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대선, 최형우.DJ.JP 3파전”
  • 로스엔젤레스. 오민수 기자 ()
  • 승인 2006.08.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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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18년 근무한<...코리아 파일> 저자 제럴드 리씨/CIA 보고서 분석.공개
한권의 책이 정치권에 숱한 화재를 부리고 있다. <서울에 남겨둔 제럴드 리의 코리아 파일>. 70년대 말부터 18년간 한국과 일본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으로 활동한 이용수씨(미국명 제럴드 리)가 써낸 정치 비사이다. 지난 7월 출간되자마자 정치권에서는 이 책의 내용들이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갔고, 이 책에 등장하는 현역 정치인들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는 기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8월2일 오후 2시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 힐스 힐튼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근 S국내의 숱한 언론인과 친분이 있지만, 한국 기자와 정식으로 인터뷰하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약 2시간에 걸친 인터뷰가 거의 끝나갈 무렵 책에 대한 국내 정치인들의 반응이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김대중 총재는 ‘잘 썼는데 민족적 관점이 더욱 강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고, 김종필 총재는 ‘그 사람 별 싱거운 애기를 다 쓴다’며 웃었다는 애기를 들었다”라고 답변했다.

 
저자의 신원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먼저 자신을 소개해 주시죠
미국에 공부하러 왔다가 우연한 기회에 미국 정부에 채용되어, 거기서 일을 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시간을 한국과 일본에서 보냈습니다. 주로 정치 관계 업무와 안보 관련 업무를 맡았습니다.

미국 정부란 구체적으로 중앙정보국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지금까지도 CIA는 공식적으로는 활동과 존재를 부인하지만... 그렇죠, 거기서 근무했습니다. 다만 명확히 저의 직무와 활동 내용을 공개 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는 은퇴한 상태입니다.

아무리 은퇴한 처지라도 해도 직무상 취득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겁니까? 더구나 몇몇 현역 정치인들에게 매우 치명적인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던데요
엄격하게 비밀로 분ㄹ된 것은 공개한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활동할 당시 수많은 정치권 인사들과 정부 관료, 군 관게자, 정보 요원들과 접촉했고, 그들을 상대로 일을 했습니다. 만약 제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썼다면 그들이 가만 있겠습니까. 99%의 근거 자료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밀로 분류된 것은 쓰지 않았자민, 제가 쓴 글은 명확한 사실과 자료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책을 출판한 행위 자체를 정보의 연장선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한 상상입니까? 아니라면 이 책은 출판한 의도는 무엇입니까?
미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한반도에 작용하고 있고, 이것은 국민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제가 이것말고도 앞으로 책을 세 권 더 출판할 예정인데, 그것이 모두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의 비위에 맞지 않는 내용들입니다. 예전 저의 보스는 ‘다신 그러면 국제 미아가 된다’라고 충고하기도 했지만, 한국 정부와 국민이 시행 착오를 줄이는 자료가 됐으면 하는 바랍입니다.

앞으로 출판할 책은 어떤 내용입니까?
우선 한국에서 주한미군으 존재를 사례 중심으로 파헤치는 책인데 <용산 왕국의 무법자>라고 가제를 붙여 봤습니다. 미군이 점령군처럼 행동하는실태와 이를 부추기는 한국 지도자들의 문제를 썼습니다. 그리고 한․미 외교 관계의 비화들을 마흔다섯 가지 사례로 정리한 원고도 있는데, 우리 정치 지도자들과 국민이 미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꾸몄습니다. 마지막 책은 <97년 대권 주자들>인데, 미국과 일본이 파악하고 있는 대권 주자들의 면면에 관한 내용입니다. 시기적으로 매우 부담스러운 주제이기는 하지만 모두 올해 안에 출판할 예정입니다.

미국의 ‘보이지 않는 손’을 말씀하셨는데, 아닌 게 아니라 <․․․코리아 파일>을 보면 6공 때 청와대를 도청하지 않고는 쓸 수 없는 장면들이 너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도청을 하고 있습니까?
한국 같은 수직 사회에서는 권력 핵심부의 동향을 알면 정치․경제․사회 전분야를 파악하기가 아주 쉬워집니다. 단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해외 정보기관의 타깃이 어디겠습니까. 박동선 사건 때 도청 논란이 있었는데, 지금도 미국․일본․러시아 정보 관계자의 첩보 활동은 부단히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꼭 부정으로 볼 문제는 아니고, 현실로 받아들여 대처해야 합니다.

장기간 한국에서 CIA 요원으로 활동한 경험으로 볼 때, 한국은 정보 관계자들에게 어떤 나라입니까?
서울은 정보 요원이 활동하기 매우 편한 장소입니다. 민족 자존을 외치는 정치 지도자일수록 제발로 엄청남 정보를 갖다 바칩니다. 미국과의 관계를 자신의 정치 자산으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이지요. 걸핏하면 보안이 어쩌고 그러는데, 실제로는 보안을 지켜야 할 지도자들이 가장 보안 의식에 투철하지 못한 것이 문제이지 국민들에게 무슨 정보가 있습니까. 어쩌면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외국의 정보 요원들을 불러들이는 꼴입니다.

<...코리아 파일> 편집자가 출판 과정에서 통째로 잘라낸 글이 있다고 하던군요. 어떤 내용인지 밝힐 수 있습니까?
월래 ‘현 정부에 드리는 추언’을 마지막 장에 쓰려고 했습니다. 이제 미국과 북한의 수교는 형식적인 절차만 남았고, 그 문제에 한국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별로 없습니다. 저는 김영삼 정부의 대북 정책이 기본적으로 현실을 잘못 이해한 데서 출발했다고 봅니다. 미국과 북한은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이미 물밑 접촉을 하고 있었고, 각자의 시나리오에 따른 스케줄대로 수료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국이 소외되었다고 불평할 일이 아니라 국제 환경 벼화에 맞춰 독자적인 대북 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요즘 한국 정치권에는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양측 실력자 간의 비밀 접촉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볼 때 김영삼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 정책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것 아닙니까?
한국 정치권을 다루기 쉽다는 측면에서는 내각제를 선호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투 코리아 정책’으로 나아가고 있는 미국 처지에서는 어느 한쪽의 엄청남 변화를 원치 않습니다. 내각제가 매우 불안정한 정치 구조라는 것을 미국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책에서 최형우 의원이 차기 대권 후보 가능성을 강도 높게 암시하고 있던데, 무슨 근거가 있는 것입니까?
(YS가) 스스로 자신을 말을 뒤집어 가면서까지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했는데, 결국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찾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정답은 민주계이고, 민주계 중에서는 최의원이 대중성 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겁니다. 한국에서는 최의원에 대한 자질론이 거론되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에서는 최의원 개인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책에서 최의원의 가능성을 거론한 근거는 주로 미국 정부에 올라온 어떤 보고서의 논리를 참고한 것입니다. 그에 따르면 97년 대권 게임은 최형우․김대중․김종필의 3파전이 될 것이고, 결국 여당이 승리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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