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이라크 정책 예의 주시
  • 남문희 전문기자 (bulgot@sisapress.com)
  • 승인 2006.11.20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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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 이후 북한의 행보/러시아 앞세워 중국 ‘자극’

 
북한은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을까. 중간선거 결과가 나오자 북한 관영 매체들도 민주당 압승 소식을 신속히 보도하는 등 평소의 북한답지 않게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대이라크 정책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라크 정책의 변화가 결국 대중동 정책 전반뿐 아니라 대북 정책에까지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경우 북한 역시 이번에는 대세를 놓치지 않고 적극 올라타겠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국내 대북 사업자들에 따르면 북한 관계자들은 특히 지난 1990년대 초 가네마루 신 일본 자민당 부총재의 방북과 클린턴 정권 말기, 그리고 2002년 고이즈미 총리 방북 등 세 번의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아쉬워하곤 했다. 북한의 대외 관계 및 대내 환경을 변화시킬 좋은 기회였으나 그때마다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놓쳤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 중간선거 이후 부시 행정부의 남은 2년에 대해 일부에서는 북한이 큰 기대를 안 할 것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나름으로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

핵실험 이후 북한의 대외 환경은 더욱 어려워졌지만 내부적으로는 희소식도 있다. 그동안 북한의 변화에 대해 완고한 태도를 보였던 내부의 원로 그룹들이 핵실험 감행 이후 ‘이제는 됐다’며 한발 뒤로 물러선 상태라는 것이다. 명실상부한 핵 보유국이 되었으므로 원로 그룹이 더 이상 체제 보위에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상대적으로 변화를 희구하는 내부 실무자들의 숨통이 트이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원유 공급 제한 풀어 ‘북한 달래기’

북한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국·러시아와의 관계가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는 점도 유의해 볼 대목이다. 최근 베이징을 거쳐 모스크바에 장기 체류 중인 강석주 부부장의 행보에서 볼 수 있듯이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이후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중국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냉랭하게 굴고 있다. 즉 강석주 부부장은 베이징에서는 아무런 얘기도 없이 1박만 하고 서둘러 모스크바로 향했고, 신병 치료와 함께 북한의 6자회담 참여 시기를 귀띔하는 등 미묘한 외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에 제재를 가하면 북한은 러시아와 손을 잡는다’는 삼각 관계 속에 중국을 몰아넣고 압박을 가하는 형국이다. 따라서 중국이 미국과의 공조 속에 대북 압박에 충실하다는 등등의 분석은 북·중·러 3국의 신삼각 구도의 내면을 이해하지 못한 해석이다.

최근 쟁점이 된 원유 공급 문제는 이 삼각 관계의 소용돌이가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지난 7월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기 전만 해도 중국은 북한에 2만t의 원유를 언제든지 가져다 쓰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9월께 북한이 그 가운데서 1만t을 가져가려고 하자 안 된다고 가로막았다. 그런데 탕자쉬안 국무위원이 10월13일 미국에 이어 14일 러시아에 들렀을 때,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고위급 인사들의 적극적인 대북 방침을 보고 매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10월 18~19일 평양을 방문했는데, 그 즉시 원유 공급 제한이 풀렸다. 지금은 다시 언제든 가져다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미국의 핵 전문가들이 베이징에 들렀을 때 중국 관리가 ‘우리는 북한에 대해 원유나 식량 공급을 제한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한 배경에 바로 이런 내막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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