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을 ‘내 것’으로 만드는 법
  • 김상윤(하나은행 웰스매니저) ()
  • 승인 2006.09.0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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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는 시간의 예술이라고 한다. 현재 시점에 미래를 준비해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도 그러하고 시간에 의해 잘잘못이 가려진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그러나 그 시간은 짧지 않다. 때로 그것은 1~2년, 혹은 그 이하일 수도 있지만 대개는 10년, 20년, 혹은 평생이다.

지난 8월21일 발표된 ‘2006년 세제 개편안’은 이 점에서 시사적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세금우대저축 한도는 현재의 4천만원에서 절반(2천만원)으로 줄어들고 농·수협과 신협, 새마을금고의 비과세 금융 상품 가입 한도도 같은 비율로 축소(2천만원→1천만원)된다. 농어가 목돈마련 저축은 폐지될 것이라고 한다.

재경부에서 밝힌 축소의 변(辨)은 이들 세금우대저축이 당초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재경부의 한 관리는 이제 저축을 장려할 때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젠 정말 저축을 하지 말라는 뜻일까.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이번 개편안에는 당초 올해 말로 예정되어 있던 장기주택마련저축의 일몰 시한을 2009년 말로 늦추는 내용도 담겨 있다.

특히 앞으로는 배당소득에 대해 비과세되는 장기저축마련 펀드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개편안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올해부터 연금신탁의 비과세 한도도 기존의 2백40만원에서 3백만원으로 확대되었다. 한쪽에서는 축소하고 한쪽에서는 확대라니, 다소 엇박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소액 저축성 예금에 대한 세금우대와 비과세 예금은 목적부터 다르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세금우대 예금이 단기적인 특정 목적을 위해 목돈을 만들어 가거나 그 돈을 운용하는 과정이라면 장기주택마련저축은 근로자의 ‘내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한 예금이며 연금신탁은 ‘나랏님’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민들의 노후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제도적인 지원책이다. 기간 또한 적어도 7년, 길면 평생에 이른다. 이에 비해 세금우대저축은 그 기간이 대개 1~3년에 불과하다.

삶이 그렇듯이 재테크는 흔히 마라톤에 비유되곤 한다. 길게 보고 한 걸음 한 걸음 끈기 있게 부를 축적해 가는 과정이 재테크다. 그것은 또한 젊은 시절부터 만들어가는 ‘나 자신의 노후(老後)’이기도 하다.
저출산 및 고령화와 더불어 노후 대비의 필요성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국민연금이나 기업연금이 있지만 국민연금은 고갈을 걱정해야 할 판이고 기업연금은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개인연금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의 노후 생활을 미리미리 준비해갈 수 있도록 금융 세제 면에서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직불 카드 잘 활용하면 ‘보배’

정책에 순응하라는 주식시장의 격언이 있다. 정부가 시장의 과열을 가라앉히기 위해 각종의 규제책을 내놓을 때는 주식을 팔아야 하고, 반대로 부양책을 내놓을 때는 주식을 사야 한다. 주식시장뿐만이 아니다. 재테크의 모든 영역에서 이 말은 통한다(물론 예외는 있다. 과거에는 부동산 시장이 특히 그랬다).
할 수만 있다면 순응을 넘어 정책과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제 1~2년 알뜰히 모았다가 한 입에 톡 털어넣어 없애버리곤 하던 세금우대저축 대신 조금은 느긋하게 부자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장기주택마련저축(혹은 펀드)이나 연금신탁의 길로 가보자. 기간이 너무 길어 불안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크게 걱정하기 않아도 된다. 이들 예금을 담보로 얼마든지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간이 길다는 것은 다소간 불필요한 지출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적극 활용해야 할 제도적 지원은 또 있다. 올12월부터는 직불카드의 소득공제율이 당초의 15%에서 20%로 확대된다. 소액 위주로 사용되고 있는 직불카드의 특성상 소액 거래에 대한 과세 포착률을 높일 수 있다는 취지다. 소액이라도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로 결제하는 습관을 기르자. 특히 최근에는 리터당 최고 50원까지 할인해주는 주유할인 직불카드도 생겼다. 직불카드나 현금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면 현금영수증이라도 받아두도록 하자.

의료비 공제 또한 확대되었다. 앞으로 2년간은 치아교정과 성형, 한약처방도 의료비 공제 적용 대상이다. 코를 높이고 가슴을 확대하고 머리카락을 심는 일이 다 소득 공제된다. 염두에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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