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TV에 무슨 일 있었기에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6.11.0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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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 선정 후 보도·편집권 둘러싼 갈등이 배경” 분석
 
신현덕 대표는 왜 이 시점에, 국정감사를 이용해 폭로를 한 것일까.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여러 가지를 고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목이 쏠려 있는 국정감사 마지막 날이라는 시기와 기자들에게 배포할 자료까지 사전에 준비한 점 등을 볼 때 그렇다.

방송가에서는 이번 사건의 배경을 날로 커져가던 영안모자측과 CBS 간 갈등이 극에 달해 터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다. 1차 사업자 선정 때 1위를 한 CBS는 2차 선정 때 영안모자와 컨소시엄을 이루어 사업자로 선정되었다. 75억원을 투자해 지분은 5%에 불과했지만, 사업계획서를 쓰는 등 사실상 모든 준비를 CBS가 했다. 영안모자는 자금을 댔다.

양측 갈등은 지난 4월28일 영안모자 컨소시엄이 경인TV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부터 본격화했다. CBS 관계자는 “사업자로 선정된 뒤 백회장은 사업계획서를 변경하려고 했다.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방송가에서는 CBS가 보도·편집권을 행사하려는 것을 영안모자측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갈등이 극점으로 치달았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신대표의 폭로와 관련해 주목되는 점은 CBS 기자들이 사전에 여야 의원들을 접촉했다는 것이다. 신대표의 폭로가 있기 최소 1주일 전이다. 10월23일 국회 문화관광위원인 한 국회의원의 방에 CBS 정치부장 등이 찾아왔다. 이들은 문제가 된 ‘정국 동향’ 문건을 이 국회의원에게 보여주며 백회장의 스파이 혐의 등을 거론했다. 하지만 이 국회의원은 “비정상적 문제 제기는 받을 수 없다”라며 내켜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30분 만에 방을 나간 이들은 문광위 소속 다른 국회의원들도 방문했다.

CBS 관계자는 “신대표가 CBS 이정식 사장에게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 여야 의원들에게 폭로해달라고 했던 것이 아니라 내용이 워낙 중요한 것이어서 사실 확인 차원에서 여야 의원은 물론 법조계 인사 등을 접촉했던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 확인 차원이라면 왜 문광위원들만 접촉했는지, 중요한 내용이라고 판단했다면 왜 백회장 등을 취재해 보도하지 않았는지 등이 명쾌히 풀리지 않고 있다. CBS 관계자는 “신대표가 국감에서 폭로하겠다고 해서 전략적으로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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