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혜영 이번에 제대로 걸렸어...
  • 정희상 전문기자 (hschung@sisapress.com)
  • 승인 2006.10.3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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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리포트]
이른바 ‘개성공단 춤 파문’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 파행. 열린우리당 국방위원인 원혜영 의원이 국감을 앞두고 개성공단을 방문해 접대원과 춤을 추었다는 이유로 한나라당 국방위원들이 10월24일 원의원의 피감 기관 동행을 집단 거부한 사태가 당 차원의 가시 돋친 공방으로까지 확대된 사건이다. 

올해 국감에서 최대 파행 장면으로 기록될 만한 이 사태에 대해 한나라당은 거창한 명분을 내세웠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군 대비 태세를 점검하고 군 장병을 위로할 책임이 있는 원혜영 의원이 국감을 뒤로하고 개성공단으로 달려간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었으니 국방위원 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이면에는 원혜영 의원과 한나라당 국방위원인 공성진·송영선 의원 사이의 ‘묵은 사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발단은 한 달 보름여 전인 9월12일의 골프 파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나라당 공성진·송영선·김학송 의원은 경기도의 한 군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다가 방송사의 카메라에 포착되어 뉴스에 공개되었다. 특히 공성진·송영선 의원은 방송 카메라를 피해 화장실로 숨는 장면이 방영되어 크게 망신을 당했다. 골프 파문 당시 열린우리당은 이들 의원에게 국회 회기 중에 피감 기관에서 평일 골프를 쳤다며 국방위원 직을 사퇴하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한나라당은 이들을 당 윤리위에 회부했고 결국 세 의원은 공개 사과를 해야 했다.

문제는 당시 골프 파문의 당사자들이 수소문 끝에 이 사실을 방송국에 제보한 사람이 열린 우리당 원혜영 의원이라고 믿게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지금까지 원의원은 자기가 제보자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공의원과 송의원은 당시부터 ‘원혜영 의원이 동료 의원으로서의 기본적인 신의를 저버렸다’고 성토하며 설욕의 날을 별러왔다. 그러던 차에 원혜영 의원의 개성공단 춤 파문이 ‘걸려든’ 것. 공성진 의원은 춤 파문 직후인 10월20일과 21일 잇따라 성명을 내 “원의원은 국방위원과 정보위원에서 사퇴하고 당 사무총장 직에나 전념하라”고 주장하며 설욕전을 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공의원의 공세를 받아 동조 성명을 내 원의원의 국방위원 사퇴를 촉구하고, 사퇴하지 않으면 국감 일정을 거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이번 사건은 여야 의원들 사이의 ‘동료 의식’을 둘러싼 온도 차이와 개인적인 감정이 국감이라는 공적 활동에도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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