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은 ‘바다이야기’가 밉다?
  • 이숙이 기자 (sookyiya@sisapress.com)
  • 승인 2006.08.28 12: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선 대장정’ 시작인 정책 투어, ‘바다 쓰나미’에 밀려 눈길 못 끌어

 
“상대방의 좋은 기사를 뭉개거나, 우리 쪽 에 나쁜 기사를 물타기 하려면 그것보다 더 큰 사건을 만들어서 뉴스를 선점하라!”

정치권에 회자하는 오래된 ‘언론 플레이’ 수칙 중의 하나다. 신문 지면이나 방송 뉴스 시간에 제한이 있다는 점을 십분 활용하라는 의미다. 이런 속성을 잘 아는 정치인은 남들 다 쉬는 일요일에 오히려 보도 자료를 뿌린다. 일요일에는 상대적으로 뉴스가 적기 때문에 그날 저녁 방송, 또는 다음날 조간 신문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바다이야기’가 모든 뉴스를 싹쓸이하다시피 한 지난 한 주일도 그 법칙은 여전히 작동했다. ‘바다이야기’에 직접 연루되지는 않았어도 ‘바다이야기’ 때문에 속으로 울고 웃는 정치인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가장 덕을 본 사람은 이른바 ‘동성애자’로 지목된 열린우리당 아무개 의원이다. 8월21일자 <세계일보>는 “열린우리당 A의원이 1995년에 알게 된 연예인 지망생 B씨(당시 나이 17세)에게 5년 동안 동성애를 요구했다”라는 ‘섹시한’ 뉴스를 단독 보도했다. 자신이 이용만 당한 걸 안 B씨가 청와대와 여당에 진정서를 냄으로써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졌다는 것이다. 이날 내내 정치부 기자들의 전화통이 불이 났다. ‘A의원이 누구냐’를 묻는 전화였다.

하지만 정작 후속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해당 의원이 법적 조처를 취하겠다며 펄쩍 뛴 것도 작용했겠지만, ‘바다이야기’가 넘쳐 다른 뉴스를 소화할 여지가 없었던 탓이다.

이에 반해 ‘바다’ 때문에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는 정치인도 있다. 바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다. 시장에서 물러난 후 잠시 휴지기를 가졌던 이 전 시장은 지난 8월17일 내륙 운하 탐사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정책 투어에 나섰다. 이 전 시장이 정책 선거를 기치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이번 정책 탐사는 실질적인 대선 장정의 출발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때마침 ‘바다 쓰나미’가 몰려오는 바람에 이 전 시장의 뉴스는 언론이 작게 다루거나 아예 다루지 않는 상황이다. 이 전 시장측이 연일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지만 별 무소용이다. 그에 비하면 ‘민심 대장정’에 대한 뉴스가 나올 만큼 나온 후에 ‘바다이야기’가 터진 손학규 전 지사는 운이 좋은 셈이다.

8월 말에 ‘희망한국 국민연대’를 발족하겠다던 고건 전 총리는 8월28일로 D데이를 잡았다. 이즈음이면 얼추 ‘바다이야기’가 한풀 꺾일 법도 한데, 하지만 또 어떤 변수가 나올지 모른다. 고 전 총리는 웃을까 울까.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