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을 넘은 자, 그대 이름은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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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1.3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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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 '2007 글로벌 리더'에 선정된 운동 선수 7인의 '인간 승리'

앞으로 세계에 영향력을 미칠 젊은 스포츠인은 누구일까? 지난 1월17일(한국 시간) 민간 기구 세계경제포럼(WEF)은 2007년 세계를 이끌 젊은 글로벌 리더(Young Global Leader 2007) 2백50명을 선정·발표했다. 경제계 인물이 1백25명으로 절반을 차지하는 등 정·재계 인물이 대다수이지만 스포츠인도 7명이 포함되었다. 세계 스포츠 무대에서 집중 조명되고 있는 타이거 우즈(미국·골프), 로저 페더러(스위스·테니스),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테니스), 미하엘 슈마허(독일·F1), 호나우지뉴(브라질·축구), 코비 브라이언트(미국·농구) 등 수입과 인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스타들일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선입견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활약하는 박지성을 비롯해, 국내 스포츠 팬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야오밍(중국·농구), 류시앙(중국) 캐시 프리먼(호주) 마리아 무톨라(모잠비크) 하시바 블메르카(이탈리아·이상 육상), 아키노리 아사쇼루(스모) 등이 ‘세계를 이끌 젊은 글로벌 리더’로 뽑혔다.


평발 딛고 프리미어 리거 오른 박지성도 포함


WEF는 글로벌 리더 선정시 해당 인물이 성취한 업적, 사회 기여도, 미래에 기여할 잠재력 등을 주로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기준만 놓고 볼 때 이들 7명이 다른 유명 스타들을 제치고 글로벌 리더로 선정된 데 대해 의문을 가질 법하다. 하지만 이들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세계 스포츠계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될 만하다. 주류에서 맹활약하는 비주류라는 점이다.
박지성에 대해서는 말이 필요 없다. 세계 최정상급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맨유에서 주전 선수로 활약하며 세계 축구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유럽과 남미가 주도하는 축구계에 아프리카가 돌풍의 핵으로 떠오른 이후 아시아권 선수로서는 축구 정상권에 가장 가깝게 서 있다.
야오밍도 마찬가지. 흑인들의 주무대여서 백인들도 살아남기 어려운 미국 프로농구(NBA)에서 최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하며 소속 팀 휴스턴 로케츠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육상에서 4명이나 글로벌 리더가 배출된 것은 각각 짊어진 사연이 깊기 때문이다. ‘황색 탄환’ 류시앙은 1백10m 허들 세계 기록(12초88) 보유자로서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 및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이기 이전에 세계 육상 단거리를 제패한 유일한 아시아인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여자 4백m 경주에서 원주민 출신인 캐시 프리먼이 제일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그녀는 호주 원주민과 이주민들의 ‘화합’의 상징이 되었다.
아프리카가 육상 중거리의 강자이지만 그중 마리아 무톨라는 특별하다. 매 대회 우승자가 바뀔 정도로 치열한 그들만의 경쟁에서 무려 14년간 무적을 자랑한 ‘철녀’이기 때문이다. 여자 육상 8백m의 여신이자 조국 모잠비크의 영웅이다.


인종·장애·차별 극복 ‘공통점’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여자 육상 1천5백m에서 조국 알제리에 금메달을 안긴 하시바 블메르카는 아랍권 여성 최초의 육상 우승자다. 현재 “수많은 남성이 보는 가운데 다리를 드러내고 뛰었다”라는 아랍권의 비난을 받다 이탈리아로 망명했다. 종교적 억압에 시달리는 아랍 여성들의 자유의 상징이기도 하다. 아키노리 아사쇼루는 일본에서만 인기를 얻고 있는 스모 챔피언인 ‘요코즈나’라는 점 때문에 의외라고 생각되지만 몽골 출신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본에서 스모 챔피언은 거의 신적 존재. 일본 내 영향력은 여타 스포츠 스타에 비할 바가 아니다. 혼혈인 아케보노와 달리 귀화하기는 했지만 외국인이랄 수 있는 그가 그 자리에 있다는 점 자체가 일대 사건인 셈이다. 일본의 폐쇄적인 정신의 벽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또 있다. 수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전하는 선도자라는 점이다. 전세계 수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이들을 추앙하며 뒤따르려고 오늘도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박지성은 축구선수로서는 치명적 장애가 될 수도 있는 평발을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작은 신체적 불리함을 노력으로 이겨냈다. 야오밍은 사회주의 중국에 서구 자유주의를 유입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NBA가 아시아 선수에게 눈을 돌리게 한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아시아인이 NBA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뚫었다는 뜻이다. 류시앙은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아시아인의 한계를 깨뜨렸고, 하시바 블메르카는 아랍권 여성 인권의 벽을 깨뜨리는 시금석이 되었다. 캐시 프리먼과 마리아 무톨라도 각각 조국을 사분오열하고 있는 다수 인종의 물질적·정신적 장벽을 허물고 한마음으로 뭉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세계 강국인 일본의 단단한 정신적 껍질을 벗긴 아키노리 아사쇼루도 세계인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오만과 아집으로 뭉친 세계 기득권층에 충격과 위대함을 알려준 이들이 ‘차세대 글로벌 리더’로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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