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남자 프로농구
  • JES 제공 ()
  • 승인 2007.02.0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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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부재, 용병 천하, 방송사 외면 탓에 인기 '시들'

 
남자 프로농구에 최근 ‘위험 신호’가 자주 들어오고 있다. 남자 프로농구는 요즘 ‘옆집 친구’ 프로배구와 성적표를 두고 자주 비교당한다. “옆집 아이는 성적이 오르는데 너는 왜 그 모양이냐” 하는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 남자 프로배구는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올 시즌 흥행과 미디어 노출 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하다못해 여동생(여자 프로농구)한테도 밀리는 판이다.
남자보다 늦게 출범한 여자 프로농구는 이번 겨울 리그에 인터넷 생중계와 신미디어 중계 제휴 등 노출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많은 이들이 “농구대잔치 시절에는 농구를 보았는데, 프로가 된 이후에 안 본다”라고 말한다. 위기의 남자 프로농구, 무엇이 문제일까.
서울 삼성의 서장훈(33)은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우승한 뒤 이렇게 고백했다. “우승을 하고 나서 정말 오랜만에 TV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그때까지 아무리 경기장에서 드라마를 만들어봐야 알아주지도 않았던 지인들이 ‘방송 잘 봤다’며 연락을 하더라. 더 충격적인 것은 대다수 사람이 내가 연세대 시절 활약한 모습은 기억하면서 지금 어느 팀에 있는지, 우승을 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라고 말했다.
2001~2002 시즌부터 올스타전 참가 선수를 농구 팬들이 직접 투표로 뽑았다. 그런데 지난 시즌까지 5시즌 연속으로 최다 득표자는 늘 이상민(전주 KCC)이었다. 이상민은 이제 만으로 35세다. ‘영원한 오빠’가 변치 않는 인기를 과시하는 동안 젊은 스타들 단 한 명도 그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치열한 ‘연고지 밀착 마케팅’ 필요


프로농구 출범 이후 등장한 김승현(대구 오리온스) 김주성(원주 동부) 양동근(울산 모비스) 방성윤(서울 SK) 등의 ‘퀄리티’는 왕년의 스타들에 비해 결코 모자라지 않는다. 그러나 미디어 노출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 문제다. KBL은 2005년 IB스포츠와 4시즌간 중계권 독점 계약을 맺었다. KBL은 “경기 단체가 큰 수익을 창출했다는 데 의의가 크다”라고 밝혔지만 현재 상황으로 보면 프로농구의 상업적 가치를 지나치게 앞서서 과대 평가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지난 시즌 중계가 줄어들자 스폰서의 불만이 터져나왔고, 이번 시즌에는 SBS스포츠가 중계권 재구매를 두고 이견을 나타내며 시즌 도중 중계를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외국인 선수들의 비중도 지나치게 커져 재미를 떨어뜨리고 있다. 한 농구인은 “자유계약제도 이후 용병 수준이 높아져 팬들이 재미를 느낄 만한 패턴이나 외곽 슛, 속공이 사라졌다. 용병끼리 1 대 1로 처리하면 그만이다”라고 혹평했다.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한국 농구에서 외국인 선수들이 이룬 몫도 크지만 성적 지상주의가 만연하면서 이제 그 비중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고, 이는 단순히 외국인 선수 선발을 드래프트 제도로 되돌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인기가 곧 농구 구단을 운영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농구단을 운영하는 기업은 매년 30억~40억원의 적자를 감수하고 팀을 꾸려간다. 경영 측면에서만 보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프로농구의 인건비 구조와 자유계약선수(FA) 제도의 허점 등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어느 팀의 단장은 “프로농구의 제도적 허점보다 인기가 떨어지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프로농구가 꾸준한 인기만 얻는다면 기업은 구단 운영을 홍보라 생각하고 적자를 감수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누가 농구단을 운영하겠는가”라고 말했다.
프로농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구단이 치열한 연고지 밀착 마케팅을 통해 뿌리를 내리고, 꾸준히 팬들에게 노출되면서 가까이 다가가서 ‘겨울이 되면 농구를 하니까 당연히 농구장에 가고 중계를 봐야 한다’는 마음이 들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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