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이 ‘기개세’네
  • 나건 (홍익대 교수·국제디자인트렌드센터 센터장) ()
  • 승인 2006.09.11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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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열 쉬운 칫솔·개방된 장소의 화장실·이동식 치과 등 ‘눈길’
 
창의성은 타고난 선천적 재능인가, 아니면 학습과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후천적 재능인가? 이 문제는 많은 심리학자와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뜨거운 감자’이다. 지금까지 결론에 따르면 창의성은 선천적 재능과 후천적 노력 모두 다 필요하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요소 간에 적절한 마법의 비율은 아직 미지수이다.

인간이 컴퓨터와 차별화되는 가장 중요한 재능이 바로 창의적 사고가 아닌가 싶다. 컴퓨터는 주어진 규칙 아래 모든 경우의 수에 사고(?)를 잘하는 반면, 인간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이를 통괄하는 그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세계 최고의 체스 고수인 게리 카스파로프와 IBM이 제작한 슈퍼컴퓨터인 딥 블루 간의 체스 경기가 전 인류의 관심을 끌었다.

체스 말을 한 번 움직이는 데 허용된 3분의 제한 시간 동안 2백억 번의 이동을 연산할 수 있는 컴퓨터의 계산 능력과 인간의 창의적 전략 간의 한판이었다. 현재 스코어는 1승 1패 2무로 무승부이다. 특별히 경기 규칙을 어느 한쪽에 유리하도록 바꾸지 않는 한 두 고수의 싸움은 아마도 무승부로 끝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레오나르드 다빈치 등 천재의 사고 과정을 연구해 그의 비법을 따르면 일반인도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하는 책들도 출판되었다. 많은 학자들은 창의적 사고의 구성 요소를 연구하여 일반인들도 쉽게 따라서 할 수 있도록 일종의 창의적 사고 지침을 만들기도 했다. 즉, 스스로 창의적 사고가 힘든 사람들에게 강제적으로라도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법들이 소개되었다.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가 체크 리스트 기법이다.

이 기법은 리스트에 있는 방법대로 하나씩 체크해가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나가는 아주 유용한 방법이다. 이 리스트 중의 한 방법이 ‘역발상’이다. 모든 것을 거꾸로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제품의 안과 밖, 또는 위와 아래, 한 조직 내 구성원들의 역할 등을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최근 이런 발상으로 앞으로의 트렌드를 이끌어갈 제품들이 등장했다. 물론 단순히 역발상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대 흐름을 인식하고 새로운 세대의 사고 및 문화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함은 기본이다.

첨단 기술 이용한 별난 드레스룸도 인기

보통 칫솔 같은 일상 용품을 구입할 때 일반인들은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냥 보기 좋고, 사용하기에 편하고, 가격이 적당하고, 위생적이기만 하면 된다. 대부분의 가정 욕실 세면대 또는 그 근처 어딘가에는 칫솔을 보관하는 곳이 있다. 어질러져 있는 장면이 우리에게는 익숙하다.

그런데 최근 태국의 한 디자인 회사가 역발상을 이용해 차별화한 칫솔을 출시했다(그림 1 참조). 이 칫솔은 ‘사용할 때’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칫솔들과는 달리 ‘사용하지 않을 때’를 고려해 만든 제품이다. 세계적 히트 상품인 ‘라이프세이버’ 캔디를 연상시키는 친숙한 형태의 링을 이용해 벽에 걸어놓거나 각도를 조절해 세워놓을 수도 있다. 완전히 세웠을 때의 모습은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는 예의 바르고 충직한 하인을 연상시킨다. 사용하지 않을 때 칫솔이 이렇게 보기 좋게 서 있을 수 있다면 칫솔 받침대나 용기가 필요없게 된다. 여기에 잘 어울리는 치약만 있다면 세면대 위는 깔끔해져 청소도 용이해진다.

최근 미국에서는 사생활이 철저히 보장되고 조금 후미진 구석에 위치해야 할 화장실을 눈에 띄는 장소에, 그것도 프라이버시가 위협받는 환경에 설치한 경우도 있다. 외부의 행인들은 반사되는 컴컴한 유리밖에 보이지 않는 반면, 안에 있는 사용자는 마치 대중의 한가운데에서 볼일을 보는 느낌이 든다(미국 뉴욕 시에 있는 프라다 매장은 첨단 기술을 이용해 이와 유사한 개념의 드레스룸을 설치해 인기를 끌고 있다).
바쁜 현대인을 위하여 완벽한 시스템을 갖춘 이동형 치과도 등장할 예정이다. 예약을 하고 직접 가야 하는 두 가지 문제를 역발상으로 한 번에 해결한 사례이다. 사무실에서 2분 거리까지 찾아온 치과, 상상만 해도 즐거운 경험이리라.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이에 따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혁신적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한 지속적 가치 창출은 모든 기업의 숙명이다. 이 숙명에 도전하기 위한 끊임없는 인간의 노력, 이것이 울트라 메가트렌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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