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100배 키운 '통 큰 경영'
  • 왕성상 편집위원 ()
  • 승인 2007.01.30 12: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명희 회장 과감한 결단, 대규코 투자로 '큰일' 내...성실한 납세도 화제

지난해 5월11일 중국 상하이 이마트 산린(三林)점 개점식 현장. 신세계 브랜드를 단 대형 할인점 이마트가 중국 지역에서 일곱 번째로 문을 열었다. 개점 기념 행사가 끝난 뒤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의 기자 간담회가 열렸고, 여기서 깜짝 놀랄 말이 터져나와 눈길을 끌었다.
‘법에 정해진 대로 세금을 다 내고 투명하게 신세계 주식 지분을 증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신세계 이명희 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68)이 갖고 있는 지분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겠다는 것.
이어 9월7일에는 정명예회장이 갖고 있던 신세계 지분 7.82%(1백47만여 주) 모두가 아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84만 주)과 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63만4천5백71주)에게 증여되었다. 증여 시점을 기준(주식가 46만6천원)으로 할 경우 약 7천억원을 물려주는 것이며, 내야 할 세금은 사상 최고 액수인 3천5백억원에 달한다. 물론 이는 이회장 부부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고 이병철 회장 권유로 기업에 몸담아


 
이처럼 이명희 신세계 회장은 통이 크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재계 사람들은 그를  ‘통 큰 여장부’라고 부른다. 갸름한 외모와 달리 대가 아주 차다는 얘기다. 이명희 회장은 또한 주위의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넘기는 법이 없다. 소리 없이 챙기는 자상함은 보통이 아니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막내딸로 기업에 몸담기 시작한 것은 1979년 2월. 서울여고와 이화여대 응용미술학과를 나와 신세계 영업사업본부 이사로 기업에 첫발을 디디면서다. “여자도 가정에 안주하지 말고 남자 못지않게 사회에 나가서 활동하고 발전을 꾀해야 한다”라는 아버지 이병철 회장의 ‘권유’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1980년 2월 상무로 승진하면서 이회장의 경영 발걸음은 커졌고 1997년 부회장에, 2001년 회장에 취임하면서 그의 ‘통 큰 경영’ 수완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지난해 세계적인 유통사 월마트코리아의 16개 점포를 전격 인수한 것만 해도 그렇다. 이마트는 1993년 서울 도봉구 창동에 국내 최초의 대형 할인점을 선보인 후 13년 만에 100호 점 시대를 열게 되었다. 신세계마트로 간판을 바꾸어 단 월마트는 지난해 7천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1조3천억원대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 등 다른 경쟁사들이 한 방 먹은 꼴이 되었다.
이회장의 통 큰 경영은 대규모 투자에서도 잘 나타난다. 최근 3년 연속 1조원대의 대규모 투자에다 지방 도시로의 과감한 진출도 이루어지고 있어 예사롭지 않다.
국내 유통업 사상 단일 프로젝트로는 최대 규모인 1조원대가 소요되는 신세계 센텀시티UEC(상업시설)가 좋은 예다. 지난해 7월 부산에서 착공식을 가진 14만 평 규모의 국내 최대 복합쇼핑센터로 공사가 한창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들어서는 초대형 테마파크 ‘한류우드 프로젝트’, 수도권 남부 지역 최대 상권으로 올 상반기 문을 여는 신세계백화점 죽전점도 이회장의 작품이다. 지난해 11월 진출이 확정된 1만5천 평 규모의 초대형 백화점인 의정부점을 비롯한 굵직한 사업들을 줄기차게 밀어붙이고 있는 이회장은 재계의 관심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그의 ‘통 큰 경영’ 스타일은 신세계를 연간 매출 10조원대의 대기업 그룹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85년 신세계 기업 공개 때 주당 5천원 했던 주가는 그녀가 ‘신세계호’ 조타수를 맡고 나서부터 오르기 시작해 1999년 말 5만7천4백원, 2002년 말 14만9천5백원, 2004년 말 28만4천5백원, 2005년 말 44만3천원, 2006년 말 58만원으로 뛰었다. 관계사 수도 늘어 조선호텔·신세계건설 등 13개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3개 사는 상장사이며 1개 사는 코스닥 등록 업체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