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승천하는 못가를 임금처럼 거닐다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6.08.1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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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선택] 창덕궁

 
물고기가 있다. 돌에 새겨 있는 물고기다. 하늘을 향해 막 차고 올라가려는 듯한 모습이다. 왜 연못가에 물고기를 새겨놓았을까. 이 대목에서 생각나는 것이 ‘어변성룡(魚變成龍·물고기가 변해서 용이 된다)’이라는 말이다. 창덕궁 후원인 이곳에서 임금이 자리한 가운데 ‘전시(殿試)’가 치러졌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물고기가 승천해 용이 되는 것처럼 과거에 급제해 승천하는 ‘용’이 되기를 꿈꾸며 이곳에서 과거를 치르지 않았을까.

찌는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부용지(芙蓉池)와 부용정(芙蓉亭)이 그리워진다. 다른 궁궐의 후원도 아름답지만 이만한 곳이 있을까싶다. 정자와 연못, 건물과 풍광의 조화가 실로 눈부시다. 더위를 절로 잊고 선계(仙界)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과거를 보는 선비들, 연못 너머 언덕에 있는 규장각에서 책을 읽는 신하들, 부용정 주변을 거니는 임금님의 모습이 눈에 밟힌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곳이 어디인가?

규장각이 있던 ‘주합루(宙合樓)’ 앞 ‘어수문(魚水門)’에 서서 부용지를 바라본다. 어수문을 향해 헤엄쳐 오는 물고기들이 보인다. 우리나라에 있는 정자 가운데 가장 멋을 부렸다는 부용정의 아담한 아름다움이 눈에 꽉 찬다. 문득 주합루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이 여름에 주합루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은 정해진 시각(매시 15분과 45분에 입장)에 직원의 안내에 따라 관람할 수 있다. 일반인은 요금이 3천원이다. 반가운 소식은 매주 목요일에 한해 1만5천원을 내면 하루 종일 자유로이 관람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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