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연기’ 속에서 맛보는 막막함
  • 김홍민(북 스피어 대표) ()
  • 승인 2006.12.0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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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선택] 서울시민안전체험관

 
인간은 통증이 있기 때문에 위험을 안다. 불에 닿으면 손을 떼는 것은 손이 타기 때문일까? 아니다. 손이 뜨거워서, 즉, 아프기 때문이다. 만약 아프지 않다면 우리는 손이 다 탈 때까지 불이라는 것의 위험성을 알지 못하리라. 세상 살아가는 일이 그렇다는 거야 다들 알고 있겠지만, 우리는 무척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생활 속의 자잘한 위협 정도는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헤쳐나갈 수도 있을 테다.

하지만 지진이나 풍수해 정도의 급(Level)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이런 종류의 위험은, 아플 때 깨닫는다 해도 이미 늦다. 이게 그저 먼 나라 얘기처럼 들렸다면, 혹시 올해 우리나라에서 무려 열여덟 번이나 지진(1월1일부터 4월10일까지의 통계)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얼마 전, 부산에서 발생한 방화는 또 어떤가.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화기 한번 제대로 다루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다다르면, 아무쪼록 끔찍한 일들과 맞닥뜨리지 않기만을 바라는 것 외에 달리 도리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자, 그런 사고나 재해 등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을 소개하고자 함이 오늘 이 글의 목적이다.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옆에 위치한 ‘서울시민안전체험관’(http://safe119.seoul.go.kr)은 위에 서술한 사고(화재·풍수해·지진 등)를 시뮬레이션화하여 시민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이다.

 
화재로 인한 사망은 불 자체보다 연기로 인한 질식사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건강한 성인 남성의 경우 세 번 정도 연기를 맡으면 정신을 잃는단다. 이때 필요한 것은, 물(혹은 침이나 소변)에 적셔 입을 막을 수 있는 천과 연기를 헤치고 빠져나갈 수 있는 요령이다.

실제로 (화재 발생과 똑같은 효과가 있는) 연기가 꽉 찬 방에서 출구를 찾는 동안 나는 엄청나게 당황했다. 정말이지 한 치 앞이 안 보였다. 겁도 나고, 그 막막한 기분이라니. 뒤늦게 소방관의 조언을 생각해내어 겨우 밖으로 나올 수 있긴 했지만, 연기에 갇혀 있으면서 느꼈던 그날의 두려움은 평생 안 잊혀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그때 불이 난 방을 빠져나오면서 뼈저리게 새겼던 소방관의 조언 역시. 슬슬 ‘화재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서울시민안전체험관’에서 소화기라도 직접 한번 분사해보면 어떨까. 연인끼리의 데이트 코스로 활용해도 나쁘지 않겠지만, 역시 가족 단위로, 특히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라면 꼭 한번 가보시길 권한다. 참고로 이 시설은 예약제로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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