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는 천상 '탈레반'인가
  • 이명수(자유기고가) ()
  • 승인 2007.02.0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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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탈당으로 당과 대통령에 치명상 안겨...원리원칙주의자 면모 재과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당의장과 열린우리당을 막 탈당한 천정배 의원의 유사점은 둘 다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이라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등을 돌렸다는 점도 같다. 다른 점은 천의원이 열린우리당을 매몰차게 탈당했지만 정 전 의장은 좌고우면한다는 사실이다. 천의원은 원리주의에 충실한 이슬람 조직 아프간 탈레반을 연상시킨다. 정 전 의장은 행보가 자유자재다. 생각도 많고 굴신력(屈身力)도 크다는 얘기다.
천정배 의원의 열린우리당 탈당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사수파들은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그가 정동영·신기남 의원과 함께 노대통령의 의중을 실어 열린우리당 창당에 앞장선 ‘창당 주역’이었다는 것도 한 이유다.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참여정부 법무부장관으로 노무현 정권을 대변해오기도 했다. 그런 그가 탈당으로 열린우리당에 사망 선고를 내린 것이다.


그동안의 정치적 실망감 탈당으로 표출


 
천의원의 이탈은 노대통령에게 더 아플 수밖에 없다. 노대통령과 그는 단순한 정치 동지 이상의 관계였기 때문이다. ‘대통령 노무현은 천정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을 정도다. 천의원은 노대통령이 단기 필마로 2001년 대권 도전을 선언하자 당시 민주당에서 현역 의원으로서는 가장 먼저 노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천의원도 당시 노후보 당선을 믿지 않았을지 모른다. 당시는 이인제 의원이 대세론을 업고 질주하던 때였다. 더구나 천의원은 호남 지역인 목포 출신이다. 노후보와 그의 결합은 영·호남 화합의 의미도 있었다.  따라서 천의원 탈당은 노대통령에 대한 매몰찬 심판으로 받아들여진다.
천의원의 성향은 김근태 당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을 보는 시각에서도 나타난다. 천의원은 두 사람 모두 ‘열린우리당 실패의 공동 책임자’라고 규정한다. 두 사람의 대권 후보 자체를 웃기는 일 정도로 치부하는 것 같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이런 배경에서 천의원이 열린우리당 탈당을 통해 대권 경쟁의 꿈을 접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금도 김근태·정동영 두 사람에게 ‘욕심을 버리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는지 모른다. 탈당의 변을 통해 ‘제3의 후보’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김근태·정동영 두 사람은 안중에도 없음을 암시한다.
물론 천의원도 열린우리당 몰락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이광재 의원 주장대로 “원내대표를 맡은 동안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43.5%에서 22.3%로 떨어졌고, 당 지지도를 급격히 떨어뜨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의 탈당을 두고 “정치 이전에 인간의 도리에 어긋난 일”이라는 비난이 나올 만하다. 그럼에도 그는 여지없는 ‘탈레반’이다. 원리원칙주의자라는 말이다. 노대통령이 한나라당을 향해 느닷없이 ‘대연정’을 제안하고,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의 찬반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것을 보면서 느낀 인간적·정치적 실망감을 탈당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표출할 길이 없었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은 원리주의에 빠져 미국과 전쟁까지 치렀다. 그리고 망했다. 천의원은 그렇게 무모하지는 않다. 그러나 “노대통령이 나에게 빚을 졌으면 졌지 내가 진 것은 없다”라고 해온 원리원칙주의자가 어떤 식으로 배신감을 달랠지 궁금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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