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대출하는 '여성 전용 금고'
  • 홍선희 편집위원 ()
  • 승인 2007.01.1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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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만데쉬 은행, 빈민층 여성에 자립 자금 제공...창업 스쿨도 설립 예정

인도 서부 만데쉬에 사는 여성들은 여성 전용 은행 덕분에 창업해 수익을 만들고 그 수익을 바탕으로 자기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 만데쉬 주민 아루나 씨(34)는 3년 전까지만 해도 농장에서 일하며 일당으로 겨우 20루피(약 4백원)를 받았으나 이 은행의 도움으로 야채 가게를 열어 하루에 4백 루피(약 8천원)나 벌게 되었다.
만데쉬 은행은 지난 10년간 아루나 씨 말고도 수많은 여성들의 삶을 바꾸어놓았다. 여성들이 세워 여성들을 위해 운영되는 은행인 것이다. “우리는 빈민 지역 여성들의 능력을 키워 그들이 남성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급자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라고 창설자인 체크나 갈라 싱하 씨는 말한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부유층 출신 싱하 씨는 운동권 출신 농부와 결혼한 후 도시를 떠나 만데쉬의 작은 마을에 정착한 뒤 소액 은행을 시작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소액무담보대출은행 운동이 전지구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즈음 만데쉬 은행은 여성 전용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은행은 2주 단위로 대출을 해주거나 예금을 받는다. 대다수 고객은 일급이나 주급을 받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채소나 과일을 사는 데 필요하다고 할 경우 하루 단위로 빌려주기도 한다. 가입자가 4만8천명, 자산은 9천만 루피(약 18억원)이며 대출 회수율은 97.5%이다.
이 은행 덕택에 1만6천명이 넘는 자영업자가 생겨났다. 고객 1인당 연평균 수입이 2만2천 루피(약 44만원)에 이르게 되었다.
아르차나 라살 씨(28)는 6년 전 알코올 중독자인 남편과 학대하는 시아버지로부터 도망쳐 나온 후 이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기술을 습득해, 재봉사로 매달 8천 루피(약 16만원)를 거뜬히 벌어 딸을 부양하고 있다. 사쿠바이 로크한드라는 빈민 여성은 손자만 11명을 두고 있다. 자신이 만든 빗자루와 밧줄을 팔아 한 달에 8천 루피를 벌어 두 자식들의 집을 지어주었고 손자들의 교육비를 대준다. 소아마비인 쇼브하 바우트 씨는 야채 가게를 운영하며 부모님을 부양한다. 여성들은 이 은행 덕분에 빈곤의 악순환 고리를 벗어나 1인 창업으로 가계를 이끌어나가는 것이다.


남편이 재산 공동소유권 인정해야 대출 가능


이 은행이 꼭 여성 고객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남성들이 저축을 위해 이곳을 찾을 수는 있으나 대출은 반드시 여성을 통해 나간다. “여성에게 돈을 넘겨주는 이유는 여성이 가정 경제의 주도권을 가지면 육아·교육·의료 및  가족을 위하여 필요한 일에 돈을 쓰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이 은행은 앞으로 비즈니스 스쿨을 열어 정규 교육을 받아보지 못한 여성들에게 기술·경제 및 마케팅 등을 가르치고 창업을 도와주기로 했다.
한편 남편이 부인 몰래 집이나 재산을 팔아버리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여성의 이름으로 대출하려면 반드시 남편이 아내를 재산의 공동 소유자로 등재해야 하는데, 급전이 필요한 남편들이 쉽게 응한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2004년에는 관련 부처가 부인을  가재 도구의 공동 소유자로 인정해, 재산 서류에 부인의 이름을 병기하도록 법제화했다. 이는 남편들이 가재 도구를 팔거나 빼앗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를 낸다.
여성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지불된 대출 금리의 1%는 여성에게 되돌려준다. 소녀들의 교육을 위해 장학금 혹은 저금리 대출금을 지급하고 여성을 위한 보험과 연금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싱하 은행장은 “우리는 저금리 소액 은행이 빈곤층 중 최고 빈민들을 돕는 효과적인 도구라는 점을 보여줬다. 이주 노동자와 도심의 노점상들에게도 수혜를 확대하고자 한다”라고 말한다. 
홍선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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