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거리에서 공공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람을 목격했다. 당신은 그 사람의 얼굴 사진을 찍어서 자기 블로그에 공개할 의사가 있는가?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차원에서 보자면 이런 사람은 인터넷에 공개해서 혼쭐을 내주어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생각해보면 자칫 과도한 여론 재판과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해 이 사람에게 치명적 피해를 입히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당신이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인터넷을 이용하다 보면 가끔 이런 식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럴 때 당신의 선택 기준은 무엇일까? 공공의 이익이나 다른 사람의 권리를 우선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며, 혹은 자신의 권리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무엇을 선택 기준으로 삼든 결국 그것은 모두 ‘정보 인권’이라는 개념으로 귀결된다. 정보 인권은 인터넷 등 정보통신 매체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장받아야 할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말한다.

최근 인터넷 이용자들이 자신의 정보 인권 의식이 어느 정도인지를 직접 측정해볼 수 있는 지수가 개발되었다. 시민단체인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1년간의 연구 과정 끝에 개발한 ‘정보인권지수’(www.action.or.kr/inforight/jisu)가 그것이다. 정보인권지수는 프라이버시권, 저작권, 표현의 자유권, 정보 접근권, 이용자 권리 등 다섯 분야에 걸쳐 인터넷 이용자들의 태도와 행동을 묻는 20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용자들이 순서에 따라 응답을 하면 점수를 합산해 다섯 단계 이모티콘(*^^* ^0^ ^^; T.T @.@)으로 측정 결과를 확인하고 자세한 설명을 보여주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분야별 권리 영역 점수도 보여주어 부족한 정보 인권 감수성 부분을 스스로 점검해보도록 하고 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이번 정보인권지수 공개에 앞서 네티즌 5백8명을 대상으로 시범 테스트를 해보았다. 이 결과에 따르면 30대가 정보 인권 의식이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이 4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터넷 주 이용자층이라 간주되는 10대와 20대의 정보 인권 의식은 30, 40대에 비해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나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30대의 경우는 국내에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10년 전에 20대의 나이로서 초창기 사이버 문화를 이끌어왔던 세대이며, 오랜 기간 인터넷 이용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 가장 강하게 정보 인권 의식을 보여준 요인으로 풀이된다.

한편 세부 영역별로는 정보 접근권과 저작권에 대한 인식 수준은 높은 반면, 표현의 자유권과 이용자 권리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표현의 자유권에 대한 인식이 낮은 까닭은 최근 악성 댓글이나 패러디 등으로 인한 여론 재판과 명예 훼손 등 사회 문제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용자 권리 의식이 낮은 것은 그동안 인터넷 이용자들이 포털 사이트 등의 정책과 서비스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만 익숙했을 뿐, 이용자로서의 권리 의식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던 결과라고 해석된다.

그밖에도 네티즌이 자신의 인터넷 이용 태도를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지수가 많이 있다. 국가청소년위원회는 웹사이트의 ‘사이버 윤리지수’(http://moral.all4youth.net)를 평가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운영 중이며,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www.iapc.or.kr)는 ‘인터넷 중독 자가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www.copyright.or.kr)에서는 ‘나의 저작권 침해지수’를 측정해보도록 하고 있으며, 블로그 사이트인 이글루스(www.egloos.com)는 얼마 전부터 ‘블로그 예절지수’를 통해 건전한 블로그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맹목적으로 인터넷에만 탐닉할 것이 아니라 가끔은 이런 지수들을 잣대로 해 자신의 인터넷 이용 태도를 점검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