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 오너 가문 '젊은 그들'이 몰려온다.
  • 왕성상 편집위원 ()
  • 승인 2007.01.1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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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더 끌 이유 없다" 회장 2,3세들 전진 배치

재벌그룹 오너들의 2·3세들과 친족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의 임원 인사에서 주요 그룹 회장 아들, 딸, 손자, 손녀와 형제, 사촌 등이 대거 전진 배치된 것이다. 
글로벌 경영과 해외 실적을 바탕으로 이뤄진 지난해 인사 때와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시간을 더 끌 게 아니라 한 해라도 빨리 그룹 일에 실질적으로 참여시켜 후계 경영인으로 키우려는 전략에서다. 오너가(家) 임원들의 공통점은 비교적 젊다는 것. 주로 30~40대이고 나이가 많아도 50~60대를 넘지 않는다.


30, 40대가 주류 이뤄


 

그룹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곳은 창립 3년째 접어드는 GS그룹. 그룹 양대 축인 허창수 GS홀딩스 회장과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직계·방계 혈족들이 영입이나 승진 케이스로 전진 배치되었다.
이 그룹 지주회사인 GS홀딩스는 사업지원 담당 상무 직을 신설해 허창수 회장의 사촌동생인 허용수 (주)승산 사장(39)을 그 자리에 앉혔다. 허 상무는 보성고, 미국 조지타운대, IDAS(국제디자인대학원)를 나와 1997년부터 승산에 몸담아왔다.
GS칼텍스는 허동수 회장 장남인 허세홍씨(38)를 상무로 영입해 싱가포르 현지법인 부법인장으로 보냈다. 신임 허상무는 고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허창수 회장 조카다.
허창수 회장 셋째 동생인 허명수 GS건설 부사장(52)과 넷째 동생인 허태수 GS홈쇼핑 부사장(50)도 각각 대표이사 사장으로 앉아 회사 사령탑을 맡고 있다. GS건설 허사장은 고려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2002년 이 회사에 입사해 경영지원본부장을 거쳤다. 허회장의 첫째 동생인 허정수 사장(57)은 GS네오텍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둘째 동생인 허진수 GS칼텍스 사장(54)도 2005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GS그룹 오너 일가 약진이 계속되고 있다.
SK그룹도 예외가 아니다. SK케미칼은 고 최종건 초대  그룹 회장의 막내아들이자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부사장(43)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2단계 승진시켜 오너 경영 체제를 크게 강화했다.


 

현대그룹 역시 친정 체제 굳히기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현정은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기획실장(30·상무)은 전무로 승진했다. 정전무는 2004년 1월 현대상선에 입사해 1년 만에 대리·과장으로 승진했고 지난해 3월 상무가 되었다. 입사 3년 만에 그룹 계열 정보통신회사 업무 총괄 역할을 맡은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부사장 자리에 올라 회사를 끌고 갈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 맏딸인 조현아씨(33)와 외아들 조원태씨(31)를 1년여 만에 상무와 상무보로 진급시켜 경영 수업을 시키고 있다. 조상무는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의 3세 중 가장 연장자다. 1999년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본부에 입사해 기내판매팀장 등을 거쳤다. 조원태 상무보는 지난해 차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곧바로 임원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의 외아들인 박세창씨(32)를 입사 1년 만에 계열사인 금호타이어 기획팀 부장에서 그룹 전략경영본부 이사로 승진시켜 임원으로서 기업 경영 흐름을 큰 틀에서 보고 익히도록 했다. 휘문고, 연세대 생물학과를 나온 박이사는 컨설팅업체 AT커니에서 4년간 다니다 미국 MIT에서 MBA를 받고 2005년 10월 금호타이어에 몸담았다.
신세계그룹은 최대 주주인 이명희 회장의 아들 정용진 부사장(39)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그동안 경영 수업에 전념해왔던 정부회장은 올해부터 그룹 운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외손자이기도 한 정부회장은 1995년 신세계에 들어가 2000년 부사장이 된 뒤 경영 수업에만 전념하며 외부에 나서기를 꺼렸다. 나이가 젊은 데다 전문경영인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언론에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는 등 대외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특히 신세계가 지난해 5월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이마트 7호점 개점 행사장에서 “상속·증여세로 1조원 이상을 내겠다”라고 발표해 정부회장 승계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장영신 회장이 이끄는 애경그룹은 신세계그룹에 앞서 2세 경영 체제를 갖췄다. 지난해 11월21일 장회장의 장남인 채형석 부회장(47)을 총괄부회장 겸 그룹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해 명실상부한 후계 작업을 끝냈다.


LG그룹 ‘느긋한 경영 수업’ 눈길


잦은 기업 인수·합병(M&B) 등으로 불안했던 유통업계 경영 환경이 후세 경영 구도 정착을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도록 만들었다는 것이 재계 사람들의 공통된 해석이다.
LG그룹은 그룹 위상과 달리 후계 구도 면에서는 다른 곳들과 다소 차이가 난다. 구본무 회장의 외아들인 구광모씨(29)가 지난해 가을부터 LG전자 대리로 일하고 있으나 나이, 직장 경력, 직위로 볼 때 ‘차세대 후계자’ 차원의 경영 수업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재경부서에서 일하는 구대리는 미국 뉴욕 주 로체스터 공대를 졸업해 국내 정보기술(IT) 솔루션 회사에서 3년 동안 산업 기능요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인정받아 LG에 입사했다. 딸만 둘인 구회장은 2005년 11월 첫째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씨를 양자로 입적해 화제가 됐다.
구인회 창업주에 이어 구자경 명예회장, 구본무 회장까지 장남에게 그룹 경영 승계가 이루어진 점을 비춰볼 때 구대리의 LG전자 재직은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기 위한 첫 과정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재계 시각이다.
LG그룹 계열사인 LG상사는 지난 12월20일 이사회를 열고 구본무 회장 동생인 구본준 LG필립스LCD 부회장을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내정했다.
LS그룹도 새해 1월1일자로 2명의 오너 임원을 인사 발령했다. 구자균 LS산전 부사장(50)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구자은 LS전선 상무(43)를 전무로 승진시킨 것이다. 구사장은 구평회 E1 명예회장(81)의 3남이며 구전무는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79)의 장남이다.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39)가 곧 있을 임원인사에서 최소한 전무로 승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왕성상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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