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는 '괴물' 세우려는가
  • 전진삼(건축비평가 · 발행인) ()
  • 승인 2006.08.22 10:5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국공원 창조적 복원 사업'은 도시 경쟁력 잃는 '짝퉁 만들기 사업'

 
가짜를 만들어서 흥행에 성공한 대표 프로젝트. 청계천 복원 사업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기계의 힘으로 물을 흘려보낸다 한들 문제될 것이 없다는 듯 청계천을 찾는 인파는 여전히 많다. 도심 한복판을 흐르는 투명한 하천의 존재는 대중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대중은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려 들지 않는다. 그 바람에 복원이라는 개념이 싸구려로 전락해 버렸다. 이 도시 저 도시의 행정 수장들이 청계천에서 복원이라는 이름의 짝퉁 만들기를 배워가고 있다. 월미관광특구로 지정된 인천의 자유공원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해괴망측하게도 과업명이 ‘만국공원(자유공원의 옛 명칭)의 창조적 복원 사업’이다.

복원이 무엇인가? 오리지널한 재료와 확실한 자료를 바탕으로 기념 건조물의 미적·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명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고도의 전문 작업이다. 어떤 경우에도 추측에 의해서는 안 되며, 고고학적 및 역사적 연구를 행해야만 한다고 1964년 유네스코에서 제창한 베니스 헌장에 명시되어 있다.

복원할 가치 없는 건물까지 복원한다니…

복원의 의의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 없이 행해지고 있는 만국공원 복원 사업은 현재의 한·미 수교 100주년 기념탑을 해체하고 그 자리에 있던 존스턴 별장(인천각이라고도 불림)을 복원하며, 맥아더 장군 동상을 철거하거나 이전하고 인근 부지에 위치했던 세창양행 사옥을 복원하며, 기타 알렌 별장·영국영사관·러시아영사관 등을 공원 내 지정 장소에 복원하여 이 지역이 지녔던 개항장 시대의 추억을 담는 관광형 테마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19세기 말 20세기 초 제국주의 열강이 식민 지배의 역사 현장을 다문화 융합 공간의 성격으로 복원한다는 발상이다.

 
이들 근대 건축물은 전부 멸실된 상태다. 일부 사진 자료와 몇몇 개인 자료에 기술된 공간의 기억과 그것에 의존해 그려진 도면이 전부이다. 인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근대 공간의 랜드 마크로 지목하고 있는 존스턴 별장조차 핍박받던 그 당시 대부분의 한국민들에게는 접근조차 어려웠던 건물이고 보면 만국공원 복원의 배경이 심히 의심스러워진다. 어려웠던 시대에 그곳을 드나들었던 ‘특별한 인사들’의 추억담에 기댄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한동안 일본인들이 인천각이라는 이름의 요정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왜 복원 사업을 앞세우는가? 이유는 분명하다. 구도심 재생 사업의 하나로, 화려했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여 주민의 생활 기반을 튼튼히 하겠다는 것이다. 없었던 역사를 가짜로 쓰자는 것이 아니므로 복원된 건물이 허구일지라도 문제될 게 없다는 논리다. 그것이 부정확한 정보에 따른 것이며, 새로운 공원 기획에 의해 가짜를 만드는 것이기에 ‘창조적’이라는 생뚱맞은 수사를 붙이고 있다.

현재 자유공원 일대는 맥아더 동상을 둘러싼 이념 논쟁으로 복잡하다. 공교롭게도 인천시가 추진하고자 하는 만국공원 복원은 이 상징 기념물을 없애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근대와 현대 시기에 걸쳐 자유공원이 가진 공간 이데올로기 가운데 그나마 현대의 것이 우리 의지로 담아낸 공원의 성격에 더 맞다. 그것이 부분적으로 잘못된 것일 수는 있어도 그렇다고 해서 그보다 앞선 근대의 공간으로 회귀하여 우리의 의지와 전혀 무관하게 조성된 일상적인 건조물을 복원하겠다는 발상은 어처구니없다. ‘지금 여기’의 진짜를 만들 생각은 하지 못하고, 당장의 이익을 탐해 도시 공간의 경쟁력을 저버리는 ‘괴물’을 기획하고 있는 인천시의 근시안이 아쉬울 뿐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