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병 치료는 복부 비만 해소로부터!
  • 이성희(인제대 교수, 서울 백병원 가정의학과) ()
  • 승인 2007.01.2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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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인제대 교수·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올해 40세의 문턱을 밟게 된 회사원 A씨는 최근 의사로부터 “비만하신데 특히 복부 비만이 심하시군요. 고혈압 초기이고, 혈당도 조금 높은 편이고,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기준치보다 높아 고지혈증도 있습니다. 경도의 지방간 소견도 보이는군요”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이런 A씨가 몸 관리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혈압 조절을 위해 싱겁게 먹기로 결심할 수도, 지방간 조절을 위해 술을 줄일 수도, 혈당을 낮추기 위해 단것을 안 먹기로 결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는 한 가지 근본적 원인에서 비롯되는데, 그것이 바로 복부 비만이다.
복부 비만은 말 그대로 지방이 복부에 집중적으로 축적되는 것인데, 지방이 어느 부위에 쌓이느냐에 따라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피부와 복근 사이에 지방이 쌓여 피하지방이 두꺼운 경우와 복근 안쪽의 내장 부위에 지방이 쌓이는 내장형 비만이 있는데, A씨의 경우처럼 여러 가지 성인병을 불러오는 것은 바로 내장형 복부 비만이다. 여성들의 경우 여성호르몬이 내장형 비만을 막아주는 방어막 역할을 하고 있어 허리가 아무리 굵은 여성이라도 내장형 비만은 드문 편이다. 그러나 폐경 이후에는 여성호르몬이 결핍되므로 서서히 복부 비만, 특히 내장형 비만이 진행되어 50세 이후에 여러 가지 성인병이 발생한다.
남성의 경우에는 젊은 나이에도 배가 나오기 시작하면 대부분 내장형 비만으로 진행된다. 이런 경우 체내에서 당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를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하며, 인슐린 저항성이 있을 경우 당뇨병은 물론이고, 동맥경화증 및 심장 질환의 발생 위험이 매우 커지게 된다.


과도한 회식과 운동 부족이 문제


A씨의 경우에는 서서히 진행된 복부 비만이 인슐린 저항성을 가져왔고, 이로 인해 공복 혈당이 올라갔으며, 혈압이 상승했고, 고지혈증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A씨의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될 경우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가고, 혈당이 낮아지며, 고지혈증이 개선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재 A씨가 가장 우선적으로 할 일은 인슐린 저항성의 원인이 된 복부 비만을 없애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중년 남성에서 복부 비만이 증가하는 원인이 무엇일까? 가장 대표적인 것을 한 가지 꼽으라면 직장인의 경우 ‘과도한 회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성인 남성이 하루에 필요한 열량은 2천5백kcal인데, 고기와 술을 배불리 먹는 저녁 회식의 경우 한 끼만으로도 하루 필요 열량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다. 소주 한 병은 5백40kcal, 삼겹살 1인분은 2백~2백50kcal로 가정할 때 삼겹살 2인분과 소주 2병을 마시고, 된장찌개와 밥 한 공기를 먹었다면 저녁 한 끼만으로도 2천kcal를 훌쩍 넘긴다. 대부분의 회식은 밤늦게까지 계속되므로 열량을 소비할 새도 없이 그대로 잠자리에 들게 된다. 이렇게 과도하게 섭취된 열량은 모두 지방으로 바뀌어 복부 내장에 차곡차곡 쌓인다.
잦은 회식을 통한 열량 섭취와 더불어 문제가 되는 것은 ‘운동 부족’이다. 격무와 연이은 회식으로 인해 운동할 시간도 부족하고, 시간이 날 때는 피곤해서 꼼짝도 하기 싫어지기 때문에 과다하게 섭취한 열량을 좀처럼 내보낼 길이 없다. 출퇴근마저도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에는 걷는 일마저 별로 없으므로 복부 비만 해소에 가장 좋은 운동인 걷기를 할 수 없다.
A씨와 같은 환자를 진료할 때 의사로서 필자가 가장 먼저 처방하는 것은 ‘지하철이나 버스로 출퇴근하기’와 ‘회식 줄이기’이다.
복부 비만은 진단하기가 매우 쉬워서, 줄자만 있다면 누구든 진단할 수 있다. 먼저 벨트를 약간 아래로 내린 뒤 줄자를 배꼽 위로 둘러서 허리둘레를 재어보자. 남자의 경우 90cm 이상, 여자의 경우 85cm 이상이라면 복부 비만이다. 복부 비만이면서 회식과 고칼로리 음식 섭취가 많은 남성이라면 내장형 비만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기에 해당되는 분들은 새해 결심에 꼭 ‘뱃살 빼기’를 포함시킬 것을 권하고 싶다. 매일 30분 이상 빠르게 걷고 꼭 필요한 회식 이외의 술자리를 줄이는 노력만으로도 복부 지방은 조금씩 줄어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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