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티즌들, 커밍아웃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6.10.20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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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세상]
 
‘본좌’라는 말은 국어사전에 없다. 얼핏 보면 일본과 관련 있을 것 같지만 그것도 아니다. 하지만 무협지를 많이 본 사람들에게는 낯이 익은 단어다. ‘스스로를 높여 부르는 말’ 정도로 해석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 말이 인터넷에 와서 약간 의미가 달라졌다. 일반적으로 ‘고수’ ‘대가’라는 의미로 쓰인다.

포르노물을 인터넷에 퍼 날라 경찰에 검거된 ‘김본좌’를 선처해달라는 요구가 봇물을 이루었다. 성은 김씨지만, ‘본좌’는 그의 이름이 아니다. 그는 최근 부산 사상경찰서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되었다. 법원은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포털 사이트에 댓글을 다는 것이 성에 안 찼던지 누리꾼들은 그를 검거한 부산 사상경찰서 홈페이지에까지 찾아가 글을 남겼다. ‘우리의 슈퍼스타 김본좌 형님(29)을 제발 선처해주세요. 그렇게 나쁜 일을 한 것도 아닌데ㅠㅠ’ ‘불법을 저지르기는 했으나 사회에 기여한 바도 크다. 선처해달라’. 사상경찰서측은 꼬박꼬박 댓글을 달았다. ‘음란물 유포 행위가 실정법상 위법한 행위이기 때문에 처벌이 불가피함을 알려드립니다.’

누리꾼들의 이런 행동에 대해 일종의 ‘커밍아웃’ 현상의 하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과거 같으면 자신이 포르노물을 본다는 것 자체를 쉬쉬하는 분위기였는데, 달라진 분위기가 이른바 ‘섹티즌’들로 하여금 자신의 이름을 걸고 ‘행동’에 나서게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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