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주자는 다신교 신자?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11.1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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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를 하나님께 바치겠다’는 ‘서울시 봉헌 발언’으로 큰 곤혹을 치렀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또 종교 관련 구설에 오르고 있다. 이른바 ‘사찰이 무너지게 하소서’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서 유포되고 있는 동영상 때문이다.

지난 6월4일 부산 지역 ‘기독청년회연합’은 ‘어게인 1907 인 부산’이라는 행사를 가졌다. 국내 기독교 교세 확산의 시발점이 되었던 ‘1907년 평양 대부흥회’ 개최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행사 동영상에는 부산 각 지역의 사찰 현황을 대형 화면으로 보여주면서 ‘사찰이 무너지게 하소서’라는 자막이 여러 번 나온다. 이 동영상에는 이 전 시장의 축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이 전 시장의 축사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문제의 자막 때문에 이 전 시장이 난처해졌다. 불교 교세가 센 부산 지역에서 또다시 이런 구설에 휘말리자 이 전 시장 진영은 긴장했다. 이후 이 전 시장은 불심을 잡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11월1일 강원도를 찾은 이 전 시장은 하루 동안 신흥사·백담사·낙산사를 연쇄 방문하며 불심 잡기에 나섰다. 11월6일에는 불교 뉴라이트 설립대회에도 참석해 불교계를 달랬다.

대선이 가까워오면서 대선 주자들의 종교 문제도 관심을 끌고 있다. 대선과 종교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세 명의 불신도가 청와대를 장악했을 때는 불교가 전성기를 맞이했다. 특히 이들의 정치적 터전인 영남 지역에서 불교가 융성하면서 동쪽에 불교 교세가 세고 서쪽에 기독교 교세가 센 ‘동불서기’ 구도가 고착화되었다.

기독교 장로인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전세는 반전되었다. 기독교인들은 청와대에서 불상을 치웠다며 환호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에서 가톨릭이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듯 김대중 대통령의 등장 이후 가톨릭이 성장했다. 같은 기간 기독교와 불교가 정체 혹은 쇠퇴하는 동안 가톨릭만 꾸준히 성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1986년 부산에서 송기인 신부로부터 영세를 받은 적이 있다.

다음 청와대 주인은 어떤 종교를 믿는 사람이 될까? 산술적인 확률로는 기독교도나 천주교도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이명박 전 시장을 비롯해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고건 전 국무총리가 기독교 신자이기 때문이다. 정동영 전 의장과 천정배 의원은 가톨릭이다. 김근태 의장은 무교다. 박근혜 전 대표의 종교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대통령 탄핵 이후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박 전 대표는 성당을 찾아 고해성사를 하고 사찰을 찾아 참회의 108배를 올리고 교회를 찾아 회개 예배를 올린 적이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종교는 무엇일까? 다신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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