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제이유 태풍, 정·관계 덮치나
  • 정희상 전문기자 (hschung@sisapress.com)
  • 승인 2006.11.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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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해외담당 고문 한의상씨 리스트 확보…고위 공직자 수상한 돈거래도 포착

 
“제이유 그룹은 2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100억원대 금품을 전달했고, 그 핵심 인물은 한의상 고문이다”(제이유 사건 관련 국정원 정보보고 문건).
“내가 연하장을 보내려고 정리한 정·관계 인사 명단이 로비리스트로 둔갑했다. 연하장을 보낸 사람도 있고 안 보낸 사람도 있을 뿐 돈을 준 적은 없다”(한의상 전 제이유 해외담당 고문).

<시사저널>이 지난 4월부터 10여 회에 걸쳐 연쇄 추적 보도해온 다단계업체 제이유그룹의 불법 영업과 배후의 정·관계 로비 의혹의 베일이 하나씩 벗겨지고 있다. 6개월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김진모 부장검사)는 11월23일 제이유로부터 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현직 동해경찰서장 정승호 총경을 구속해 수감했다. 또 현직 민주평통자문위 운영위원회 간사인 변 아무개씨에 대해서는 제이유에서 1억원대 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변씨는 제이유 주수도 회장으로부터 받은 1억원 가운데 8천만원은 장학 사업에, 나머지 2천만원은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검찰은 지난해 작성된 국정원의 제이유 관련 정보 보고 문건에 정·관계 로비 핵심 인물로 지목된 한의상 해외담당 고문의 계좌와 자택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정·관계 저명 인사들의 명단을 토대로 거액의 자금이 오간 내역을 확인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사법 처리 수위까지는 가지 않았을지라도 제이유와의 수상쩍은 거액 돈거래 혐의가 포착되어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고위 공직자들도 여럿 등장했다. 현직 치안감 박영진 경찰청 정보국장은 제이유 간부 한의상씨에게 5천만원을 투자금 명목으로 건넸다가 몇 차례에 걸쳐 나누어 돌려받은 정황이 포착되어 수사 선상에 올랐다. 박치안감의 경우 조만간 단행될 경찰 인사에서 서울경찰청 차장 승진 발령 대상자로 물망에 올랐다는 점에서 난감한 처지이다. 11월23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형근 의원이 “어떻게 저런 사람이 승진 대상에 거론되느냐”라며 제이유 관련 로비 의혹을 문제 삼고 늘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아직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라고 답했지만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혐의가 있으면 신속히 처리해서 경찰청 고위직 인사에 영향을 미치지 말아야 하는데 검찰이 경찰 인사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처지로 내몰면 어떡하느냐”라고 난감해했다. 그는 이어 “박치안감의 경우 한의상씨가 제이유로 가기 전 다른 사업을 할 때 투자했다가 회수한 시점이 제이유에 있을 때였기에 주수도씨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민정비서실의 이재순 사정비서관도 제이유 납품업자로부터의 돈거래 및 친·인척의 제이유 회원 가입 문제로 유탄을 맞았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 출신인 이비서관은 지난해 8월 청와대 사정비서관으로 옮겨가기 전부터 어머니와 누이, 남동생이 제이유에 투자한 회원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비서관의 남동생이 제이유 납품업자였는데 함께 일한 그의 친구가 이비서관의 계좌로 1억7천만원을 입금한 사실이 검찰의 계좌 추적 결과 드러나면서 이 돈의 성격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이 자금이 로비용 뇌물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과 동부지검에서는 “제이유 납품업자에게 이비서관이 오피스텔을 임대해주다 되파는 과정에서 오간 정상적 금전 거래로 밝혀졌다”라고 해명했다.

경찰 치안감·청와대 비서관 등 수사망 올라

이와 관련해 <시사저널>은 이비서관에게 돈을 입금한 당사자인 제이유 납품업자 강 아무개씨(46)와 접촉했다. “내 통장에서 1백20만원씩 열두 번, 나머지 두 번에 걸쳐 5천만원과 6천만원을 이비서관 통장으로 보낸 일이 있는데, 검찰이 계좌 추적을 하다가 그 돈이 제이유그룹에서 납품 대금으로 나온 것을 보고 덮어놓고 ‘청와대 사정비서관에게 들어간 제이유 뇌물이로구나’ 생각하고 수사를 벌였지만 결국 오피스텔 매매 대금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끝난 사건이다.” 제이유에 건강식품을 납품해온 강씨는 1997년 이비서관의 아내와 나란히 경기도 분당의 한 오피스텔을 분양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오피스텔 시공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2004년 5월에야 준공을 마치고 입주했는데 강씨는 이비서관이 분양받은 오피스텔을 임대해 쓰면서 월 1백20만원의 임대료를 이비서관 계좌로 1년간 입금하다가 결국 잔금 1억1천만원(은행 융자 6천만원 별도)을 주고 매입했다는 것이다. 이비서관은 이에 관한 일체의 세금 관계, 공직자 재산등록 내역 등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뇌물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입증하며, 해명했던 것이다.

 
오는 12월1일로 청와대 비서관을 마치고 검찰로 복귀할 예정인 이비서관은 그러나 이 사건 때문에 앞날도 불투명해졌다. 그의 친·인척들이 제이유와 깊숙한 사업자 인연을 맺어왔다는 점에서 최소한 고위 공직자의 ‘수신제가’를 둘러싼 구설을 면하기는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비서관의 부인은 “시댁 가족들이 어렵게 살아 제이유에 투자했던 것인데 남편이 청와대로 가면서 친척들에게 제이유 사업을 그만두라고 말렸지만 생계를 책임져줄 거냐며 반발하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부지검 수사팀은 이비서관 주변 친·인척의 거래 내역을 더 들여다보며 제이유와 이비서관 간의 연루 여부를 밝혀내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7월 말 주수도 회장이 구속되자 변호인을 맡았다가 구설에 오르자 지난 8월18일 사임계를 낸 송광수 전 검찰총장도 주씨가 구속되기 전인 4월에 이미 1억5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송변호사측은 정당한 변호사 수임료라고 주장하지만 최초로 돈을 받을 당시는 주씨가 구속되지도, 수배되지도 않은 시점이라는 점에서 부적절하고 수상한 돈거래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제이유, 검찰 상대 로비에도 공들인 흔적

이처럼 검찰 수사의 뚜껑이 열리면서 제이유의 전방위 돈 로비 의혹의 실체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으나 아직은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9월 검찰은 제이유 해외담당 고문이었던 한의상씨 집을 압수 수색해 정·관계 인사 60여 명의 명단이 적힌 이른바 ‘명절 선물  리스트’를 확보했다고 한다(쪽 박스기사 참조). 한씨를 상대로 한 수사에서 이들을 집중 추궁해왔는데 최근 검찰이 언론에 브리핑하고 있는 수사 대상은 그 명단 중 아직까지는 주로 경찰 고위 간부들에게 치중되어 있다. 그래서 경찰측은 ‘만만한 게 또 경찰이냐’며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의상씨의 리스트에는 정치권과 사법부, 검찰 등 60여 명에 이르는 각계 인사 이름이 들어 있는데 유난히 경찰 쪽 돈 거래만 집중 거론되기 때문이다.

 
<시사저널>이 그동안 별도로 추적한 바에 따르면 제이유그룹에서는 검찰 상대 로비에도 적잖은 공을 들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검 자문위원이었던 한 대학 교수를 로비스트로 활용하기 위해 제이유에서 2억원대 뭉칫돈을 건넸다는 내부자의 증언도 확보했다. 검찰도 독자적으로 이 제보를 접수하고 해당 대검 자문위원의 계좌를 추적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번 수사에서는 그런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거물급 여야 정치인과 사법부, 금감원,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한 제이유의 로비 실상도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검찰은 앞으로 한씨 집에서 압수한 정·관계 인사 리스트를 토대로 이들 전원에 대한 계좌 추적을 벌여 돈거래 혐의를 확인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제이유의 로비 수법과 실상을 잘 아는 이들은 로비 수사가 지나치게 한의상씨 한 사람에게 의존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주수도씨의 로비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인물들은 비자금 조성책이었던 김금순씨(현재 수배 중)와 김명준 제이유 비서실장, 홍명식 전산담당 부장 세 사람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들은 제이유 사태가 터지면서 모두 잠적했다. 검찰은 수배를 내렸지만 아직까지 이들의 소재에 대한 이렇다 할 단서조차 잡지 못한 채 답답한 로비 수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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