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신선’과 어울린 천하의 명당
  • 남문희 전문기자 (bulgot@sisapress.com)
  • 승인 2006.08.2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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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선택] 회문산

回文山道理開也 輝輝靑靑得一明 坤道火水易一時 臥以東風大一明” 회문산에 간다고 하니 아는 스님이 시 한 수를 주었다. 13세 때 그곳에 갔을 때 스승께서 주신 시란다. 열세 살의 어린 제자 손을 잡고 스승은 왜, 이 험산 유곡을 찾았을까. 형상풍수학의 전인인 옥당 최운권 선생을 따라 산을 오르는 내내, 생각에 잠겼다.

예부터 회문산은 24대 명당에, 천하대혈처라는 오선위기혈까지 품고 있어, 음택을 쓰고자 하는 세도가와 재력가, 그리고 풍수가와 이인열사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 불볕 더위를 참으며 주봉인 장군봉을 향하는 길가에도 군데군데묘지가 많이 보였다. 제대로 찾아 쓰면 ‘후손 중 59대에 걸쳐 장상이 난다’는 오선위기혈. 누군들욕심이 나지 않으랴마는, 최선생은 ‘하늘이 낸 인연 아니고는 택도 없는 소리’라며 일갈한다.

9부 능선쯤에 이르렀을까. ‘세 사람의 도인이 신선이 되어 올라간 곳’이라는 신선굴이 나타났다. 신선굴 옆의 장대한 바위에 이들 ‘신선 후보자’들이 유려한 글씨체로 새겨놓은 의미심장한 글귀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회문산 행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구한말 강증산이 ‘한 고조는 마상에서 득천하 했지만 우리는 반상(바둑판)에서 득천하 하리라’고 하면서 바로 회문산 오선위기혈이야말로 ‘반상 득천하’의 비밀 열쇠를 간직한 천하의 명당이라고 했다는 소리를 듣고, 꼭 한번 그 장관을 보고자 했다. 그러나 두 번 모두 겨울이어서 산 언저리만 돌다 갔고, 이번에 드디어 정상을 밟게 되었다.

최선생의 설명에 따르면, 이 장군봉을 포함하여 바로 그 밑의 중봉, 중봉과 맞선 무직산, 그리고 동서로 벌려 있는 성미산과 여분산이 바로 다섯 신선이요, 이 다섯 신선의 기운이 모이는 어딘가에 오선위기혈이 존재한다. 정상에서 바라보니 참으로 장대하고 웅장한 산세이다.

첩첩산중이란 게 바로 이런 것일 터인데, 그 형상에서 강대국에 ‘첩첩이’ 둘러 싸인 이 땅의 모습이 떠오른 것은 또 어인 일인가.

‘반상득천하’는 바로 ‘역설적 희망’의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역경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는 뜻이다. 노스승이 어린 제자에게 보여주고자 한 것도 바로 그런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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