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얼짱 여군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6.08.1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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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속으로]

 
된장녀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고추장남’이다. 된장녀가 밍크털 속눈썹을 동경하는 사치스럽고 허영에 찬 여성을 뜻한다면 고추장남은 게으르고 촌스러운 남성을 의미한다. 남성 누리꾼의 된장녀 공격에 대한 여성들의 반격이다.
인터넷에 나도는 고추장남 묘사 게시물을 바탕으로 고추장남의 하루를 재구성하면 이렇다.

고추장남은 여자 친구가 없다. 애정 결핍 테스트 문항 중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다', '다리를 떤다,' '자책한다', '집에 있으면 우울해진다'등 일곱 개 항목 이상에 ‘예’라고 답한다. 애정 결핍증이 지나치면 여성 혐오증이 될 수 있다. 8월2일 여성에 대한 증오심으로 거리 복판 살인극을 벌인 30대 요리사 이모씨와 비슷한 정신 상태가 되어간다.

휴일에는 더위를 피해 피서지로 가보지만 음주에 고성방가를 하고 계곡이나 모래사장에 음식을 버리는 등 피서지 꼴불견으로 뽑힌다. 일과 중에는 인터넷으로 연예 뉴스나 보면서 노현정 결혼 소식에 분개한다. 괜히 재벌을 미워하며 노현정 옛 남친 사진을 뒤적인다. 미스코리아 손민지 사망 소식에 안타까워하지만 곧 새로운 미인을 보며 만족한다.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북한 얼짱 여군 이미지(사진)에 침을 흘린다.

 
밤에는 열대야 극복 방법을 몰라 잠 못 이루며 고생한다.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기르는 것이 열대야 극복 방법이건만, 결국 새벽까지 텔레비전만 보면서 지샌다. 새벽 2시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가 위안이다. 자신과 아무런 상관없는 박지성 52억원 몸값을 생각하며 흐뭇해한다.

고추장남의 하루는 된장녀에 대한 반발이지만 지난주 인기 검색어 목록에 올랐던 된장녀의 하루보다는 더 현실감이 있어 보인다. 된장녀가 실체 없이 남성 누리꾼의 상상이 빚어낸(<시사저널> 877호 참조) 집단 이지메 같은 것이라면 고추장남은 흔히 ‘폐인’이라고 부르는 남자들의 행태와 유사하다.

8월 첫째 주 인기 검색어 10
1. 노현정 결혼
2. 손민지 사망
3. 열대야 극복 방법
4. 북한 얼짱 여군
5. 박지성 52억
6. 피서지 꼴불견
7. 거리 복판 살인극
8. 애정 결핍 테스트
9. 고추장남의 하루
10. 밍크털 속눈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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