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도박 바로 알기
  • 이상건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6.08.0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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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놀이를 좋아하는 존재, 호모 루덴스(Homo Ludens)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놀이 중 하나가 바로 도박이다. 인류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은 최소한 6천년 전부터 우연한 사건을 두고 돈을 거는 내기 즉 도박을 해왔다고 한다. 특히 한국 사람들의 도박열은 세계적이다. 새로운 내기거리가 생길 때마다 도박 열기가 일어난다. 국내 최초로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게 된 강원랜드 카지노가 생길 때도 그랬고, 인생 역전을 꿈꾸는 로또 복권이 등장했을 때도 열기가 대단했다. 최근에는 성인 오락실을 가장한 불법 도박장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고스톱은 전국민적 놀이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도박을 좋아하는 성향이 강한 탓인지 한국인들은 투자도 도박처럼 한다.

사람들이 도박에 빠지는 이유에 대해 심리학자 이흥표 박사는 <도박의 심리>에서 ‘도박은 가장 자극적이고 위험한 놀이이자 즐기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세계’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도박자는 불확실성에 내기를 거는 사람들이다. 도박의 매력은 즉시성에 있다. 결과를 빨리 알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빨리 빨리’ 문화를 갖고 있는 한국인 성향과 딱 맞아떨어진다. 그래서 습관성 도박자들이 보이는 징후가 ‘조급증’이다.
게다가 도박은 손실이 커질수록 보상 받으려는 욕구가 커지는 속성이 있다. ‘이번 한 번만 잘 되면 그동안 잃었던 돈을 모두 회복할 수 있어’라는 왜곡된 기대가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자라난다. 도박에 빠진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잃은 돈이 너무 커서 그 돈을 복구하려고” 혹은 “본전 생각에”라는 말이다.
도박자들은 또한 자신이 돈을 잃은 것에 대해 자신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대신 “운이 안 따라서” “재수가 없어서” “사기를 당해서” “밑천이 모자라서”라고 말한다.

불확실성에 내기 거는 도박자들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 실패한 사람들은 도박자들의 모습을 닮아 있다. 아니 그들은 투자를 도박처럼 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일단 조급하다. 투자 결과가 빨리 빨리 나와 주기를 바란다. 주가가 오르면 한껏 고양된 마음으로 주식을 사고,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공포심에 질려서 서둘러 판다. 그리고 투자 손실이 발생하면, 본전 생각에 더 돈을 끌어 들여 투자를 한다. 불확실성에 계속 내기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라는 게임은 불확실성을 쫓는 행위가 아니라 확실성을 추구한다. 숲 속의 새떼보다는 손에 든 새 한 마리를 중시한다. 그리고 잃지 않으려 한다. 잃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 돈을 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식에 1천만원을 투자했다 마이너스 50%의 수익률을 기록해 5백만원을 잃었다고 가정해 보자. 원금을 회복하려면 몇 %의 수익률을 올려야 할까. 원금의 절반을 잃었으니 50%가 올라야 본전을 회복할까. 그렇지 않다. 5백만원에서 50%가 오르면, 7백5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본전을 찾으려면 무려 100%의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 잃은 것은 50%이지만 원금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수익률이 100%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워렌 버핏이나 존 템플턴 경 같은 투자의 달인들이 버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다.

버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것이 중요

투자는 불확실성에 판돈을 거는 도박이 아니다. 투자는 확실한 수익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게임이다. 하지만 천천히, 꾸준히 수익을 내는 것은 빠른 결과를 원하는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 투자의 성과는 시장 상황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을 억제할 수 있는 자제력에 달려 있는 것이다.

버핏은 도박하는 자세로 시장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유용한 충고를 들려주고 있다. “이길 수 있는 승산이 아무리 적어도 입장료는 얼마 안 되고 상금은 많기 때문에 도박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넘쳐난다. 미국의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와 주 복권협회가 푸짐한 상금을 내거는 것은 그 때문이다.” “사람들은 서서히 부자가 되는 것보다 당장 다음 주에 복권에 당첨될 가망성에 더 큰 희망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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