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독일도 전작권 없다고?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6.09.16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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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개 나토 회원국 전작권, 미군 사령관이 보유” 주장은 사실과 달라

 
요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약방의 감초처럼 들먹이는 논거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다. 나토 회원국역시 전시작전통제권을 자국이 단독으로 행사하지 않으며 나토 사령관에게 위임한다는 주장이다. <조선일보>는 9월12일자 기사에서 유병현 전 합참의장의 말을 인용해 “(나토 회원국) 26개 국가 모두 작전통제권을 미군 사령관에게 맡겨놓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9월1일자 기사에서도 ‘노대통령은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전작권이 없는 유일한 국가라는데, 사실과 다르다’라며 나토의 사례를 언급하고 있다.

나토는 영국·독일·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 24개국과 미국·캐나다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집단 안보 기구다. 2차 대전 이후 유럽 각국의 군사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1949년 설립되었다. 냉전 해체 이전까지 소련의 군사력에 맞서는 유럽 안보의 핵심이었다. 나토 사령관은 미국인이기때문에 ‘유럽 국가들도 자주 국방을 하지 않는다. 미국에 의존한다’라는 주장이 나오곤 한다.

과연 유럽 나라들이 자국의 군사작전권을 가지고 있지 못하는 걸까? 한국 보수 세력의 이런 주장에 정작 유럽 각국 정부는 당황해한다. 이탈리아 대사관측은 “최근 한국에서 일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와 나토 간의 관계는 한국과 미국 간의 상황과 다르다. 만약 이탈리아가 외부의 공격을 받게 되면, 이탈리아는 군대를 나토에 위임할 수 있고, 그럴 때 나토가 전작권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나토에 위임할 지 여부는 이탈리아 정부가 정하는 것이고, 나토의 개입을 거부할 권리도 있다”라고 답했다.

나토가 발간한 2006년 백서에도 ‘나토는 각 회원국들이 나토에 할당(assigned)해준 것 이상의 작전 능력을 가지지 못한다’라고 나와 있다. 예를 들어 한 회원국가가 자국 군 전체의 10분의 1을 나토에 위임했다 하면 나머지 90% 군의 전작권은 여전히 해당 회원국이 가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2차 대전 직후에는 유럽 국가들의 군사력이 미약하고 소련의 군사력이 위협적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유럽 각국은 전시에 자국 군대 대부분을 나토에 위임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1952년 10월22일 나토 이사회 합의문에는 ‘나토 사령관 또는 여타의 관할 나토 사령부는 나토 역내에 주둔한 나토 회원국 군대에 대한 명령권을 가진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하지만 곧이어 다음 문장에서 “나토는 나토 역외 지역 방어를 위한 군대 또는 각 회원국 자체 명령권 아래 잔류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군대에 대한 명령권은 없다”라며 제한을 두고 있다. 결국 나토에 위임하지 않은 군대의 작전통제권은 나토에 없는 것이다. 54년이 지난 지금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중앙일보>는 8월12일 <중앙일보>는 ‘가령 독일이 침공을 당했을 경우 대부분의 독일군은 나토군 총사령관의 전시작전통제를 받게 된다.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 연합사령관이 육군의 2군을 제외한 한국군과 주한 미군, 미 증원군을 지휘하는 것과 똑같다’라고 썼다.
독일은 기본법 제65a조에 의해 평시 군사통수권은 국방부장관이, 전시 군사통수권은 총리가 가지게 되어 있다. 하지만 통수권을 가진 총리가 작전통제권을 나토에 자동적으로 이양하라는 조문은 어디에도 없다. 독일 정부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처럼 데프콘(전시준비테세)-3가 발령되면 자동적으로 연합사사령관(미군)이 작전통제권을 가지게 되는 것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전세계에서 자국의 전시작전통제권을 단독으로 행사하지 못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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