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오의 비극
  • 문정우 대기자 (mjw21@sisapress.com)
  • 승인 2006.08.29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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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세상
 
1970년 페루는 전세계 어획량의 17%에 달하는 1천2백50만t의 물고기를 잡았는데 그 98%는 단일 어종인 멸치였다. 이 멸치로 만든 어분은 가축 사료가 되어 때마침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미국과 유럽 등지의 육식욕을 채워주었다. 그런데 1975년 엘리뇨 현상 때문에 멸치 어획고가 10분의 1 이하로 곤두박질치자 전세계 축산업자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위생 처리하지 않은 가축 육골분을 사료에 섞기 시작해 나중에 광우병을 부르는 계기가 되었다. 대체제인 대두의 국제 가격이 폭등했다.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 밀림이 훼손되기 시작한 것은 그 무렵이었다. 브라질의 농장주들이 수백년 묵은 나무들을 마구 베어내고 그 자리에 대두를 심은 것이다.

그로 말미암아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들이 정글의 주인인 인디오들이다. 인디오들은 백인들에게 밀려나 한 줌도 안 되는 불결한 보호구역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드넓은 정글에서 부러울 것 없이 살던 인디오들은 백인들이 사는 도시에서 고된 노동을 하며 알코올 중독자로 전락했다. 보호 구역 내 인디오 청소년의 자살률은 백인 청소년의 그것보다 1백20배나 높다.

최근 몇 년 사이 석유값이 계속 뛰면서 아마존 정글의 사정은 더욱 나빠졌다. 석유의 대체제인 바이오 연료를 얻기 위한 옥수수 밭이나 사탕수수 밭이 계속 늘어나는 까닭이다. 한국을 포함해, 아마존의 숲을 말살한 혜택을 누리는 서방 국가들은 인디오의 비극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국제물관리연구소(IWMI)는 최근 바이오 연료의 증가가 세계 물 부족 위기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정작 가장 큰 피해자인 인디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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