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가격이 ‘미쳐’ 있는 까닭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6.09.0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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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마케팅·기형적 유통 구조 탓에 초고가…마진 1천2백% 보기도

 
명품이라 불리는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이 한국보다 비싸게 팔리는 나라는 거의 없다. 해외에서 팔리는 제품이 국내에 들어와서는 최소 두 배 이상 비싸게 판매된다. 심지어 열 배 이상 폭리를 취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는 명품이 왜 그렇게 비싼 것일까?

우선 관세 때문이다. 수입품에는 통상적으로 의류 13%, 화장품·핸드백 8%, 귀금속은 20%의 관세가 붙는다. 일본은 소비세 5%, 홍콩은 세금이 아예 없다. 여기에 로열티가 5%가량 붙는다. 여기까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한국 특유의 기형적 유통 구조로 인해 제품 가격이 껑충 뛴다. 판매가의 30%에 달하는 백화점 수수료는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한 명품의류 머천다이저(MD)는 “우리나라는 백화점이 가장 중요한 판매처여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재고가 생기더라도 적절하게 유통시킬 수 있는 시장이 없기 때문에 고가 정책이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백화점과 매장에서 팔다 남은 신상품은 할인 판매를 한 후, 할인 매장으로 보내 처리한다. 한 의류 명품 업체 관계자는 “브랜드의 이미지 훼손을 염려해 재고를 태워버리는 곳도 있다. 제품의 20~30%만 팔면 손해를 보지 않을 수준으로 가격을 매기는 게 관례다”라고 말했다.

가격을 올리는 가장 큰 요소는 마케팅 비용에 숨어 있다. 비쌀수록 고급 제품이라는 인식 때문에 업체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 마케팅이다. 앞 다투어 최고 연예인을 모델로 쓰고, 화려한 패션쇼와 각종 이벤트 등을 곁들이면서 마케팅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시사저널>은 한 명품 화장품의 원가가 적힌 서류를 입수했다. 화장품 가격에서 백화점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31%로 가장 컸다. 그 다음이 일반 관리비 20%(여기에는 운송료·관세·소비세 등이 포함된다), 홍보 마케팅비 20%, 영업이익 11.2% 순이었다. 제품의 원가는 제품가의 17.8%에 불과했다. 이 화장품의 수입 원가 대비 마진율은 4백30~6백80%에 이르렀다. S·L·E 등 유명 화장품의 마진율도 비슷하다고 한다. 프랑스 한 유명 화장품은 원가에 비해 1천2백%의 마진을 보는 제품도 있었다.

한 수입 화장품 업체 사장은 “국내 명품 화장품이 현지가의 1백50% 정도로 책정되는 것이 적당한데 2백~3백%는 기본이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미국·일본·유럽의 3분의 1, 혹은 2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명품이라 불리는 제품들의 가격은 거의 미친 수준이라고밖에 표현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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