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엄청난 짓을 저질렀다.”
  • 문정우 대기자 (mjw21@sisapress.com)
  • 승인 2006.08.0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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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부 이준규 재외동포영사국장 인터뷰

 
아프간 평화축제 주최 측에서는 아프간 정부가 아니라 한국 정부가 행사를 막는다고 주장한다. 사실인가. 정부측에서도 사실 지난 5년간은 이들의 활동을 방치해오지 않았는가.
예전에는 산발적으로, 소규모 그룹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아프간 치안 상황이 최근 악화됐고, 이들이 이번에는 너무 대규모로 행사를 치른다고 대외적으로 거창하게 선전해 문제가 됐다. 이들 보다 먼저 활동해온 다른 한국 NGO나 선교사들이 잘못하면 이곳에서 지난 5년 동안 해온 민간외교의 성과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우리에게 경고를 했다. 그래서 우리가 아프간 정부에 경고를 하긴 했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이들을 국외로 내보내기로 결정한 쪽은 아프간 정부이다.

당초에는 아프간 정부가 이들이 행사를 여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었나?
아프간 정부는 이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이들이 제출한 행사 계획서만 보고 허락한 것이다. 스포츠, 문화, 봉사 활동만 하는 것으로 알았지 그 배경에 기독교가 있다는 것은 잘 몰랐다. 그래서 이들에게 행사를 허락한 쪽도 내무부가 아닌 문화관광부였다. 그러다가 뒤늦게 위험성을 깨닫고 취소한 것이다. 행사 주최측에서는 마치 우리 정부가 압력을 넣어서 행사가 취소된 것처럼 주장하고 있는데 한 나라 정부가 그런 식으로 움직이리라고 보면 오산이다. 아프간 정부는 그동안 국제사회에 아프간 사회가 매우 안전하다고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이번 행사 때문에 불상사가 생길까봐 전전긍긍한다.

지금 카불에는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이 6백 여 명이나 있고, 그들의 건강상태가 나빠 쉽게 철수하기도 힘든 상태라고 하던데. 
맞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무리 없이 철수할 수 있도록 아프간 정부와 협력을 할 생각이다.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지 물었더니 주최측에서는 자기들에게도 의료진과 의약품이 있기 때문에 아직은 필요 없다고 대답했다.

주최측에서 철수 결정을 내려도 상당수 인원이 아프간에 계속 남아 활동할 가능성도 있는 것 같다.
주최측이 우리 국민이 모두 안전하게 철수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 정부가 그렇게 경고했는데도 말을 안듣다가 만약 무슨 사고라도 난다면 그들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아프간 상황이 지금 그렇게 위험한가. 이들은 지난 5년간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고 주장하던데 사실인가.
맞다. 한국인에 대한 직접 테러는 아직 한 건도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미래에도 그러리란 것을 보장하진 않는다. 그것은 은밀하게 활동할 때 얘기다. 일시에 모여 대규모 행사를 치르는 것은 위험하다. 이들은 자기들이 지금 얼마나 엄청난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이렇게 대규모로 기독교 행사를 치른다는 것은, 물론 아무 일도 안 일어날 수도 있지만 도박이다.

이들이 청소년까지 대거 대동하고 아프간에 간 것은 좀 납득하기 어렵다.
굉장히 무책임한 짓이다. 한국 정부가 주최 측에 아프간에서 맞을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라고 요구했었지만 이들은 자기들의 사업 목적만 미화해 설명해 회유해 사람들을 데려갔다. 나쁜 것은 이들이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행사를 강행했다는 점이다.

혹시 피해를 입을까봐 한국 교민 대다수가 인근 국가로 피신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맞는가. 행사 주최측에서는 휴가를 떠난 것뿐이라고 주장하던데.
한국 정부 차원에서 사람들을 피신시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모두 휴가를 떠난 것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아무려면 2백 명 중 1백80명이 한꺼번에 휴가를 떠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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