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침술이 궁금하면 '묘향산'에 오시라요
  • 김민욱 인턴기자 ()
  • 승인 2006.08.2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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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한의사 박수현 원장
 
경기도 성남시 성남대로변 수진2동사무소 뒤 쪽 복잡한 골목길에 ‘묘향산’이라는 이름의 한의원이 있다. 이곳의 원장은 박수현씨(41). 1993년 귀순해 2001년 한의원을 차린 그는 탈북자 1호 한의사다. 많은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요즘 박씨의 남한 생활은 성공한 귀순자의 표본이 되고 있다.

한의원 이름이 묘향산인 것은 박씨가 묘향산에서 군 복무를 했던 인연 때문이다. 박씨는 1982년 입대해 1989년까지 묘향산 김일성 별장을 경비하는 부대에서 복무했다. 이때 운 좋게 청진의대에 입학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박씨는 한의학을 전공했다. 1993년 돈을 벌기 위해 중국에 밀입국했다가 남한의 발전상을 전해 듣고는 귀순을 결심했다고 한다.

1995년 박씨의 청진의대 수학 경력을 인정해준 경희대 한의대에서 그의 입학을 허가했다. 박씨의 기억에 아직도 충격으로 남아 있는 것은 1996년 한의학 분쟁으로 경희대 한의대생 전체가 1년 유급을 당했던 일이다.

“수업도 거부하고 투쟁하기에, 이래도 되나 싶더라고요. 모두 총살당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남한이 먹을 것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점을 제외하고는 북한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박씨는 탈북자들에게 조급해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남한 사회를 제대로 아는 데 10년은 걸린다는 것이 박씨의 생각이다.

남한과 북한의 한의학에 다른 부분이 있냐고 묻자, 영어를 쓰는 점을 제외하고는 똑같다고 말한다. 그래도 자신이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환자들과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한다.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순박하게 웃는 그의 모습을 보면 그 말이 쉽게 이해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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