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위, 언제까지 뒤 땅 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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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1.2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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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투어에서 '처참한 성적'으로 휘청..."LPGA투어 전념이 살길" 이구동성

 
"다양한 게임 기량을 갖추고 있지만 이번에는 다만 그것을 보여주지 못했을 뿐이다.”
‘2천만 달러의 소녀 스포츠 스타’ 미셸 위(18·한국명 위성미). 그는 지난 1월12일(한국 시각) 하와이 호놀룰루 와이알레이CC(파70·7천60야드)에서 벌어진 PGA투어 소니오픈에서 2라운드 합계 14오버파 1백54타를 기록해 14타 차로 컷 오프되는 수모를 또다시 겪었다. 기권한 2명을 제외한 1백42명 중 1백39위. 열세 차례 남자 대회 도전 가운데 지난해 5월 아시안투어인 SK텔레콤오픈을 제외하고는 열두 번째 컷 오프이고, PGA투어는 7연속 컷 통과에 실패했다.
하지만 미셸 위는 이날 “언젠가 그 기량이 쏟아져나오면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다”라고 자신만만해했다. 과연 그렇게 될까? 미셸 위는 이번 대회에서 컷 통과 실패보다 더 충격적 사건을 목도해야만 했다. 16세의 어린 소년인 태드 후지카와의 본선 진출은 미셸 위 자신의 초라한 성적표를 더욱 부끄럽게 만들었다. 자신보다 두 살이나 어리고 키(1백83㎝) 또한 28㎝나 작은(1백55㎝) 일본계 미국인 아마추어 후지카와는 PGA투어에서만 무려 일곱 차례나 연속 컷 통과에 실패한 미셸 위를 비웃기라도 하듯 PGA투어 도전 두 차례 만에 컷 통과의 꿈을 이루었다.


비판의 대상에서 연민의 대상으로…


후지카와는 PGA투어 역사상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컷을 통과했다. 최연소 컷 통과자는 1957년 15세5개월의 나이로 캐나다오픈 본선에 진출한 봅 패너시크였다.
현재 미셸 위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이 ‘골프 신동’의 등장으로 천재성을 의심받고 있다. 아니, 이미 일부 미국 언론은 하와이의 진정한 10대 ‘골프 천재’는 미셸 위가 아니라 후지카와라고 추어올리고 있다.
미셸 위가 대회 후원 업체 초청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했지만 후지카와는 예선전을 통과해 스스로 참가 자격을 얻어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스폰서 초청 출전’과 ‘자력 진출’은 하늘과 땅의 실력 차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한 매체는 “14타나 부족한 스코어로 컷 통과에 실패함으로써 미셸 위가 계속 PGA투어에서 활동하기에는 역부족임을 드러냈다”라고 꼬집었다. PGA투어 일곱 번 도전 가운데 4연속 최하위권의 성적에 그치자 갤러리와 매스컴도 등을 돌린 상태다. 미셸 위의 현재 상황은 어떠하며 또 앞으로 그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LPGA투어 통산 9승의 크리스티 커(미국)는 언젠가 미셸 위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가져올 여파를 단 한마디 말로 요약한 적이 있다. 바로 그와 같은 재능을 가지면 반드시 그에 대한 논쟁이 뒤따르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논쟁이 가장 극에 달했을 때는 해당 선수에 대한 연민으로도 나타난다고 했다.
바로 지난 소니오픈이 그랬다. 과거와 달리 미셸 위에 대해 “다른 선수의 참가 기회를 가져갔다”라고 분노하는 선수들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PGA투어에서 경기를 해보겠다는 그녀의 꿈에 대한 반감 대신 농담의 대상이 돼 있었다. 선수들은 이제 그녀가 샷을 똑바로 때리지 못하는 것을 더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빅 위지(Big Wiesy)’는 PGA투어 통산 5승의 톰 레먼(미국)이 5년 전 소니오픈의 주니어 프로암 행사 때 미셸 위와 함께 경기하면서 붙여준 애칭이다. 레먼은 당시 미셸 위의 스윙을 보고 “여유 있고 물 흐르는 듯한 스윙과 낙천적 태도는 어니 엘스를 연상케 한다”라며 엘스의 애칭인 ‘빅 이지(Big Easy)’를 살짝 변형해 이같이 불렀다. 그 애칭은 이 하와이의 10대 소녀를 널리 알리는 데 크게 공헌했고, 그녀는 프로 데뷔 첫해에 2천만 달러 수입을 올리기에 충분한 활동을 했다.
그러나 미국의 스포츠 전문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최근의 미셸 위는 빅 위지가 아니라 빅 퀴지(Big Queasy)라는 애칭이 더 어울리는 듯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퀴지는 ‘불안하고 소심하다’는 뜻이다. 3백 야드대의 폭발적 스윙을 끌어내던 대범함이 소심함으로 바뀌어버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근육량은 늘렸지만 아직도 연약한 여고생


 
그러나 미셸 위의 몸집은 지난해보다 더 커졌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한 덕분인지 어깨·이두박근·삼두박근·등·팔뚝 등이 한눈에 봐도 굉장히 커진 것을 알 수 있다. 남자들과 맞서기 위해 근력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동계 훈련 때 데이비드 리드베터 골프아카데미에서 2주일 동안 함께 훈련을 하면서 미셸 위를 지켜보았다는 찰스 하웰 3세는 “스윙은 PGA투어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지만 (남자들과 비교할 때) 연약한 고등학교 여자 3학년생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미셸 위를 순수 혈통의 우수한 말에 비유하는 등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던 레먼은 “미셸 위가 말의 고삐를 너무 죈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나타냈다. 레먼은 “경주마에 비유한다면 미셸 위는 가장 우수한 순수 혈통의 말인 새크러태리어트종이다. 놀라운 재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냥 달리게끔 내버려둘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가르쳐서는 안 된다. 너무 많이 통제하려고 하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다. 그냥 즐겁게 골프를 하게 내버려둬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렇다. 무모한 PGA투어 도전을 잠시 멈추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대학 진학을 꼽고 있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올 가을 스탠퍼드 대학에 입학(그녀는 이미 입학 허가를 받아놓은 상태이다)하는 것을 계기로 PGA 무대를 떠나라는 것이다. 자유를 갖는 것도 성장의 일부라는 주장이다.
골프에서 최우선 순위는 건강을 유지하고, 좋은 캐디를 찾는 것이다. 대회 일정이 제한적일 때 능력 있는 캐디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소니오픈에서 그의 아버지가 캐디 노릇을 해야 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미셸 위는 “여자 골프에 전념하면서 성공의 길을 찾아내라”는 PGA투어 거의 모든 선수들의 한결같은 충고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미셸 위의 재능이라면 LPGA투어 무대에서는 여전히 큰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JE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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