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고 또 벗으니 남자들이...
  • 정락인 편집위원 ()
  • 승인 2007.01.1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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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 바 BTB, 버블캣츠 '북적북적'... 성상품화 논란 불러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섹시 바’ BTB(Better Than Beer) 강남점. 오후 7시가 되자 삼삼오오 짝을 이룬 인근 지역 직장인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하얀 속살이 드러난 미니스커트와 탱크톱을 입은 종업원들의 움직임도 덩달아 분주하다. 홀에 들어서는 손님들의 시선은 온통 종업원들의 몸매와 복장으로 쏠린다.
오후 10시가 되자 댄스 음악이 흐르면서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BTB의 섹시 이벤트인 ‘댄스 타임’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홀 안에 흩어졌던 비어 걸들이 중앙 홀을 중심으로 정렬한 다음 현란한 댄스가 시작되면서 절정으로 치닫는다.
이른바 ‘섹시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는 BTB는 불황을 모른다. 원래는 ‘비어페스트’라는 평범한 생맥주집으로 출발했으나 매출이 저조하자 돌파구가 필요했다. 미국의 섹시 레스토랑 ‘후터스(Hooters)’를 벤치마킹해 과감한 변신을 꾀했던 것. BTB는 홀에 ‘비어 걸’을 투입해 매출을 두 배 이상 끌어올렸다. 이렇게 BTB가 성공을 거두자 이를 벤치마킹한 업체들이 잇따라 생겨났다.
여의도의 버블캣츠는 BTB보다 한층 섹시함을 강조했다. ‘캣츠 걸’로 불리는 종업원들의 복장은 하얀 속살을 더 드러냈다. 홀 안에는 룸을 만들고 노래방 시설을 따로 갖춰 손님들의 발길을 오래 머무르게 했다.

섹시 바 원조 ‘후터스’ 한국 상륙


 

 
하지만 BTB나 버블캣츠는 여성의 ‘성 상품화’라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외식업계 일각에서는 종업원들의 옷을 한 겹 두 겹 벗겨 남성의 말초신경을 자극한 ‘판매 상술’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 절하한다. 때문에 “종업원의 옷 길이와 매출은 반비례한다”라는 말까지 나돈다. 성 호기심을 판매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도 있다.
‘성 상품화’ 지적에 대해 섹시 레스토랑 업주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노출 패션’이 하나의 유행 트렌드인 것처럼 ‘섹시 마케팅’도 유행 트렌드의 일환이라는 시각이다. 서빙 걸의 선발 기준은 ‘노출의 품위’를 나타내 준다고 강조한다. 현재 BTB나 버블캣츠의 서빙 걸은 본사에서 직접 선발해 각 지점에 공급한다. 대부분 인력관리 전문업체를 통해 42시간 서비스 교육을 한 후 실전에 투입한다. 화법은 물론이고 고객 응대법 등 체계적인 서비스 교육까지 받는다.
BTB 강남점 이준우 사장은 “고객 에티켓을 정해 신체 접촉이나 음담패설 등 성적 농담 등을 차단하고 있다. ‘노출]’만 가지고 ‘성 상품화’ 운운하는 잘못된 시각이다”라고 항변했다.
섹시 마케팅의 원조로 일컬어지는 미국의 섹시 레스토랑 ‘후터스’가 1월18일 서울 압구정점을 필두로 한국 상륙을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풍만한 가슴이 드러나는 흰색 민소매 러닝셔츠, 오렌지색 핫팬츠를 입은 종업원들. 후터스는 여종업원들이 노출이 심한 유니폼을 입고 서빙을 하는 영업방식을 채택해 유명해졌다. 특히 ‘후터스 걸’은 큰 가슴을 심벌로 내세우고 있다. 큰 가슴은 유아기 때 어머니의 젖을 연상하게 만들어 식욕을 왕성하게 자극한다는 것. 이로 인해 안 먹을 것도 더 먹게 되니 자연히 매출이 늘어난다는 논리다.
후터스의 한국 진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자칫 ‘짝퉁 후터스’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을 경계한다. 섹시 마케팅이 유행처럼 번지다 보면 결국 ‘변태 영업’으로 변질될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 후터스를 벤치마킹한 BTB나 버블캣츠 같은 섹시 바가 성공을 거두면서 유사 ‘섹시 바’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일부는 변태 영업을 일삼아 문제가 되고 있다.

‘유사 섹시 바’들, 변태 영업 일삼아


이에 대해 한국 후터스는 자사의 마케팅이 ‘섹시(Sexy)’이므로 ‘섹스(Sex)’와는 확연하게 다르다고 강변한다. 이른바 ‘후터스 걸’이라 불리는 미녀 종업원들의 성적 매력을 영업 전략으로 활용할 뿐이라는 주장이다. 미국에서도 속살이 드러나는 반라 차림의 후터스 걸이 등장해 성차별과 선정성이 문제가 됐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하나의 마케팅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는 것. 야하지만 음란하지 않은 분위기가 바로 후터스의 영업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후터스가 진출한 세계 각국에서는 후터스를 향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후터스의 ‘성 상품화’ 논쟁은 후터스를 유명하게 한 요인이다. 언론 매체를 통해 전국에 알려지는 계기가 된 것이다.
한국 후터스 이금혜 대표는 “후터스 걸의 이미지는 ‘건강한 아름다움’으로 미국 어느 축구팀의 치어리더나 잡지에 멋있게 등장하는 수영복의 표지 모델 정도이다”라고 말했다.
후터스의 국내 진출에 대해 여성단체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성단체연합 관계자는 “유흥업소를 연상시키는 콘셉트로 여성을 상품화하는 선정적 마케팅을 이용하는 것은 사회·문화적 배경에 대한 고려 없이 돈만 벌면 된다는 자본주의의 논리를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정락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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