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 교과서에 적힌 고조선은 잊어버려라"
  • 조철(출판기획자) ()
  • 승인 2007.01.1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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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과 오류 일일이 잡아내 ...욕사 바로잡기 대중화 큰 걸음

조철 (출판 기획자)

 
내부의 적은 외부의 적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다.’ 지난해 교과서포럼이 제시한 중·고교 대안 교과서의 한국 근현대사 시안이 거센 비난을 받았을 때 교과서포럼 내부에서조차 ‘패가망신’이라며 비판을 한 일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국사 교과서에서 오락가락하고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은 근현대사만이 아니다. 고대사는 아직도 일본과 중국의 왜곡과 학자들의 자신감 결여로 광활한 대륙의 옛 영토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고조선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책을 낸 것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그런데 ‘고조선’이 제목 앞에 덩그러니 붙은, 재미 없을 것 같은 이 책이 왜 반가울까?
텔레비전 드라마 <주몽>이 주목되는 이유가 정말 일본의 역사 왜곡이나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온 국민의 분노 때문이라면 좋겠다. 그래서 <주몽> 팬들이 고구려 역사를 온전히 알려고 자녀의 국사 교과서라도 다시 펼쳐 본다면, 내친 김에 고조선의 역사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살펴본다면 좋겠다.
다행히도 이 책은 고조선에 대해서 모른다고 질타하지 않는다. 차라리 모르는 것이 약이라고 말할 정도다. 국사 교과서에 나오는 고조선은 모두 잊으라고, 왜곡되고 뒤틀린 오류들을 모조리 잡아내고야 말겠다는 각오를 앞세운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 우리 역사학계는 최근 수년 동안 집중적으로 연구와 저술 활동을 해왔다. 그 속에 이미 고조선에 대한 논쟁도 포함되었다. 문제는 논쟁을 대중과 제대로 공유한 적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이 책이 반가운 이유는 바로 고조선의 역사 논쟁을 ‘대중화’하는 데 성공할 것이라는 예감 때문이다. 논문 나열식의 역사서들이 대중의 손에 쉬이 잡히지 않는 현실에 고조선 덕에 책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하지만 이 책을 엮은 세 역사학자들의 문제의식의 출발점과 대륙을 답사하며 들인 발품은 고조선 논쟁을 공청회하듯 가깝고도 쉽게 풀어내 일단 성공했다고 본다.


이슈와 쟁점으로 한국사 진실 재점검


이 책은 역사학계에서 팽팽히 맞서고 있는 논쟁의 불씨들을 끄집어내 풍부한 사료와 날카로운 시각으로 비판함으로써 역사의 진실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노력의 산물이다. “고조선이 없으면 우리 역사는 없다”라고 외치며 일제의 식민사관과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위태로운 고조선을 지켜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철저한 고증을 통해 역사의 오류들을 시원하게 파헤쳤다고 이 책은 자신한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일 뿐이다. 국가가 나서야 할 일에 대한 문제 제기 정도가 아닐까?
한국사를 멋대로 조작하고 공격하는 일본과 중국의 이 거대한 음모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음모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고조선이 고대의 역사가 아닌 오늘날 우리의 ‘현대사’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한국사의 주권자인 우리가 먼저 할 일은 우리 역사에 덧씌워진 식민사관과 중화주의 등의 잔재를 말끔히 털어내고 객관적인 진실을 제대로 바라보는 일이다. 그래야 주변국들의 도전에 대응해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쓴 이덕일씨는 답사에서 ‘고조선의 유물을 찾아다니다 보면 역사의 영토를 빼앗긴 민족의 슬픔뿐만 아니라 빼앗은 민족의 두려움도 느끼게 된다’고 썼다. 한국사의 슬픔을 줄이고 중국사의 두려움도 사라지게 할 그날은 언제일까? 고대 중국사와 한국사의 경계를 만리장성으로 단순히 그어버리는 날을 상상해볼 일이다. 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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