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웃고 있지만 눈물이 난다.
  • 이은경(JES 기자) ()
  • 승인 2007.01.18 17: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고 스타로 떠올랐지만 '상대적 빈곤' 겪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불어닥치고 있는 ‘김연아 신드롬’은 스포츠계의 신선한 충격파다. 비록 최근 악화한 허리 부상 때문에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한 국내 대회에 불참하는데도 국제 대회 출전권을 주는 것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하지만 불모지인 피겨 스케이팅에서 세계 정상에 선 김연아(17·군포 수리고)의 앳된 모습은 모처럼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김연아는 지난해 국제빙상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쟁쟁한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지난해 3월 김연아가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딴 후 스포츠 전문 분석업체인 ㈜SMS코리아는 “김연아의 광고 효과가 54억원에 이른다”라고 분석했다. 10개월 전에 분석한 결과가 이 정도라면 시니어 무대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현재 상황에서는 그 몇 배에 이르는 광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김연아가 그랑프리 파이널에 나서기 전에 미리 6개월 단발로 2억원의 광고 계약을 맺은 국민은행은 ‘만루 홈런을 쳤다’는 평을 들으며 싱글벙글하고 있다.

김연아, 무엇이 특별한가


김연아와 비슷한 나이의 미셸 위(18)는 지난해 프로 전향을 선언하자마자 단숨에 스폰서 비용으로만 2천만 달러(약 1백86억원)를 벌어들였다. 아시아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동양계 미국인인 데다 10대의 어린 나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신선함이 스폰서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미셸 위는 단숨에 스포츠 재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비하면 김연아는 무엇이 더 특별하며, 어떤 점이 어려움으로 남아 있을까?
김연아는 ‘천만 달러 소녀’로 불리는 미셸 위와 공통점이 있다. 먼저 누구에게나 신선한 이미지를 주는 10대의 소녀라는 점이다. 미셸 위가 PGA(미국프로골프) 투어에 나서는 등 자기 능력 이상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듯 김연아도 한국에서는 아무도 세계 정상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피겨 스케이팅을 하고 있다. 오히려 번번이 남자 대회에서 컷오프되는 바람에 비난을 받고 있는 미셸 위보다 단숨에 세계 정상을 밟아서 보는 이들을 경악케 한 김연아가 실력으로는 앞선다고 할 수도 있다.
김연아가 특별한 점은 또 있다. 아직은 프로 냄새가 나지 않는 순수한 이미지다. 피겨 스케이팅이 아름다움과 우아한 연기로 여성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종목이라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여기에 김연아에게는 손쉽게 세계 정상에 오른 천재 소녀가 아니라 국내의 열악한 환경과 허리 부상을 딛고 세계 정상에 선 감동 스토리가 더해졌다. 발전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도 스폰서들에게는 매력적 요인이다.
김연아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한 글로벌 스포츠 매니지먼트사 IMG는 지난해 초에 일찌감치 김연아를 점찍어 두었다. 미국 본사의 빙상 전문가들이 이런 점에 미리 주목한 것이다. IMG뉴욕의 피겨 스케이팅 전문가 제이 오툴이 김연아가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IMG코리아측에 “김연아라는 선수는 매니지먼트사와 계약을 했는가?”라고 먼저 문의해왔다. IMG는 ISU가 주최한 국제 대회 우승자들 대부분이 이 회사 소속일 정도로 세계 톱 클래스 빙상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IMG 본사에서 김연아를 주목한 데에는 한국의 피겨 스케이팅 시장이 10년 안에 급성장할 것으로 보는 전망도 한몫 했다. 일본은 이토 미도리가 198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뒤 피겨 열풍이 불어닥치면서 사토 유카·아라카와 시즈카에 이어 현재의 아사다 마오·수그리 후미에·안도 미키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대거 배출되었다. 독보적 스타가 선구자 노릇을 하면 그를 보면서 자란 어린 선수들이 저변을 키워서 더 크게 성장하기 마련이다. IMG는 한국 역시 김연아를 신호탄으로 앞으로 5~10년이면 여자 피겨 스케이팅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 여동생’을 힘들게 하는 것들


그러나 신드롬이라는 타이틀까지 붙어가면서 김연아의 주가가 치솟고 있음에도 정작 가장 필요한 장기 스폰서를 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없다. 이정한 IMG코리아 대표는 “앞으로도 스폰서 기업이 생기기는 힘들 듯하다”라고 밝혔다. 이대표는 피겨 스케이팅의 경우 스폰서 업체의 노출이 쉽지 않아 애로 사항이 많다고 설명했다. 유니폼이나 액세서리 등에 스폰서 업체의 이름을 노출시키는 다른 종목과 달리 피겨 스케이팅에서는 스폰서를 노출할 방법이 없다.
김연아는 2006년 보신각종 타종식에도 나설 정도로 ‘국민 여동생’ 대접을 받고 있지만, 정작 한국 피겨 스케이팅의 열악한 기반 환경 때문에 경제 가치 면에서는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를 후원하는 게 기업 입장에서는 이점이 크지 않다고 하지만 일본의 경우 현재 세계 정상권에 있는 선수들이 모두 한 명당 6~7개 기업의 후원을 받고 있다. 이대표는 “일본은 피겨 선수들이 국민적 인기를 얻고 있어서 도요타 등 글로벌 기업들이 스폰서로 나섰다”라고 설명했다.
김연아 선수의 경제적 가치가 상한가를 치고 있다고 막연히 예상하기 전에 지난해 그녀가 벌어들인 돈이 6억원 선에 불과하다는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국민은행 광고 계약비 2억원이 가장 큰 액수였고, 현대카드 주최 이벤트 경기에 참가면서 지원금 5천만원을 받았다. 당시 김연아는 출전비 1천5백만원을 별도로 받았다. 또한 GS칼텍스가 훈련비로 7천만원을 후원했다. 여기에 대한빙상연맹의 포상금 3천만원을 포함한 지원금이 총 1억4천3백50만원, 김연아의 학교와 군포시 및 경기도교육청 후원회에서 받은 장학금이 4천100만원 선이었다. 이 외에도 김연아가 각종 국제 대회에서 직접 벌어들인 상금 6만2천 달러(약 5천7백50만원)가 있다. 그나마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2006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 그 이전까지는 훈련비를 모두 자비로 충당했다.
프로 스포츠 선수의 경우 한번 국민적 스타가 되면 경제적 가치가 어마어마한 액수로 환산되는 것과 비교된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이승엽(31·요미우리)은 2006년 삼성경제연구원이 선정한 히트 상품 7위를 기록하면서 경제적 가치가 2백억~3백억 원에 이른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5년 국내 축구에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박주영(22·FC 서울)이 당시 연간 창출한 경제적 가치가 1천7백억원에 이른다는 보고가 나왔다. 이에 비하면 김연아의 처지는 “연맹에서 적극적 지원을 한다고 했지만 앞으로 마음 놓고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걱정이다”라고 고민을 털어놓을 정도로 좋지 않은 편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