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띠 두른 일가족 신나는 저녁상 차릴까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6.11.03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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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가을 ‘편성 대전’ 불붙어 MBC, 황금 시간대 가족 시트콤 배치 ‘눈길’

 
이번 가을 방송가는 ‘편성 대전’을 벌이고 있다. MBC가 11월6일에, SBS가 11월4일에 가을 개편을 단행했다(KBS는 사장 선임 문제 등으로 인해 11월 말께 가을 개편을 한다).

이번 가을 개편에서 가장 파격적인 편성으로 시청률 전쟁에 나선 방송사는 MBC이다. MBC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오후 8시20분대에 시트콤을 배치했다. <순풍 산부인과>를 연출한 바 있는 김병욱 PD가 새로 만드는 가족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 그것이다. 본래 그 시간대에 방송되던 일일 드라마는 7시45분으로 전진 배치시켰다. 종래 ‘8시30분 일일 드라마-9시 뉴스’였던 저녁 시간대 편성 공식을 ‘7시45분 드라마-8시20분 가족 시트콤-9시 뉴스’ 편성으로 바꾼 것이다.

MBC가 저녁 프라임 시간대 편성 틀을 이처럼 크게 바꾼 것은 10년 만이다. 1996년 봄 개편 때 MBC는 일일 드라마 <자반고등어>를 8시30분대에 부활시켰다. 일일 드라마 제작을 중단한 지 12년 만의 일이었다. KBS1의 일일 드라마가 시청률에서 호조를 보이고, 후속 프로그램인 KBS 9시 뉴스 시청률이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을 앞서가게 되자, 같은 시간대에 같은 유형의 프로그램을 맞붙이는 ‘실력 편성’(Power Programming) 차원에서 드라마를 부활시킨 것이다. 인기 있는 프로그램의 시청자가 뒤이어 방송되는 프로그램까지 연이어 보게 되는 ‘리드인 효과’(Lead-in Effect)를 노린 결과이다. 실제로 MBC는 1998년 일일 드라마 <보고 또 보고>가 큰 인기를 끌면서 9시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KBS 9시 뉴스 시청률을 앞지르는 리드인 효과를 톡톡히 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번 개편 또한 리드인 효과를 노린 것일까? 그렇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MBC는 일일 드라마와 9시대 뉴스 모두에서 KBS에 크게 밀리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오후 7시45분에 시작하는 일일 드라마로 SBS 8시 뉴스를 견제하고, 스타 PD인 김병욱 PD의 가족 시트콤으로는 KBS 일일 드라마를 견제하며, 연이어 방송되는 뉴스데스크의 시청률까지 끌어올리는 다목적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MBC 편성국 관계자의 설명은 다르다. 이 관계자는 “1996년에 짜놓은 편성 틀을 10년 만에 바꾸었지만, 당시와는 개편 배경이 전혀 다르다. 뉴스 시청률에 대한 고려는 별로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보다는 채널 선호도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평일 저녁 드라마 시청률에 대한 고민이 먼저였다고 한다. MBC에서 시청자 조사를 해보니, ‘다른 시간대로 옮긴다면 MBC 일일 드라마를 보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그리고 현재 저녁 7시 시간대에는 특별한 강자가 없이 각 방송사가 거의 비슷한 시청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7시45분에 드라마를 편성할 경우, ‘8시30분대 실력 편성’보다 더 쉽게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MBC는 내년 초부터 최진실이 주연하는 일일 드라마 <나쁜 여자 착한 여자>를 이 시간대에 배치해 승부수를 던질 계획이다. MBC가 아침 드라마 <있을 때 잘해> 방송 시간을 종전 아침 드라마보다 30분 앞당겨 방송하면서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올린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기존 일일 드라마 방송 시간대에 ‘가족 시트콤’을 집어넣은 것은 새로운 시청자층을 개척한다는 전략의 산물이다. MBC측은 “10년 사이 주 시청자가 20~30대 여성에서 50대 남·여성으로 바뀌었다. 김병욱 PD의 시트콤을 ‘청춘 시트콤’ 대신 ‘가족 시트콤’이라고 이름 붙이고, 배우들을 10대에서 60대까지 폭넓게 포진시킨 것도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주말 저녁 7시대 공방전도 치열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박웅진 연구원은 “이번 가을 개편은 채널 선호도를 올리기 위한 편성 전략이다”라고 풀이했다. 인터넷·다매체 등장 등 매체 환경이 변화하면서 리드인 효과가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과거에 비해 MBC의 채널 선호도가 떨어졌기 때문에 이를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다. 실제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지난 9월에 작성한 <2005년 MBC 경영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MBC 프로그램의 브랜드 가치는 보도와 시사·교양, 예능·오락 등 모든 장르에서 하락했다. 박연구원은 “개편이 성공하고,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올라간다면 이는 리드인 효과보다는 채널 선호도가 전반적으로 증가하면서 생기는 효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MBC의 새로운 편성 전략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방송가에서는 예의 주시하고 있다. 시트콤 시청률이 대개 10%대였기 때문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고, 한번 해볼 만한 승부라는 평가도 있다. 한 시청률 조사기관의 담당자는 ‘마치 폭풍 전야 같다. 결과를 짐작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수성(守城) 위치에 서 있는 KBS나, 동시에 개편을 단행한 SBS도 저녁 시간대 시청자가 어느 채널로 움직일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편 SBS는 목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던 코미디 프로그램 <웃찾사>를 일요일 오후 7시로 옮겼다. MBC의 인기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맞불을 놓는 등 주말 저녁 예능프로그램을 강화했다. 주말 저녁 7시대, 이번 편성 대전의 또 다른 승부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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