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1천만 클럽' 5번째 영화는?
  • 김범석(JES 기자) ()
  • 승인 2007.01.1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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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흥행 대박 예과는 한국 영화들

김범석 (JES 기자)

 
과연 어떤 한국 영화가 다섯 번째로 ‘1천만 클럽’에 가입할까?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이상 2005년), <왕의 남자> <괴물>(이상 2006년)에 이어 올해에도 관객 1천만 한국 영화가 나올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또 1천만 영화가 탄생한다면 어떤 감독, 누구 주연의 작품이 될지 관심이 높다.
일단 멀티플렉스를 자회사로 보유한 대형 투자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쇼박스·롯데엔터테인먼트의 작품 중에서 1천만 영화가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미도> <왕의 남자>를 배급한 시네마서비스도 1천만 ‘학습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태극기 휘날리며>와 <괴물>로 재미를 본 쇼박스와 아직 ‘1천만 관객’ 영화를 배출하지 못한 업계 맏형 CJ엔터테인먼트의 대결 2라운드도 관전 포인트다. 영화 관계자들은 2007년 어떤 작품을 기대작으로 점칠까? 또 1천만 관객 영화 후보로는 어느 작품이 꼽힐까?
서정 시네마제니스 기획실 이사는 “요즘 관객들은 새롭고 재미있으면서 완성도까지 높은 영화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1천만 관객 영화들은 모두 이같은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영화를 고르는 관객들의 선택 기준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동통신사의 관람료 할인 제도 폐지 후 관객들이 위험 부담을 줄이려는 심리가 더 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놈 목소리> <1번가의 기적> 주목할 만


이상무 CJ엔터테인먼트 홍보팀 부장은 <그놈 목소리>(2월1일 개봉)를 주목하라고 말했다. <너는 내 운명>으로 멜로 영화 기록을 새로 쓴 박진표 감독의 차기작인 데다, 설경구·김남주의 조합으로 벌써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이 영화는 흉악범에 대한 공소시효 논란 등 1천만 관객 영화가 갖춰야 할 사회적 메시지까지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 PD 출신인 박진표 감독이 방송사 근무 시절 담당했던 1991년 이호형군 유괴 사건을 모티프로 해 사실성을 높였다.
장진승 CJ엔터테인먼트 한국 영화 투자팀 대리는 “재개발에 맞서는 순박한 사람들의 코끝 찡한 감동작 <1번가의 기적>(2월15일 개봉)도 야심작이다”라고 한 표를 던졌다. <두사부일체> <색즉시공>의 윤제균 감독과 임창정·하지원이 의기투합한 휴먼 코미디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작품이다. 코미디 영화 중 역대 최고 기록인 <투사부일체>의 스코어를 뛰어넘어 코미디 영화 중 가장 먼저 ‘1천만 관객’ 테이프를 끊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80년 광주를 그린 <화려한 휴가>는 70억원이 넘는 규모의 순제작비를 쏟아부은 화제작이다. 광주민주화 운동을 정극으로 다룬 첫 번째 충무로 영화인 <화려한 휴가>는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처럼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1천만 관객 도전작이 될 수 있다. 안성기·김상경·이요원·이준기가 광주의 아픔을 겪는 시민군과 그의 가족으로 출연한다.
멜로 영화 관객의 한계가 있지만 이창동 감독의 <밀양>과 허진호 감독의 <행복>도 언제든 떠오를 수 있는 작품들이다. 뚜렷한 자기 색채를 유지하는 감독이라는 점에서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밀양>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죽은 남편의 고향으로 내려간 여자와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다. 전 문화부장관인 이창동 감독의 충무로 복귀작인 데다 송강호·전도연 주연작으로 현재 후반 작업 중이다. 황정민·임수정 주연 <행복>은 요양원에서 만난 남녀가 사랑에 빠진 뒤 건강을 회복한 남자가 마음이 달라진다는 내용의 ‘허진호표’ 영화다. 황정민이 <너는 내 운명>의 순정파 이미지에서 벗어나 우유부단하고 이기적 인물로 나온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1천만 관객 영화가 몰고 오는 부작용 만만찮아


 
요즘 관객들의 취향이 스타 배우에서 스타 감독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지운 감독의 신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도 눈길이 간다. 올 봄 크랭크 인해 일러야 연말쯤 개봉할 작품인데도 많은 영화인들이 주목하고 있다. 일제 시대 만주를 무대로 한 ‘한국형 서부극’으로 이제껏 충무로에서 다루지 않았던 미개척 장르라는 점에서 각광받을 전망이다. 세 명의 남자 주인공 중 한 명인 ‘이상한 놈’으로 송강호가 캐스팅된 상태다.
송강호는 올해 <밀양> <우아한 세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잇달아 출연하며 1천만 관객 터치 다운에 재도전한다. 상반기 개봉할 <우아한 세계>는 자녀들을 조기 유학 보내고 노후를 걱정하는 소시민 조폭의 얘기로 진부한 기존 조폭 영화들과 궤를 달리한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업계 3위인 롯데엔터테인먼트가 2위권 진입을 목표로 한재림 감독이 만든 루씨필름에 30억원을 투자하며 공을 들인 작품이다.
이밖에 거장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인 <천년학>과 송혜교 주연의 <황진이>도 기대작이다. 북한 작가 홍석중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황진이>는 <파랑주의보>로 체면을 구긴 송혜교와 3년 만에 재기를 노리고 있는 장윤현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자기 브랜드를 확고히 다진 스타 감독들의 행보는 늘 관심 대상이다. 현재 집필 중인 이준익 감독의 첫 멜로 <매혹>과 김대승 감독의 50대 멜로 영화 <연인>(가제), 박흥식 감독의 무협물 <협녀>는 모두 배우들이 학수고대하고 있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1천만 관객 영화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대형 배급사의 스크린 독식이 다양한 문화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지난 12월 말 개봉해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올드 미스 다이어리>도 희생양이었다. 양대 배급사 작품인 <중천>과 <미녀는 괴로워> 틈바구니에 끼여 개봉 첫주부터 100여 개의 초라한 스크린 수로 시작해 교차 상영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래서 충무로에서는 “1천만 관객 영화 한 편보다 2백만짜리 영화 다섯 편이 나오는 게 훨씬 값지다”라는 말이 설득력 있게 나돈다. 급속히 양적 팽창 중인 한국 영화계가 2007년 어떻게 체질이 개선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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