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단하다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6.08.0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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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신조어]
 
한때 ‘검새스럽다’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2003년 3월, 노무현 대통령과 ‘검사들의 대화’를 지켜본 네티즌이 검사들에게 붙여준 신조어다. 대통령을 공격하듯이 토론하는 검사들의 모습을 빗대어 ‘뻔뻔하기 짝이 없다’ ‘무례하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이 말은 검사들을 비판할 때면 지금도 심심치 않게 쓰인다.

‘검새스럽다’ 못지않게 앞으로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조어가 ‘지단하다’이다. 여기서 ‘지단’은 지난 7월10일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독일월드컵 결승전에서 이탈리아 마르코 마테라치의 가슴을 머리로 들이받은 프랑스의 축구 선수 지네딘 지단을 말한다.

‘지단하다’는 말은 영국에서 나왔다. 지난 7월18일 영국 스트랫퍼드 경마장에서 경주를 펼치던 폴 오닐이라는 기수가 말에서 떨어지자 화가 난 나머지 고삐를 잡아당겨 말에게 박치기를 했다. 한 영국 신문이 이 사건을 ‘화난 기수가 말에게 지단했다’라고 보도하면서 신조어가 탄생했다. 즉 ‘지단하다’는 ‘박치기하다’의 동의어이다.

프랑스에서 ‘지단 박치기 송’이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하고, 중국에서 한 기업인이 지단의 박치기 모습을 로고로 상표 등록하는 등 ‘지단 상품’이 히트 치고 있는 가운데 드디어 신조어까지 등장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눈길을 끄는 제목 뽑기에 고심하는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에 ‘지단하다’가 등장했다. 최근 한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 이렇게 썼다. ‘1300선~1350선 사이에서 매물벽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지단하다’라는 신조어처럼 되기를 바란다’ 주가가 박치기를 하는 것처럼 매물벽을 들이받고 뛸 것이라는 의미를 ‘지단하다’라고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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