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중 음악의 대표 레이블’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6.10.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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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음반사 파스텔뮤직

 
파스텔뮤직의 배유나 해외 마케팅 팀장(27·사진 오른쪽에서 세 번째)은 자신의 음반사에서 나온 음악 색깔을 ‘일상 생활의 배경 음악(BGM)'이라고 표현했다. 노래 가사를 통해 일상의 소소한 정서를 표현한 음반들이 많고, 책을 읽으면서 듣기에 좋은 음반들이라는 이유에서다. 파스텔뮤직이라는 이름이 낯선 사람들이라도 (집에 텔레비전이 있다면) 이 음반사에서 출시된 음악을 들어보았을 가능성이 높다. CF·드라마·영화 등에 사용된 곡들이 많기 때문이다. 라네즈· 자이·EF 쏘나타·디오스 CF, 드라마 <안녕, 프란체스카> <태릉선수촌> <내 이름은 김삼순>, 영화 <썸>…. 배경 음악으로 쓰는 곡들이 셀 수 없이 많다. 현재 방송되는 CF만 해도 여덟 편이다.

파스텔뮤직은 올해 3월에 열린 제3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레이블’로 선정되었다. 각 부문 후보에 오른 소규모아카시아밴드, 미스티 블루, 허밍 어번 스테레오, <친절한 금자씨> OST 음반 등이 모두 파스텔뮤직이 관리하는 앨범이었다. 특히 올해의 신인상 후보의 절반은 파스텔뮤직과 인연을 맺은 뮤지션들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심사평에서 “상당한 차의 지지를 얻어 올해의 레이블이 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 회사 이응민 대표(39·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음악 마니아 출신이다. 대학 시절부터 음악을 폭넓게 들었다. 졸업 후인 1997년~2000년 드라마 음악 코디네이터로 활동했다. MBC 베스트극장, <성공시대> 등에서 음악을 담당했고, 이진석 PD, 이장수 PD, 이창순 PD와 함께 주로 일을 했다. 장면마다 적합한 음악을 선곡하는 일이었다. 그 뒤 음반사에서 2년 동안 근무하다 2002년 10월에 파스텔뮤직을 설립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음악을 좀더 많은 사람들과 즐기기 위해서”였다.

출판사와 협력해 ‘문화 융합 상품’ 기획

직원이 일곱 명인 파스텔뮤직이 음악 애호가로부터 호감을 사는 비결은 소박하다. 이응민 대표를 포함해 직원 모두가 음악 마니아들이라 각자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반을 구해 발매하거나 수입하는 것이다. 직원들의 취향이 달라 장르도 팝, 록, 재즈, 일본 음악, 월드 뮤직까지 다양하다. 음반사가 음반 발매 기준을 음악성에 둔다는 것은 매우 당연한 원칙이지만, 요즘처럼 음반 시장이 불황을 겪는 시기에는 지키기 힘든 미덕이다. 이응민 대표는 “판매가 어렵더라도, 꿈이 있는 다양한 음악을 찾는다”라고 말했다.

초창기에는 외국 음반만 발매했다. 세계 최대의 독립 음반사인 미국의 ‘터치 앤 고 레코드 사’의 음반을 배포하기 시작해 세계 10여 개 나라의 100여 개 레이블과 계약을 맺었다. 파스텔뮤직이라는 브랜드는 국내보다는 외국 음반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 외국 뮤지션들을 국내에 초청해 공연도 여러 차례 했다. 독일의 싱어송 라이터 막시밀리안 헤커는 내한 공연을 하고 난 후 자신의 해외 음반사를 옮겼는데도, “앞으로 한국에서는 파스텔뮤직에서만 음반을 내겠다”라며 굳건한 신뢰를 보여주었다. 내한 공연을 했던 오사카 모노레일은 함께 공연했던 밴드 올드피시를 일본에 소개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국내 뮤지션들의 음반은 2004년 말부터 발매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펴낸 앨범은 국내·외 음반을 모두 합해 100여 종. 숫자로는 외국 음반과 국내 음반의 비율이 7 대 3인데, 실제 판매로 따지면 3 대 7이다.

파스텔뮤직의 독특한 점은 ‘문화 융합’ 상품을 기획한다는 데 있다. 출판사와 협력해 만화·소설·그림과 어울리는 음반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출판사 열린책들과는 폴 오스터를 위한 헌정 음반을 공동 기획했다. 국내·외 뮤지션들이 폴 오스터의 책을 읽고 그 영감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이 음반은 미국의 폴 오스터에게도 전해졌는데, 그는 감사의 뜻으로 사인을 한 자신의 책을 보내왔다. 지금은 국내·외 뮤지션이 롤랑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을 읽고서 그 느낌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음반을 기획 중이다. 문화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이대표의 아이디어다.

이렇게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다 보니, 파스텔뮤직 홈페이지(www.pastelmusic.com)는 음악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진지 중 하나가 되었다. 음반사로는 드물게 네티즌이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파스텔뮤직도 회원들과 쌍방향 소통을 하는 데 신경을 쓴다. 이응민 대표는 “이제 ‘파스텔뮤직에서 나오는 음반은 믿을 만하다’고 신뢰하는 레이블 팬 층이 형성되었다. 사이트 회원 가운데 5천명 정도가 열성 팬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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