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내일’이 궁금하다면…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11.1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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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선택] 케이블TV 드라마 <웨스트 윙>

 
부동산 정책을 비롯해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무능한 정부’니 ‘오만한 정부’니 하는 온갖 원색적인 비난들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지켰던 ‘바보 노무현’이 왜 이렇게 미움의 대상이 된 것일까?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엉뚱하지만 한 편의 정치 드라마에서 그 답을 희미하게나마 찾아볼 수 있다. 미국 대통령 집무실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웨스트 윙>(케이블 채널 CNTV에서 방영 중)이 바로 그 답이다. <웨스트 윙>은 노무현 대통령이 애청자라고 밝혀서 화제가 되었다. 한때 청와대 비서진은 이 드라마 DVD를 서로 돌려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드라마를 보고 미국 대통령 집무실인 웨스트 윙처럼 청와대 구조를 개조해 대통령과 비서진 간의 물리적 거리를 줄이기도 했다.

일곱 시즌 동안 방영되었던 <웨스트 윙>은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드라마였다. 제드 바틀렛 대통령을 비롯해 <웨스트 윙>의 주인공인 비서실장 레오, 공보부장 토비, 대변인 CJ, 비서실 차장 조시, 공보실 차장 샘 등 백악관의 독수리 5형제는 미국 국민들에게 실제 대통령과 백악관 비서진 이상으로 사랑 받았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의 무엇이 노대통령을 망쳤을까? <웨스트 윙>의 대통령 참모진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출신의 대통령을 통해 철인 정치를 구현하려 한다. 학습 능력이 뛰어나고 소탈하며 사심 없는 이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참모진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차기 대권 주자인 부통령을 비롯해 여당 의원들을 압박하고 갖가지 꼼수를 쓰는 등 얕은꾀로 민심을 움직이려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임기 내내 청와대에 끌려다녔던 열린우리당과 아주 닮아 있다.

흥미로운 점은 드라마에 나왔던 에피소드가 우리 현실 정치에 재현된다는 점이다. 노대통령은 국회의원 선거에 적극 개입하는 드라마 속 대통령의 예를 들면서 자신의 정치 개입을 정당화하기도 했다. <웨스트 윙>을 본 시청자라면 양정철 비서관이 야당 의원들에게 핏대를 올리는모습과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지명자 임명을 강행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 코드’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드라마를 ‘강추’한다. 드라마를 보면 아마 노무현 정부의 향후 정치 행보를 예측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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