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날 사람은 강봉균 의장”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7.01.0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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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열린우리당 ‘부동산특위’ 위원장

 
분양원가 공개 문제가 결국 해를 넘겼다. 12월27일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3차 당정 협의를 갖고 분양원가 공개를 민간 아파트에까지 확대·적용하는 문제를 논의했으나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정부가 이에 강력히 반대했기 때문이다. 뒤이어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도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천명했다. 가뜩이나 통합신당 창당을 둘러싸고 여당 내부가 뒤숭숭한 와중에 부동산발 여-여 갈등이 불거진 셈이다. 이에 맞서 분양원가 공개를 반드시 당론으로 이끌어내겠다는 이미경 의원(열린우리당 ‘부동산 대책 및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12월29일 의원회관에서 만나보았다. 

부동산특위가 출범한 것이 11월 중순이다. 당정간 입장 차가 처음부터 컸다고 들었다.

애초 정부는 특위가 정책 초안에 담은 여섯 개 핵심 항목에 대해 모두 반대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특위가 조목조목 반박하고, 여섯 차례 실무 협의를 갖는 과정에서 몇 가지 중요 사안에 관해서는 조정이 이루어졌다. 분양가 상한제 전면 확대,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주택 제도 시범 실시, 마이너스 옵션제 등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가장 핵심이라 할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서는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당정 간에 끝까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당이 독자적으로 이를 당론화해 2월 중 의원입법 형태로 법률안을 제출할 생각이다.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정부는 걱정한다. 분양원가 공개가 분양가 인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는 지적이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점은 시장에 확고한 사인을 보내는 것이다. 공급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단 공급자와 소수의 다주택 소유자에게 막대한 혜택이 돌아가게 돼 있는 폭리 구조를 그대로 둔 채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집값에 거품이 끼여 있다는 것은 건설업자들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집값 거품을 빼고, 현행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부동산 정책의 기조를 바꿔나가겠다는 사인을 시장에 보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참여정부는 이 지점에서 실패했다. 이로 인해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결과적으로 과거 정부와 큰 차이가 없게 됐다. 이 정부마저 공급자 위주의 부동산 정책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부동산을 주거 복지가 아닌 내수 경기의 진작 수단으로 삼았던 것이다.

거기에는 여당 책임도 있는 것 아닌가?

물론 책임을 통감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4년 분양원가 공개 반대 견해를 천명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었다. 이로 인해 그간 숨죽이고 있던 투기 세력들이 ‘서민들을 위한다는 이 정부도 과거 정부와 다를 바 없구나’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당시 여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심했지만 이를 드러내지는 못했다. 당청 간 불협화음이 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충분한 경각심이 없었다. 이번 특위 활동을 하며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경제를 반드시 잘 알아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경제 관료나 경영자 출신에게 경제 정책을 맡겨두자는 것은 안일한 판단이다.

대통령이 경제 관료를 제대로 장악하지 못했다는 뜻인가?

노대통령은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는 문제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그런데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경제 정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해 나갈지는 기존 관료 출신에게 다 맡겨버렸다. 그러다 보니 관료들이 중심이 돼 과거의 정책 기조를 변함없이 이어갔고, 결과적으로는 집값 폭등으로 양극화가 더 심해지는 양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대통령이 방향을 지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관료들이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이를 끊임없이 체크하고 질책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전문성이 부족했다고 본다. 그렇다고 이명박 전 시장 같은 경제인 출신이 대통령을 잘할 것이냐 하면, 그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본다. 그런 이들이 공급자 아닌 소비자·서민 위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할 수 있겠는가.

환매조건부·토지임대부 주택을 확대 실시하기 위한 재원은 어떻게 확보하나. 종합부동산세를 목적세로 전환해 이를 위한 재원으로 쓰자는 특위 안에 대해서는 재경부가 당초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는데….

(목소리가 높아지며) 관료들은 늘 그런 식이다. 뭐든지 안 된다는 얘기부터 한다. 아, 물론 모든 관료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관료도 많다. 토공(한국토지공사)·주공(대한주택공사)이 서민 상대로 장사를 한다고 비판하면 그 사람들 늘 하는 말이 땅 팔고 집 판 돈으로 행정도시 기반 시설도 건설하고, 임대주택도 세운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꼭 그렇게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식으로 일을 해야 하나. 그보다는 종합부동산세를 목적세로 전환해 임대주택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본다. 부자들도 자기가 낸 세금이 이렇게 쓰이는 것을 더 보람되게 느낄 것이다. 현재 지방세로 쓰이는 종부세를 목적세로 전환하면 지자체들의 반발이 클 것이라는 반론도 있지만, 사실 지자체들도 종부세 규모가 이렇게 커질 줄은 미처 몰랐을 것이다. 지자체는 달리 지원할 방도를 찾고, 올해 4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종부세를 주거 복지에 돌려 쓰자는 것이다.

특위가 내놓은 정책 중 선심성을 의심케 하는 것도 있다. 전·월세 상승률을 5%로 제한하자는 정책은 당내에서도 설익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것은 특위에서 최종 확정한 안은 아니었다. 그런데 1차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내용이 언론에 유출된 것이다. 올 봄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면 2월 중 관련 법안이 나와야 할 텐데 이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좀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아 이 사안은 고위 당정협의에서 다루는 것으로 공을 넘겼다. 

특위 안을 놓고 당내에서도 이견이 있다.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해온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부동산특위 활동 시한은 연말로 끝난다. (앞으로) 당정 간 협의는 정책위원회가 한다”라고 했다.

활동 시한? 그런 것은 특별히 정한 바 없다. 정기국회 끝날 때까지 특위 초안을 제출한다는 시한이 있었을 뿐이다. 분양원가 공개 등 아직 남은 과제가 많은 만큼 부동산특위 활동 연장을 당에 요청해두었다. 강의장이야말로 끝날 때가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안다. 1월20일께면 정책위의장 임기가 종료된다. 강의장은 부동산특위를 처음 만들 때부터 반대했다. “당내에 특위를 여러 개 두는 것은 좋지 않다, (부동산 정책은) 특히 중요한 부분이니까 정책위에서 논의하자”라는 식이었다. 그래서 특위 구성이 열흘쯤 미뤄졌는데, 그 사이 집값이 폭등하고 난리가 났다.

당내 의견 충돌을 피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우리 당이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민생 악화이고,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가 부동산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논쟁해야 한다. 오픈된 무대에서의 논쟁도 마다하지 않겠다. 통합신당을 하든 대통합을 하든 제대로 하려면 구체적으로 뭘 잘못했는지부터 철저하게 반성해야 할 것 아닌가. 부동산 문제를 놓고 얘기하다 보면 과연 뭘 하자는 통합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대통령도 분양원가 공개 문제에 대해 분명히 교통 정리를 해주어야 한다고 본다. 정부가 이를 끝내 반대한다면 대통령 지시를 사실상 거부하게 되는 셈인데, 관료들이 대통령의 권위를 그런 식으로 뭉개서야 되겠는가. 대통령 또한 이 문제가 서민들의 첨예한 관심사와 맞닿아 있는 만큼 책임 있는 발언과 실천력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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