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폭풍 맞은 건설 시장 '비틀비틀'
  • 왕성상 편집위원 ()
  • 승인 2007.01.2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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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재건축, 뉴타운에 탄바람 '쌩쌩'...아파트 품질 저하, 일자리 감소 등도 우려
 

"융단 폭격식 1·11 부동산 대책으로 후폭풍의 강도가 거세질 것 같다.”
전문가들이 내다보는 ‘1·11 조처’의 후폭풍은 크게 다섯 갈래이다. 민간 주택 공급 축소, 집값 상승, 건설 경기 위축, 아파트 품질 저하, 일자리 감소가 그것이다. 이런 현상들은 쇠사슬처럼 이어져 있어 핵분열을 거듭할 경우 경제를 구렁텅이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첫째, 민간 주택 공급 축소이다. ‘1·11 대책’으로 건설사들이 가장 애로를 겪는 점이 집 지을 땅 마련이다. ‘반시장적 조처’로 땅 부족 현상을 낳고, 이는 결국 집 공급 위축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2005년 ‘8·31 부동산 대책’으로 비사업용 땅의 양도소득세가 60% 단일 세율로 뛰어 땅 사기가 어려워진 데다 이번 조처까지 겹쳐 엎친 데 덮친 꼴이 되었다. 지주들이 무거운 세금을 겁내 건설사에 땅을 팔지 않기 때문이다. 내놓은 땅도 거둬들이는 추세다. 팔더라도 내야 할 세금까지 포함해 땅값을 매겨 건설사들의 택지 확보를 난감하게 하고 있다.    
게다가 업계에 아픈 부분인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 확정으로 건설사들이 아우성이다. 그 중에서도 시행 회사들이 치명타를 맞게 되었다. 정부가 건설사의 택지비 원가를 따질 때 시세의 80% 수준으로 감정가를 반영하므로 실거래 가격대로 땅을 사서 집을 짓는 사업체는 손해보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민간주택 공급이 예년보다 20~30% 줄게 되리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한국토지공사 입찰을 통해 아파트 지을 땅을 낙찰받았던 A건설사는 최근 이 땅을 팔겠다며 살 사람을 알아보고 있다. 사업 여건이 더 나빠진 지방은 사태가 심각하다. 사업변경이나 백지화를 꾀하는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오는 9~10월 부산 연지 자이 2차 아파트를 분양키로 했던 GS건설은 ‘1·11 대책’이 본격 적용되는 9월 이전으로의 일정 조정을 검토 중이다. 부산 부전동 주상복합 아파트를 올해 중 분양키로 한 포스코건설도 분양 일정을 상반기로 당겼고, 지방 업체인 동원개발은 부산 지역 아파트 분양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대전·청주 등 다른 지역에서 주택 사업을 벌이려는 건설사들 사이에서도 이런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반면 부동산 중개업계는 대출 규제 강화로 아파트 매물이 늘어 부족 공급량을 일부 충당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지만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일정 기간 지켜보자는 관망세를 취하고 있으나 전망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사업 포기하는 주택 건설사들 줄 이어


 
둘째, 집값 상승이다. 시장 원리에 따라 집 공급이 달리면 값이 오른다는 얘기다. 정부는 분양원가 공개로 건설사들이 집을 적게 지으면 주공아파트 등 공공 부문 주택 공급을 늘린다고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주택공사, 지방자치단체들이 아파트를 아무리 많이 지어도 수요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에서다. 업계는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더 어렵게 만들고 중산층 이상 대상의 주택 가격이 치솟는 현실에서 집값 상승은 어쩔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셋째, 건설 경기 위축이다. ‘1·11 대책’으로 집을 지으려는 건설사들이 줄어들거나 아예 일손을 놓는 사례까지 나올 조짐이어서 건설경기 위축이라는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건설 경기 위축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곳이 미분양 아파트다. 부동산 정보 업체인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지난 1월9일 현재 전국의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4만8천6백92가구로 지난해 12월보다 1천5백56가구(3%) 늘었다. ‘11·15 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해 12월8일 조사에서 넉 달 만에 처음 1.46% 줄었으나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한동안 붐을 이루었던 대도시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차질은 불가피하다. 서울 지역은 거의 올 스톱  상태다. 오는 9월 1일 이후 사업 계획 승인을 신청하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까닭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조합원 몫을 뺀 일반 분양 아파트에서 많은 수익을 남길 수 없어 사업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짤 수밖에 없다.
서울 서초동 D재건축 아파트 33평형의 경우 예정 분양가는 평당 1천8백50만원이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1천3백90만원으로 뚝 떨어진다. 분양가의 60~70%를 차지하는 땅값을 감정평가액으로 적용한 결과다. 낮아진 일반 아파트 분양가는 조합원 부담으로 돌아가 수익성이 크게 나빠진다는 계산이다.
서울 뉴타운 사업 지역은 더욱 암울하다. 2005년 6월 서울 뚝섬 상업지역 주상복합 아파트 용지를 서울시에서 사들인 3개 회사의 그 때 평균 낙찰가율이 감정평가액의 2백10%였지만 1·11 대책에 따른 새 감정가를 적용하면 사업 자체를 접어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린다.
서울 강남 지역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은 “지금 정부 아래서는 추진이 어렵다고 보고 사업을 멈추거나 늦추는 추세”라고 말했다. 9월1일 전에 사업 계획 승인 신청을 해도 올 연말까지 분양 승인을 신청하지 않으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으므로 재건축 아파트는 공정률이 80%가 되어야 분양할 수 있다.
‘1·11 대책’의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의 돈줄이 말라 건설·부동산 회사 연쇄 부도, 휴·폐업 증가가 예상되어 머지않아 경기 침체의 먹구름이 몰려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넷째, 아파트 품질 저하이다. 분양가 상한제와 원가 공개를 시행함에 따라 건설사들이 정해진 공사 금액 범위 안에서 집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공사 원가를 맞추기 위해 값싼 원자재, 싸구려 장비, 기술이 부족한 인력을 쓸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비롯된다. 이렇게 되면 아파트 시공 질이 떨어져 수준 미달의 아파트가 쏟아진다는 분석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했던 1998년 이전의 예로 볼 때 경쟁력이 약한 중소 주택업체와 지방에 적을 둔 건설사들의 저품질 아파트 양산이 예견되고 있다. 국민들의 소득 증가로 고급주택을 찾는 수요자들의 욕구 충족을 제대로 해줄 수 없고, 저품질 아파트 시공으로 인한 집단 민원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다섯째, 일자리 감소다. 정부 조처로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가 줄고 자연히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후유증이 생겨난다.
전문가들은 “건설업의 경우 경기 선행 산업으로 연관 분야가 엄청나게 많고 관련 일자리도 적지 않아 ‘1·11 대책’으로 실업자가 무더기로 쏟아질 전망”이라며 “청년실업 증가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 및 원가 공개→건축 공사 포기→일자리 감소→실업자 양산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얘기다.
소나기식 부동산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잠시 사업을 접는 주택 건설사들이 줄을 이어 현장 인부 등 비정규직들의 대량 실직도 불가피해지고 있다. 성남시 복정동, 서울 영등포 등 몇몇 새벽 인력 시장에서 ‘1·11 대책’ 이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헛걸음을 치는 일용직 인부들이 늘고 있어 이를 짐작케 한다.
이런 현상은 지방도 마찬가지다. 광주지방노동청의 경우 지난해 건설 현장 일용 근로자 가운데 고용보험 피보험 자격(근로 내역)을 신고한 사례는 33만3천6백98건으로 전년도 24만8천7백37건보다 34.2% 불어났다.
이와 함께 노동부 고용안정센터에서 실업 급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크게 느는 점에서도 일자리 감소 조짐을 읽을 수 있다. 지난해 일자리 창출 부진으로 실업 급여 신청자 수가  1997년 제도 도입 후 처음 60만명을 넘어섰고 매달 평균 5만명 이상 웃돌았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청년실업이 21년 만에 최고’라는 분위기 속에서 ‘1·11 대책’이 취업 시장에 미칠 후폭풍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문이다. 
왕성상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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