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적 음모” “정치 선전 말라”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6.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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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X파일 재판’ 방청기/원고·피고측 변호인·증인 공방전 ‘불꽃’

 
“X파일 사건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금권을 내세워 대통령까지 세우려고 한 쿠데타적인 음모다. 이를 알고도 보도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불고지죄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7월19일 오후 4시30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성기문) 심리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MBC 이상호 기자는 이렇게 증언했다. 이날 재판은 김진환·안강민 전 검사장이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었다. 법무법인 해마루와 덕수에 소속된 노의원의 변호인단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과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도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이들은 ‘불출서 사유서’를 제출하고 나오지 않았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다”라는 재판장의 말처럼 이날 재판에서는 양측 변호인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증인과 재판장간의 밀고 당기기도 만만치 않았다.
노의원의 변호인들은 증인을 통해 X파일 사건의 전모를 드러내려는 전략을 썼다.

“X파일에 등장한 두 사람의 목소리가 홍회장과 이부회장이라는 것을 어떻게 확인했나”라고 증인 심문을 하는 식이다. 이상호 기자는 “청각으로 비교했고 미국의 사운드 엔지니어와 국내 전문 분석 기관 두 곳에 의뢰해 두 사람의 목소리와 기계적으로 완전히 일치한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두 사람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을 뿐 단 한 번도 자신들의 목소리가 아니라고 주장한 적이 없다”라고 답했다.

이기자는 “X파일은 전체적으로 이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얘기를 홍회장에게 전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내용을 들어보니 뇌물을 전달하는 행위가 전혀 죄의식 없이 일상적이고 사무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느껴졌다. 아마 우발적이었다고 생각되었으면 보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큰 그림’을 확보한 정황을 바탕으로 “검사들에게 돈이 건네졌다”라는 노의원 주장의 타당성을 입증하려는 피고측에 원고측인 법무법인 충정 소속 변호인은 “법정을 정치 선전장으로 만들면 안 된다. 주장하려는 내용이 있으면 재판부에 서면으로 제출하면 될 것 아니냐”라고 맞섰다. 고소 내용에 한정해서 구체적인 변론을 하라는 주장이었다.

재판장도 증인과 노의원 변호인측에 주의를 주었다. 변호인측에는 “이 건에 대해서만 물어보라”고, 증인에게는 “장황하게 설명하지 마라. 제3자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명예 훼손이 될 수 있다”라며 제동을 걸었다. 재판장을 원고측 변호인과 이기자가 말싸움을 벌이자 “이상호씨, 조용! 대리인과 설전을 벌이지 마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상호 기자, 새로운 사실 증언

이기자는 이날 증언에서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털어놓았다. X파일에 등장하는 의문의 로비스트인 ‘정고문’이라는 사람과 관련해 뇌물 데이터 베이스를 작성하면서 후속 취재를 하고 있다는 것과 이학수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지시를 받고 홍석현 회장을 통해 집행한 ‘뇌물 수수 보고서’가 있다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한편 노의원의 변호인측은 “노의원이 X파일과 관련한 주장을 펼치기 전 90분에 달하는 X파일 녹음 테이프를 다 들었다”라고 말했다.

노의원의 변호인측은 법정에서 X파일 녹음 테이프를 직접 검증하자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녹취록으로 접하는 것과 직접 음성으로 들었을 때 느낌이 많이 다른 만큼 재판부가 테이프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재판장은 “사유를 자세하게 적어 신청하면 판단을 하겠다”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원고측은 재판부에 “사안이 분명한 만큼 빨리 결론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 또한 “신속하게 진행할 생각이니 원고와 피고측 모두 협조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다음 재판은 9월6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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