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은 역시 막강했다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6.09.1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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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환수 반대 여론몰이…한나라당·보수 단체 움직여
 

“수구 신문이 이번 작전을 성공하게 만들어준 바람잡이다.”
평화재향군인회 표명렬 상임대표가 지난 9월13일 민주노동당이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주최한 ‘한반도 평화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토론회’에 참석해서 한 말이다.

지난 8월25일 민주언론시민연합과 평화통일시민연대 주최로 서울 중구 정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열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언론 보도’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발표가 있었다.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최한욱 정책위원장은 “보수 신문들은 미국 군수업자들이 현재 상황을 즐기면서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사실상 이들의 판매 대리인 노릇을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사실 최근 지식인이나 전직 외교관 등이 한국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을 단독으로 행사하는 것에 반대하는 선언을 잇달아 내놓은 데는 이들 보수 신문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 중론이다. 조선·중앙·동아일보는 8월 초부터 전시작전통제권 문제와 관련한 기획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조선일보의 ‘한·미 동맹 위기론’, 동아일보의 ‘한반도와 한·미 동맹’ ‘한·미 갈등인가’가 그것이다. 두세 페이지를 할애해 보도한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동시에 ‘주한 미군 규모 더 줄일 수도’라는 등의 제목으로 1면에 관련 보도를 집중적으로 내보냈다. 이들의 ‘동맹’은 조선일보가 주도하고 동아일보가 맞장구치는 가운데 중앙일보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형국이었다. 한겨레가 ‘수구 언론들이 안보 위기와 동맹 훼손이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라고 비판하고 나섰지만 이런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조·중·동은 사설에서도 이런 흐름을 이어갔다. 9월1일부터 9월13일까지만 따져보니 조선일보는 ‘대통령이 맺은 매듭, 대통령이 풀어야’라는 등 여섯 차례, 동아일보는 ‘글로벌호크 애걸하며 군사주권 외치나’ 등 네 차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관련한 내용을 다루었다. 중앙일보도 다섯 차례 사설을 썼다. 조선일보 9월12일자는 아예 사설 전부를 이 문제에 할애했다. 2~3일에 한 번씩 사설을 쓸 정도로 중요도를 높이 본 것이다.
보수 신문들의 바람몰이는 당장 한나라당을 움직였다. 한나라당은 지난 8월29일 의원총회와 결의대회를 열어 정부에 전시작전통제권 논의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려 했지만 의원이 절반도 참석하지 않았다. 국회 본관 앞에서 열기로 했던 결의대회는 취소되었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8월30일자 사설에서 ‘정권이 국가 안보와 국민의 생명이 걸린 문제를 놓고 이념적 도박을 하고 있는데도 제1야당이란 정당이 정권의 선전 선동에 겁을 먹고 야당의 본분마저 내팽개쳐버렸다면 그 정당은 이미 죽은 정당이다’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한나라당은 이날 열린 연찬회에서 하루 전날 의견이 갈려 발표하지 못했던 ‘한·미 양국 정상은 전시작전통제권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보수 신문에 기고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는 한 보수 인사는 “전시작전통제권 문제는 계속 논의되어왔던 것으로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한나라당도 그동안 특별히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보수 신문들이 세게 치고 나오자 한나라당이 덩달아 움직였다. 보수 신문들의 힘을 새삼 절감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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