 이행은 각 나라의 중앙 정부로부터 지자체까지, 지방의 경찰로부터 소방, 보건 및 사회 서비스까지, 모든 수준의 정부 부처들이 관여하는 ‘국가실천계획(National Action Plan)’부터 수립해야 한다. 이 계획의 성공 여부는 각 기관이 분명하게 정의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는 것에 달려 있는 만큼 이들 기관의 의무가 무엇인지를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

 

세계기상기구는 각국의 국가실천계획은 다음과 같은 네 개의 요소, 즉 경감, 대비, 대응, 복구로 구성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경감’은 국가의 어느 분야든 특정 형태의 위험에 대한 취약성을 인정하고, 그리고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단계이다. 이 단계는 댐을 건설하여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는 것, 건물이 강풍에 견딜 수 있도록 건축 관례를 보완하는 것, 홍수에 취약한 땅에 개발을 금지하는 것, 그리고 대피 절차를 확인하는 것을 포함한다. 경감은 기본적으로 장기 계획이다.

‘대비’는 더 광범위한 공동체에 해당한다. 주민들은 그들이 당하는 위험의 속성을 인식하고, 또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받아야 한다. 그들은 기상청과 방재 기관들이 제공하는 기상 정보를 공유하는 방법을 숙지해야 한다. 개인과 가족은 개인 대처 요령, 비상용품 목록, 그리고 자신의 안전 장구에 대해 분명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주민들은 또한 상호간에 그리고 응급 서비스 기관과의 협력 방법을 숙지해야 한다.

‘대응’ 단계는 경감 단계와 대비 단계 동안 개발된 대책의 이행을 포함한다. 기상청은 분초를 다투어 최신의 주의보·경보를 발령할 것이다. 응급, 보건, 사회기관들, 자원 봉사자들과 시민들은 모두 전체의 실천 계획에서 나름대로 자신들의 역할을 가질 것이고, 공동체의 안전 보장을 위해 조직적으로 그리고 일사분란하게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복구’는 재해를 당한 이후에 손실을 회복하고 공동체를 재건하는 단계이다. 실천 계획에 들어 있는 모든 행위자들은 그 계획이 얼마나 적절하게 작동되었으며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를 평가할 것이고, 또한 다음 번 계획을 검토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적어도 기아와 질병으로부터는 어느 정도 탈출했다. 그러나 이런 산업 발전의 결과는 지구 온난화라는 부작용을 만들어냈다. 많은 기후학자들은 이상 기상 현상이 유례없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을 지난 세기부터 본격적으로 관측되기 시작한 지구 온난화 현상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아무도 자연 재해의 위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속수무책으로 앉아만 있을 수는 없다. 기상청을 비롯한 방재 당국은 자연 재해를 피해갈 방도뿐만 아니라 좀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도록 ‘자연 재해 대응 국가실천계획’을 마련하고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개인과 가족 또한 자신들의 안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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