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진이나 풍수해 정도의 급(Level)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이런 종류의 위험은, 아플 때 깨닫는다 해도 이미 늦다. 이게 그저 먼 나라 얘기처럼 들렸다면, 혹시 올해 우리나라에서 무려 열여덟 번이나 지진(1월1일부터 4월10일까지의 통계)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얼마 전, 부산에서 발생한 방화는 또 어떤가.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화기 한번 제대로 다루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다다르면, 아무쪼록 끔찍한 일들과 맞닥뜨리지 않기만을 바라는 것 외에 달리 도리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자, 그런 사고나 재해 등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을 소개하고자 함이 오늘 이 글의 목적이다.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옆에 위치한 ‘서울시민안전체험관’(http://safe119.seoul.go.kr)은 위에 서술한 사고(화재·풍수해·지진 등)를 시뮬레이션화하여 시민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이다.
화재로 인한 사망은 불 자체보다 연기로 인한 질식사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건강한 성인 남성의 경우 세 번 정도 연기를 맡으면 정신을 잃는단다. 이때 필요한 것은, 물(혹은 침이나 소변)에 적셔 입을 막을 수 있는 천과 연기를 헤치고 빠져나갈 수 있는 요령이다.
실제로 (화재 발생과 똑같은 효과가 있는) 연기가 꽉 찬 방에서 출구를 찾는 동안 나는 엄청나게 당황했다. 정말이지 한 치 앞이 안 보였다. 겁도 나고, 그 막막한 기분이라니. 뒤늦게 소방관의 조언을 생각해내어 겨우 밖으로 나올 수 있긴 했지만, 연기에 갇혀 있으면서 느꼈던 그날의 두려움은 평생 안 잊혀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그때 불이 난 방을 빠져나오면서 뼈저리게 새겼던 소방관의 조언 역시. 슬슬 ‘화재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서울시민안전체험관’에서 소화기라도 직접 한번 분사해보면 어떨까. 연인끼리의 데이트 코스로 활용해도 나쁘지 않겠지만, 역시 가족 단위로, 특히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라면 꼭 한번 가보시길 권한다. 참고로 이 시설은 예약제로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