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구조에 ‘황금’이 있다
  • 이상건(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
  • 승인 2006.08.2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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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가 미래를 다루는 ‘예언 비즈니스’다. 점(占)이나 운세 등은 제조업처럼 재고 부담도 없고 그렇다고 큰 밑천이 드는 것도 아니다. 세금 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으니 세금도 없다. 게다가 결과에 대한 책임 부담도 없다. 대통령이 될 재목이라고 예언했다고 해서 그 결과를 놓고 시시비비를 따질 사람은 없다.

투자의 세계에서도 예언 비즈니스는 여러 형태로 등장한다. 주식 전문가나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회비를 받고 종목을 찍어주거나 시장 전망을 알려준다. 인간이 이렇게 미래에 집착하는 것은 신이 미래를 볼 수 있는 눈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컬게도 투자란 미래를 보고 하는 행위이다. 바로 이 간극이 투자에서 예언 비즈니스가 생겨날 수밖에 없는 토양인 셈이다.

현명한 사람들은 미래를 예측하기보다는 현재에 존재하는 것 중 미래에도 계속 지속될 것을 찾는다. 이런 대표적인 인물이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다. 드러커 교수는 현재에 존재하는 객관적 사실 혹은 근거 중에서 미래에도 계속 존재할 것을 중심으로 미래를 예측한다. 현재에 존재하면서도 미래에 지속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인구’다. 인구는 전쟁이나 천재지변이 없는 한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변화하므로 상대적으로 확실한 예측을 할 수 있다. 드러커 교수는 “인구 통계는 미래와 관련된 것 가운데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유일한 변수”라고 말한다.

투자의 세계도 예외는 아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아파트 투자의 제1 계명은 대단지 아파트를 사라는 것이다. 왜 대단지 아파트일까. 대단지일수록 근린 생활 시설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근린 생활 시설이란 쇼핑센터·학교 등 아파트를 둘러싼 인프라를 말하는데, 인프라는 사람이 많이 모여 살수록 빨리 형성되는 법이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 구성의 특징은 인구 고령화, 저출산 그리고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의 부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는 연령대가 30대 초반~50대 초반이다. 이들이 전체 인구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이 어떤 투자 자산을 선호하고 어떤 소비 패턴을 보이는지에 따라 투자와 산업의 지도가 다시 그려질 것이다.

이미 이들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여럿 발견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01년 이후 중대형 아파트값의 상승세다. 2001년 이전 가장 집값 상승폭이 컸던 시기는 1987~1991년이었다. 이때는 소형 아파트가 중대형 아파트보다 더 많이 올랐다. 이런 현상의 배후에는 바로 인구 구조가 있다. 1987년 말에는 베이비 붐 세대들이 결혼을 하면서 주로 소형 평수를 찾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들 세대가 중장년층에 접어들면서 중대형 아파트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학군이 좋은 지역의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 것은 저출산과 관계가 있다. 자녀 수가 적다 보니 부모들은 자신들이 갖고 모든 자원을 동원해서라도 자식들이 좋은 교육을 받기를 원한다. 다출산 시대에는 선택된(?) 자식들만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 때문에 아파트값에 교육(학군)이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더욱 커진 것이다.

인구가 고령화할수록 부동산과 같은 실물 자산에 비해 금융 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 1980년대 이후 미국에서 20년 가까운 주식시장 상승 랠리는 장기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해 베이비 붐 세대들이 적극적으로 주식형 펀드와 같은 투자 상품을 선택한 것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투자 상품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적립식 펀드와 같은 장기 상품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 대열에 참여한 사람들은 많은 혜택을 보게 된다. 이처럼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구 변수를 중심에 놓고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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