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개혁 '스윙' 안타냐, 파울이냐
  • JES 제공 ()
  • 승인 2007.02.0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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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드래프트 시행 등으로 위기 돌파 '승부수'

 
프로야구가 개혁의 칼날을 빼들었다. 폐쇄적 제도들을 청산하고 문을 활짝 열어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도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12월31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8개 구단 사장단을 모아 이사회를 열고 전면 드래프트 시행과 해외파 진출 선수 복귀 완화를 결의했다. 일부 반발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변화 없이는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더 컸다.


2009년부터 미국식 지명 제도 실시


 
프로야구는 1982년 태동한 이래 연고 지역에서 우선적으로 신인을 공급받아왔다. 연고 출신 고교 선수를 지명하고 계약한 뒤에 연고와 상관없이 2차 드래프트(최대 9명)를 실시해 왔다. 구단별로 한 장이던 1차 지명권을 2007·2008년에 입단하는 신인부터 두 장으로, 2009년부터는 세 장으로 늘릴 예정이었다. 지역 출신 프랜차이즈 스타가 필요하다는 구식 발상에서였다. 그러나 이사회는 올해와 내년 1차 지명을 한 명씩으로 줄이고 2009년부터 연고 지역별 우선 지명 제도를 아예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09년에 지명하는 2010년 신인 드래프트부터는 출신 학교와 상관없이 전년도 성적의 역순으로 팀이 신인을 지명할 수 있는 미국 메이저리그식 지명 제도가 시행된다.
이같은 전면 드래프트 시행은 8개 구단의 전력 평준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마추어 야구 시장은 LG와 두산이 연고권을 갖는 서울과 기아 연고지인 광주가 가장 활성화되어 있다. SK는 경기도 연고권 내 고교 수가 14개까지 늘어 자원 공급이 가장 원활했다. 반면 롯데가 연고전을 가진 부산은 최근 쇠락하는 추세이다.
 
서울에서는 우수한 신인이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병규(1997년 LG)와 김동주(1998년 두산) 이후 거물급 1차 지명 선수가 배출되지 않고 있다. LG와 두산은 굳이 1차 지명에 연연해할 필요가 없기에 전면 드래프트에 호의적이었다. 전면 드래프트는 프로야구 활성화의 첫 단추다. 8개 구단에 같은 조건을 만들어주고 자유경쟁을 통해 투자 의욕을 부추기자는 것이다.


메이저리거들의 국내 복귀도 용이해져


 
해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국내 복귀도 수월해질 전망이다. 1990년대 말 우수 선수들의 미국행이 러시를 이루자 KBO는 1999년부터 해외에 진출하는 선수는 복귀 결정 후 2년간 국내 구단과 계약하지 못하도록 묶어놓았다. 2년을 허송한 뒤 기아 타이거즈의 2차 지명을 받고 올해부터 뛰게 된 권윤민이 대표적 예다. 1999년 이후 해외로 나가 복귀하지 않은 김병현·최희섭·추신수·송승준·류제국·이승학 등이 해당한다. 추신수·송승준·이승학이 롯데 연고, 김병현·최희섭이 기아 연고 선수인 점을 감안해 롯데와 기아에 1명씩 우선 지명권을 주기로 했다. 나머지 4명은 6개 구단이 추첨을 통해 지명하기로 의결했다.
문제는 이들이 한국 프로야구의 위기를 뚫고 나갈 해법은 아니라는 점이다. 현대는 모그룹의 지원이 끊어져 매물로 나와 있다. 농협과 협상했던 인수 대금은 1백34억원. 1996년 태평양을 4백70억원에 인수했던 현대 구단의 가치는 오르기는커녕 3분의 1도 남지 않았다. 매년 100억~1백50억원 적자를 내는 야구단의 냉정한 경제적 가치다. 그나마도 인수 계획은 백지화되었다.
그동안 프로야구는 프로 스포츠의 최고 위치에서 군림해왔다. 1990년대 중반 황금기를 누리다가 이후 선수들의 몸값 폭등과 관중 감소로 신음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타이완 대표팀과 일본 아마추어팀에 지면서 원성만 높아졌다.
프로야구는 위기 타파를 위해 유연한 제도를 몇 가지 만들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인 내실을 기할 방도는 찾지 못했다. 당장 시급한 현대 매각 문제, FA 제도, 외국인 선수 제도 개선 등은 꺼내보지도 못한 채 훗날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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